신동빈 롯데 회장 경영능력-상인 내몰기 연관론

회장님 ‘펑크’ 낸 실적 메우려 ‘한솥밥’ 상인들 거리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롯데백화점의 입점상인 내몰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리점의 상인들은 최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안산점과 부천점은 이미 상점을 비웠다. 앞서 퇴점 요구를 받은 잠실점 상인들은 막 거리로 내몰릴 참이다. 세 들어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롯데가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두 사안의 꼭짓점은 대체 뭘까.

잠실점, 구리점, 안산점, 부천점 등 전방위적 확산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

지난 19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입점상인들의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지난 2일 롯데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가 도화선이 됐다. 롯데는 8월말까지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보상금은 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등에 적잖은 돈을 투자한 상인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인들의 사연은 절절했다. 회전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특히 그랬다. 그는 롯데와 질긴 ‘악연’으로 엮여 있었다. 김씨는 과거 잠실 롯데 푸드코트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다 지난 2006년 리뉴얼을 이유로 장사를 접어야 했다. 그는 4억원을 대출받아 당시 GS백화점에 새 가게를 열었다. 인테리어에 들인 돈 3억원을 포함해 모두 5억3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엔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롯데가 GS백화점을 인수하면서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장밋빛 미래
꿈꾸다 빚만

우선 리뉴얼 공사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 사이 대출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를 위해 또 다른 대출에 손을 댔지만 4억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빚은 속수무책으로 늘어갔다. 이 가운데 롯데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이때가 장사를 시작한지 불과 3년. 김씨가 롯데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증금 1억원이 전부였다. 새 점포를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김씨는 잘나가는 일식집 사장에서 길거리에 내몰릴 신세가 됐다. 김씨는 “큰돈을 들여 가게를 오픈했는데 본전은커녕 쫄딱 망하게 생겼다”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커리집을 운영하는 이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리뉴얼 공사로 손님의 발길이 끊긴데다 퇴점 당한다는 소문이 퍼져 직원을 구할 수도 없다. 상가를 나와도 별다른 방도가 없다. 이씨 역시 빚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씨는 롯데에 항의를 했지만 “롯데는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싸늘한 답변만 돌아왔다.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말을 자랑하듯 말하는 롯데의 태도에 이씨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참다못한 이곳 상인들은 비대위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제야 롯데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우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에 따르면 이미 모든 지점에 대한 계약이 완료돼 있는 상태다. 일방 퇴출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롯데의 ‘액션’이라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비대위의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는 “롯데의 콘셉트에 맞게 리뉴얼을 하면 계속 장사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곳 상가의 인테리어 공사는 불과 3~4년 전에 시행됐다. 모든 상점이 한눈에 봐도 새가게처럼 깨끗하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3억원 정도. 결국 롯데의 제안은 실현 불가능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구리점 상인들 외에 잠실점 비대위의 김성협 사무총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동으로 향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김 총장에 따르면 사실 구리점의 사정은 잠실점보다 낫다. 잠실점의 경우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제소 전 화해란 임대인과 임차인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두는 것을 말한다. 화해조서는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강력한 효력을 가진다. 화해가 이루어지면 임대인은 계약이 끝난 후부터 임차인을 임의대로 할 수 있는 법적인 정당성을 갖게 된다.

구리점 역시 지난 5·6·7월 세 달에 걸쳐 제소 전 화해 조항에 사인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잠실점에 자문을 구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은 임대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제도다. 상인들은 이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건물주가 재계약을 빌미로 화해조서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실점 역시 이 수법에 당했다. 지난 2009년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상인들은 어떠한 금전적 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소 전 화해 조항 요구에 동의했다. 상인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롯데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대해서 무지했던 점도 작용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발목

무엇보다 롯데를 믿었기 때문에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롯데월드는 인명사고로 6개월 동안 롯데월드가 문을 닫는 등 위기 때만 되면 “곧 매출이 오를 것”이라며 “조금만 같이 힘내자”라고 다독였다. 그동안 상인들은 롯데를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여겨 왔다. 롯데가 자신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이 같은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했다. 정해진 날짜가 되자 거침없이 철거작업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풍랑에 휩쓸린 건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에 있는 상점들이었다. 4명의 상인들은 2009년 12월까지 가게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안 나가고 버텨봤지만 소용없었다. 롯데는 지난 5월초 퇴점 요구를 거부한 식당 중 한 곳에 직원과 용역 30여명을 투입해 집기를 빼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곳 주인 안모씨가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7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항의해도 “롯데는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말만
신 회장 경력능력 부재에 실적 하락…“메우려고?”


안씨는 지난 1995년부터 15년째 장사를 해왔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 대다수는 롯데월드가 완공된 1989년 7월부터 10평 내외의 매장을 분양 받아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20년 넘게 생계를 꾸려왔다. 롯데와 상인들의 20여년 ‘동거’는 롯데의 ‘과욕’에 의해 깨지게 됐다. 지하 식당가에서 쫓겨나게 될 경우 상인들은 그동안 투자한 권리금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까지 수억원을 잃게 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상인들은 롯데에 공사 기간 중 대체 매장을 마련해주고, 공사 이후에는 재입점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롯데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대신 제소 전 화해 조항을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잠실점과 구리점 상인들은 9월 중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보상은 물론 제2, 3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걸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비대위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안산점과 부천점 상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이미 가게를 비운 상태다. 롯데의 협박과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만일 비대위 활동으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자신들에게 같은 규모의 보상금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위에 따르면 롯데의 입장은 완강하다.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최초 입장엔 흔들림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상인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건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세 들어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선 롯데의 상인 밀어내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의 경영능력 부재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인들을 거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다소 억지스런 이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건 그 동안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심심찮게 제기돼 온 때문이다.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밀렸다.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은 여전히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명품 아울렛 사업도 신세계에 현저히 밀려있는 상황이다.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조3673억원, 4368억원, 3011억원으로 전기대비 2.4%, 2.5%, 11.9% 감소했다. 주요사업인 백화점 사업부진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를 위해 시도했던 기업인수합병은 줄줄이 실패했다. 이 쯤 되니 신 회장의 경영능력과 상인 내몰기가 마냥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존경 받는 기업?
질타 받는 기업!

물론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롯데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이 신 회장이 강조해 온 상생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다양한 상생활동을 펴고 있다. 그때마다 신 회장은 현장에 나가 상생을 약속했다. 최근 열린 ‘2011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헛구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거리로 내몬 상인들은 롯데를 사랑할리도, 존경할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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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