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기술연구원, 사이버보안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동행취재’

안보의식 탑재하러 백령도에 가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정부 기관에 대한 사이버 테러와 각종 금융해킹 사고가 빈번한 2011년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매번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각종 제도를 신설하는 등 대책마련에 머리를 싸맸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급한 건 해킹을 사전에 차단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은 최근 사이버보안전문가 양성에 양팔을 걷어 붙였다. 그 첫걸음으로 심층면접을 거쳐 선출한 15명의 ‘전사’를 중심으로 지난 18일부터 핵심인재양성 프로그램에 돌입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지난 22~23일 1박2일에 걸쳐 ‘백령도 안보현장 체험 및 세미나’ 행사가 진행됐다. 그 현장에 <일요시사>가 동행했다.

안보의식 고취시켜 정보보안 전문가 양성
탈북자의 증언 통해 북한 실상 간접 체험


지난 22일 새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구로디지털단지에 자리한 한국정보기술연구원 빌딩 앞에 집결했다. 오정소 한정연 이사장을 비롯한 한정연 관계자, 지식정보보안 핵심인재 연수생 등 40여명은 인천 연안부두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인 백령도는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191.4km 떨어진 서해 최북단의 섬으로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다 광복 후 옹진군에 편입됐다.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을 닮아 백령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백령도=비수

백령도로 향하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다. 뱃길이 수시로 막히는 게 그 이유다. 파도나 안개가 심하면 어김없이 운항이 취소된다. 다섯 번에 한번 꼴로 취항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파도는 0.5~1cm 수준으로 배가 뜨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안개도 없었다. 하늘이 도운 셈이었다.

일행을 태운 선박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갈랐다. 그렇게 2시간이 지나자 승선하던 당시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곳곳에서 멀미로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일부는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뒤집히는 속에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드는 이도 종종 눈에 띄었다. 파도가 잠잠하다고는 하나 장시간 배를 타는 건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길게만 느껴지던 4시간. 대청도와 소청도를 지나 백령도가 이윽고 위용을 드러냈다.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연수생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안보교육을 위해 이렇게 외딴곳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한 해답은 점심식사 후 방문한 해병 6여단 브리핑에서 찾을 수 있었다. 통칭 ‘흑룡부대’로 불리는 해병 6여단은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도서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부대다.

이날 브리핑을 진행한 해병대 간부에 따르면 백령도는 북한땅인 장산곶과 불과 17km, 평양과는 143km 떨어져 있다. 그만큼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인 것이다. 이곳이 ‘허리에 겨눈 비수’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만큼 북한에게 백령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동시에 ‘0순위 도발예상지’이기도 하다.

실제, 북한은 천안함 사건뿐만 아니라 수차례 포사격 도발을 감행했다. 또 인근의 연평도와 대청도에서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심각한 안보 위협의 현장인 백령도에서 연수생들에게 국가안보의식을 고취시켜 최고의 사이버보안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게 한정원 측의 계획이다.

브리핑이 끝난 뒤에는 부대 내 군사시설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비상시 활주로로 이용되는 사곶해안과 우리나라 최대의 점박이물범 서식지로 알려진 두무진 등을 관람했다. 또 심청이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와 그 옆에 자리한 2층 규모의 심청각 전시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외부일정을 마친 일행은 숙소인 국정원 안보연수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시청각 자료를 이용한 안보교육을 받았다. 탈북자 김모씨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현재 북한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교육이 진행되는 내내 연수생들의 눈은 빛났다. 강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빠짐없이 경청했다. 강연이 끝나자 연수생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연수생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진 탓에 이날 강연은 정해진 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끝났다.

다음날인 23일에는 백령도에 세워진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찾아 나라를 위해 희생당한 우리 해군장병들의 넋을 기리며 그들의 값진 희생을 추모하는 시간도 가졌다.

1박2일 동안 진행된 교육은 다소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됐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연수생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교육에 임했다.

교육에 참가한 손모 연수생은 “처음엔 놀러오는 정도로 여겼는데 의외로 많은 걸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며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한정원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김모 연수생은 “남북의 대치상황이나 안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며 “북한 사이버테러에 맞서는 ‘화이트해커’가 되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100% 무료교육

한편, 한정원은 지난 18일 시작된 ‘사이버보안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위해 심층면접을 거쳐 총 15명을 선발했다. 외국 명사 초빙특강을 통해 최신 글로벌 보안 트렌드를 익히며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자체적으로 주관하는 해킹방어대회를 통과한 뒤 수료하도록 짜여졌다.

사이버보안전문가 과정은 100% 무료 교육이며 교육생에게 매월 약 30만원씩 장려금을 지원한다. 이밖에 취업추천과 국제공인자격증 시험우대 등 특전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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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