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주역 김영진 민주당 의원

“5월정신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아 긍지와 보람 느낀다”

[대담=이주현 기자]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의 주역으로 평가 받고 있는 민주당 김영진(광주서구을·5선) 의원은 “5월 정신이 세계적으로 공인 받았다는 신호탄이다”며 “광주가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성지이자 명실상부한 국제 인권도시임을 65억 지구촌 시민들에게 인정받게 된 쾌거”라고 감회를 나타냈다. 이번 등재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층 드높인 역사적 순간이었다는 김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선정까지의 생생한 과정을 들어봤다.

“광주가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성지이자 명실상부한
국제 인권도시임을 65억 지구촌에 인정받게 된 쾌거”

김영진 의원은 국회 헌정사상 4선을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한 유일한 의원이다. 13대 초선  당시 농수산위원회에 발을 들여 놓으며 ‘시대의 약자인 농어민들을 대변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농어민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유권자의 권유와 뜻을 받들어 교육과학기술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긴 것이 유네스코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2009년 의장권한대행 이후 2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5월 24일 최종 확정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제 9월 5일 공식 선포만 남은 것이다.

이번 등재의 주역으로 평가 받는 김 의원이지만 “등재위원장과 위원회가 잘 한 것도, 정부가 노력해서 된 것도 아니다”며 “5월영령들의 위대한 헌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민주주의에 바치며 투쟁하며 싸운 비폭력 저항운동, 가족이 받은 고통과 아픔이 유네스코 위원들을 감동시킨 결과다”며 등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어 “광주가 세계 속의 민주인권 평화의 성지가 되었다. 모든 영광과 감사를 5월영령과 140만광주시민 여러분께 바친다”고 겸손해 하는 김 의원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한민국 국격
드높인 쾌거!

- ‘5·18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5·18 세계기록유산’이 9월 5일 공식 선포되는데 이번 등재가 가지는 의미는?
▲ 이번 등재 결정은 5·18이 광주시민들의 5월, 피해자들만의 5월이 아니라, 5월 정신이 세계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신호탄이다. 무엇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 정의를 위해 노력한 모범사례로써 65억 지구촌 인류의 교과서로 길이 기억되어야 함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광주는 이제 민주화운동의 세계적인 성지이자 명실상부한 국제인권도시로서 인정받게 됨으로써 우리의 국격까지 드높인 쾌거라고 본다.

-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계기는?
▲ 2009년 유네스코 아태지역교육의원연맹 의장권한대행 자격으로 업무보고를 받는데 세계기록유산에 넬슨만델라 형사재판기록,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인권문서, 심지어 5·18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1986년 필리핀 민중혁명 자료도 등재돼 있었다. 당연히 5·18 기록물도 있겠거니 싶었는데 아예 등재신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해 12월 지역원로이신 조비오 몬시뇰 목사, 강신석 목사, 지선스님을 상임고문으로, 5·18단체 대표자와 광주시장, 교육감 등을 위원으로 등재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 등재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과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 지난해 11월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까지 찾아왔다. 이 인사가 ‘5·18은 정권탈취를 위한 김대중 추종세력과 폭도들이 일으킨 반란’이라며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심사가 보류됐던 적이 있어 힘들었다. 이후 유엔/유네스코 총회 의장과 직접 면담하며 주한미대사관, 국가기록원 등을 돌아다니며 5·18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기록물 확인서를 받아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또한 국회에서는 대정부질문을 자처해 김황식 총리로부터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결국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심사에서 등재권고 결정이 내려졌고 5월24일 최종 확정됐다.

- 확정 소식을 듣는 순간 심정은 어떠했는지?
▲ 북받쳐 오르는 감격과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동안 광주가 어떤 길을 걸어왔나? 폭도에서 민주투사로,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되기까지 31년이라는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거쳤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던, 살아남은 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한꺼번에 울컥 쏟아져 나왔다.

“낭보에 감격과 기쁨
이루 말할 수 없어”

- 정부 지원 없이 민간 NGO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이 관심을 받고 있다.
▲ 순수한 시민들의 힘으로 등재활동을 추진하는 것이 5월정신에 합당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부가 추진했더라면 보수단체들의 극심한 반대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그렇게 진행했다면 더욱 더뎌졌고 중단의 위기도 맞았을 것이다. 5·18관련 단체들의 열정어린 참여와 5·18 연구소를 갖고 있는 대학 총장들의 정책자문, 광주시의 재정지원이 큰 힘이 됐다.

- 보완점이 있다면?
▲ 이제 5·18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이다. 65억 세계인들이 배우고 익히도록 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5·18의 세계화를 위해 관련 내용을 인정교과서에 싣도록 해야 하고, 금남로 카톨릭센터에 5·18 기록보존소를 설치해 기록유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함으로써 광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쉽게 보급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전히 미완의 과제들을 풀어야 한다. 발포명령자에 대한 확인과 진상규명, 365명에 달하는 행방불명자의 명예회복, 채택이 보류된 국회 광주청문회 결과보고서 등이 그것이다.

- 향후 과제와 활동계획은 어떠한가?
▲ 아울러 유네스코 5·18국제평화센터도 설립해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인권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오는 2013년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회의 광주 유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인류 보편적 가치와 세계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에게 유네스코와 광주시가 공동으로 수여하는 5·18국제평화대상을 제정하기로 했다. 기금은 시민들의 모금으로 운영된다.

- 최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이슈였다.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는?
▲ 나는 ‘무상급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를 통해 무상급식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확실해졌다. 이제 무상급식의 당위성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설득이 필요한 시기는 사실상 지났다. 무상급식정책은 보수나 진보의 이념적 문제가 아니라 헌법정신에 충실하려는 움직임이자, 우리나라가 보편적 사회복지정책 프로그램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 서울시 주민투표 무산에 대한 입장은?
▲ 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갈수록 골이 깊어지는 양극화된 한국사회에서 보편적 복지를 ‘망국 포퓰리즘’으로 치부하던 한나라당에 대한 냉엄한 민심의 반영이자 시민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외면한 오세훈 시장에 대한 반감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특히 180여억원의 혈세를 들여 투표를 하고 시장직 사퇴 조건으로까지 갈 만한 사안조차 아니었다고 본다.

-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는 어떻게 보는가?
▲ 서울시민들이 민주주의 투표로 오 시장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 본다. 오 전 시장은 오기를 부렸다. 그리고 끝내 무릎 꿇고 우는 장면까지 연출하며 시민들을 사생결단의 투표율 경쟁과 시정 분열로 내몰았다. 다시 한 번 서울시와 한나라당이 이성적 기준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

서울시민들의
준엄한 심판

-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 5·18은 신군부가 정권을 찬탈하기 위해 국민을 학살한 명백한 반역행위요, 오욕의 역사다. 그럼에도 5·18양민학살의 주범인 노태우씨가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의 진범은 유언비어였다’며 진실을 호도하고 역사를 왜곡해 분노가 끓어올랐다. 따라서 이번 노태우씨의 망언은 역사왜곡을 통한 제2의 쿠데타라고 판단내리고, 더 이상 군사쿠데타 세력의 역사왜곡이 노골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절한 심정에서 이 같은 조치를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 노 전 대통령 측의 반발이 예상되는데?
▲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의 법률지원단 구성을 촉구하였고, 등재추진위원회 긴급회의를 통해 합당한 조치가 없으면 명예훼손죄 등으로 고발함과 아울러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월에 유엔유네스코 헵번 의장이 광주를 직접 방문하여 5·18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확정짓고, 이를 만방에 선포하게 된다. 그런데 돌연 노태우씨가 이 같은 망언을 함으로써 광주 시민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죽이고 있다. 개탄스럽고 분노스럽다.

노태우 회고록 “개탄스럽고 분노 치밀어 올랐다”
예향과 의향의 도시 광주, 과학명품도시로 만들 것


- 불공정, 불공평한 과학벨트 평가, 짜맞추기식 정략적 심사에 대해 항의단식을 했는데?
▲ 과학벨트처럼 국민적 관심이 높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는 반드시 공정하게 사업 추진이 전제되어야 한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하는 정략적 행태를 무효화하고 원점에서 공정하게 시작해야 한다.

- 2015 광주U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 2015 광주U대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인류 3대 제전으로서 지구촌 175개국에서 3만여명이 참여하는 ‘지구촌 청년대학생 올림픽’이다. 지구촌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하여 출전한다면, 인류 평화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등재와 더불어 광주U대회를 민주·인권·평화의 청년제전으로 성사시켜 광주의 국제적 위상과 도시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반값등록금’에 대한 입장은?
▲ 정부 내에서 교과부와 기재부의 입장이 다르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입장 정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군복무기간 동안 대출이자 면제 정도에만 합의에만 이르렀다. 올해 말 각 대학 총학생회 선거를 거쳐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정부여당이 반값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반 토막 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전국지역신문협회로부터 2011 의정대상을 수상하셨는데, 비결이 있다면?
▲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5·18기록물이 등재될 수 있도록 의정역량을 총결집시킨 것, 광주전남지역 대학 및 과학기술 예산의 증액에 힘써 왔던 것, 친환경 무상급식 제도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했던 것 등을 지역신문협회 측으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다. 지역현안 해결과 국회의원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던 것인데 기대 이상의 큰 상을 받아 기쁘다.

“5선 중진의원으로
역할에 최선 다할 것”

- 내년 총선과 대선을 전망하신다면?
▲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특히 유권자들은 교만하고 방심하고, 나사 풀어진 모습을 굉장히 싫어한다. 국민의 뜻을 섬기고 받들며 겸허한 마음으로 민심에 다가가야 한다. 온 힘을 다해 민심의 바다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야당 10년, 여당 10년 의정활동을 하며 야권이 16개 광역도지사중 9개 지역을 확보 한 적은 없었다. 초석은 깔려 있다. 내년의 정권교체는 야5당이 당리당락을 버리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의 심판을 호소 할 때 표를 밀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 승리를 확신한다.

- ‘통합’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가?
▲ 현재 추진 중인 야권통합과 연대는 ‘살얼음판’과 같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역할이다. 다른 야당 및 시민사회와 연대·연합·통합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1:1 구도가 될 때 비로소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당의 5선 중진 의원으로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 할 것이며, 아마도 야권을 하나로 묶어내는 메신저 임무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 최선을 다하겠다.

- 앞으로의 각오는?
▲ 5선의원이지만 ‘초선 같은 중진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다. 예부터 광주는 예향과 의향의 도시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명품도시로 만들고 싶다. 중진의 경륜과 나 자신의 성심과 열정을 가지고 광주를 명품과학도시로 거듭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내년 정권교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민주희망21’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데 정권교체의 초석이 되도록 하겠다.



<김영진 의원 프로필>

• 기독청년회 전국회장(기청·EYC 7대 회장)
• 유신반대 광주YWCA사건 및 5.18 민주화운동으로 2회 투옥
• 국회의원(제13·14·15·16·18대 - 5선)
• 제53대 농림부 장관
• UN/유네스코 아태지역교육의원연맹 수석부의장(현)
• 세계한인교류협력기구(W-KICA) 상임대표(현)
•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장(현)
•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광주유치 공동위원장(현)
• 민주희망 2012(구 쇄신연대) 상임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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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곳에 떨어진 ‘이혜훈 폭탄’

엉뚱한 곳에 떨어진 ‘이혜훈 폭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정부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에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뻥뻥 터지고 있다. 지명 직후 국민의힘을 두 쪽으로 가르더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까지 혼란에 빠트렸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다. 인사청문회까지 몇 개의 고비가 남았을까?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이 전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중진 보수 정치인이다. 오랜 기간 보수에 몸담은 인사를 초대 경제 부처 수장으로 지명한 만큼 ‘경제·민생 통합’이란 이재명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속전속결 손절 치기 이날 이 수석은 이같이 밝히며 “이 후보자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KDI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정책과 실무에 능통하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민주화 철학에 기반해 최저임금법, 이자제한법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고 불공정 거래의 근절과 민생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며 “곧 출범하는 기획예산처가 국가 중장기 전략을 세심하게 수립하도록 해 미래 성장 동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휴일임에도 즉각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자당 소속인 이 후보자를 제명 조치했다. 국민의힘은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오후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당헌·당규에 따라 이혜훈 전 의원에 대한 제명과 당직자로서 행한 모든 당무 행위 일체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이재명정부의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함으로써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을 앞두고 국민과 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선출직 공직자 평가를 실시하는 등 당무 행위를 병행함으로써 당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당무 운영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직을 정치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이재명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이 유독 거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이 후보자가 자당 출신인 점은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 어게인’과 결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등 강성 행보를 보였다. 배신자 VS 외연 확장 보수 가르더니… 자진 사퇴 VS 일단 중립 진보도 두 쪽 후보자 지명 이틀 만에 국민의힘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기회주의자’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며 ‘이혜훈 배신자 프레임’을 띄우는 한편, 지금이야말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외연 확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며 분열하는 양상을 띤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해 “당의 지원을 받는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단물을 빼먹은 분”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이정부의 앞잡이가 되어서 기획예산처 장관이라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자신의 영혼을 팔고, 자리를 구걸하고 있다. 그것을 탕평이라고 볼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글삭튀 이혜훈, 소신도 없이 이재명에게 러브레터를?’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보수 전사인 척하더니 자리를 넙죽 받았다. 이혜훈은 이재명의 기본소득, 보편 복지, 수요 억제 부동산 정책을 가장 세게 까왔다”고 말했다. 이는 내정 직후 이 후보자가 입장문을 통해 “경제와 민생 문제 해결은 본래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든지 협력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저의 오랜 소신”이라는 대목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범보수인 개혁신당은 이 후보자의 ‘배신자론’이 과하다며 오히려 보수 때리기에 나섰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이 전 의원은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버리고 결국 강을 건넜다. 우리는 그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며 “거국 내각은 보통 정권 말기의 레임덕 국면에서 등장하는 유화책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권 초기부터 이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감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은 이 전 의원을 배신자로 몰아세울 때가 아니라, 보수 진영이 국민께 매력적인 비전과 담론을 제시하여 희망을 드려야 할 때”라며 “누군가 등을 돌렸다면, 왜 떠났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지 떠난 사람을 저주해서 무엇을 얻겠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보수 담론이 저급해진 원인은 상대를 감옥에 보내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검찰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며 “정책을 놓고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니, 결국 상대를 감옥으로 보내는 데만 몰두했고, 그것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이제 남은 것은 저주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파도 파도 끝이 없네 여러 의미로 ‘파격 인사’인 만큼 이 후보자의 지명을 놓고 무수한 뒷말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세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경제 총알받이’ ‘국민의힘 분열’ 등 청와대가 전략적으로 지명했다는 설이 있었다”며 “겨우 그런 걸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이런 리스크를 떠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후보자라는 시한폭탄이 여당 쪽으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강선우·김병기 의원의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사나운 민심의 파도를 건너던 도중 이 후보자를 둘러싼 ‘초대형’ 갑질 의혹이 터지면서 전직 관계자들의 폭로전이 시작됐다. 2017년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던 이 후보자가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언론 기사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턴 직원에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등 질책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이후 이 후보자가 보좌직원에게 자신에 대한 비판 댓글을 지우게 하거나 직접 반박 댓글을 달게 하고, 상호 감시를 지시하거나 구의원들에게 집회에서 삭발을 강요했다는 등의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하루 간격으로 ‘비행기 좌석 업그레이드’ ‘수박 배달’ 등 자잘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결국 이 후보자의 갑질 논란은 어느 새 고발전이 됐다. 지난 2일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이 후보자를 협박·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권력 우위에 있는 국회의원이 약자인 인턴 직원에게 모욕적 언사를 반복하고, 공적 직무와 무관한 개인 주거 공간의 프린터 수리를 지시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자 직권 남용”이라며 “이 대통령은 즉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에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고발장을 제출했다. 땅 투기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후보자의 배우자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공식 개항 전인 2000년 1월 초 인천 중구 중산동의 잡종지 약 200평(6612㎡)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 후보자의 과거에 제출한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 땅은 2006년 한국토지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에 39억2100만원에 수용됐다. 6년 사이 약 세 배의 시세 차익을 번 것이다. 그래도 품어야 주 의원은 “서울 사는 이혜훈 부부가 인천 잡종지 2000평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김씨가 땅 투기를 통해 재산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이 후보자의 청문회 날짜가 오는 19일로 확정됐다. 국민의힘은 19~20일 이틀간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 간의 조율 끝에 충분한 질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정해졌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우선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입장을 청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제명까지 당하면서 이정부와 함께하길 택했다. 지금 자진 사퇴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라며 “만일 지명 철회를 하더라도 청문회를 통해 입장을 밝힐 기회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 생명 다 걸고 온 사람한테 해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쫓아내는 건 정부 입장에서도 (모양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 역시 정면돌파를 택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들과 만나 “청문회에서 다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던 민주당인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42%로, 긍정 평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당에서도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모양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이날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지명한 것에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적 평가는 42%로 집계됐다.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적 평가는 35%, 모름·무응답은 23%로 드러났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8.2%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국 민주당 내에서도 자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도저히 방어할 수 없다”며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권했다. 이 지명 부정 평가 42% 그래도 버티는 이유 뭐? 장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우리가 여당이기 때문에 소명 기회를 부여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방어도 해 줘야 하지만 지금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조승래 사무총장이 ‘언급 자제령’을 내렸다. 이 후보자가 위태롭고 고립돼있다는 걸 정말로 증명하는 말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것도 적절치 않으니 본인이 결단을 하는 게 맞다”며 “이미 만신창이지만 청문회를 버텨낼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증을 통해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부 인사는) 불완전한 상태로 국민께 추천을 드리는 단계가 있고, (지금은) 그런 보도가 되면 언론이 검증을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고 나서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과 함께 제도적으로 그것들을 바탕으로 다시 최종 점검하는 것이 검증 절차”라며 “국민과 함께 검증하는 청문회 과정까지는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청문회를 통한 검증 이후 최종 판단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며 “적어도 국민적 정서에 맞는가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제가 이 후보자라면 잘못한 말·행동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철저히 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고,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갖출 비전과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맞추겠다고 어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 통과 전망에 대해서는 “청문회 당일 지켜봐야 한다. (이렇게) 어필하면 청문회를 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 대통령 결정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가) 다 마음에 들어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결정이 잘 된 결정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국민의힘이) 즉각 제명하고 비난하다 보니 국민의힘 쪽으로는 갈 수도 없다. 이쪽(민주당)에서 더 잘해야 한다. 파이팅하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거센 비판 속에서도 청와대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것이란 기류도 읽힌다. 믿는 구석 통할까?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발 갑질 논란에도 의원들이 끝까지 버틴 이유는 폭언·갑질 등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의원직 사퇴까지 이어지지 않는 이상 버티고 보는 것이다. 강 전 의원은 ‘1억 자금’ 논란이 불거지면서 탈당했지만 이 후보자의 경우 법적으로 걸릴 게 없다고 자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덕성 차원에서는 큰 타격을 입겠지만 끝에 가서는 결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민감한 소재인 갑질 의혹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곱절이 됐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왼쪽으로 넘어온 이혜훈 누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은 1964년생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레스터대 경제학과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거치는 등 경제 분야서 활동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후보자로 서울 서초 갑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으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했고,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도 활약했다. 지난해 22대 총선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중구·성동구을 선거구에 출마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후보자에게 패배해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추대를 촉구하는 209인의 전직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