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행권 파워게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3.19 10:13:54
  • 호수 1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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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죽자” 속 보이는 논개 작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연임 회장님들(하나금융구륩·KB금융지주)을 흔들었던 금융감독원장이 사라졌다. 웃어야 할 회장들은 더 울고만 싶다. 왜 그럴까. 
 

 하나은행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2일,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다. 최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당시 대학 동기 L씨의 부탁으로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입사하는 데 관여했다. L씨는 최 원장이 졸업한 연세대 경영학과 71학번으로 중견 건설사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대규모 검사단
현장조사 착수

최 원장은 의혹 사흘 만에 사임했다.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를 진두지휘해온 금융당국의 수장이 본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자리서 물러난 셈이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의 빠른 사임으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먼저 지난해부터 최 전 원장과 두 회장은 연임을 두고 갈등을 이어왔다. 이들은 지난해 ‘셀프 연임’ 논란을 빚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최근 잇따라 금융사 CEO ‘셀프 연임’ 관행을 비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경영권 승계 절차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및 운영 등에 대한 조사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 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률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하나·국민 은행 등 11개 시중은행의 특별검사를 통해 채용비리를 적발했다고 지난 1월26일 발표했다. 일각에선 금감원 채용비리 특별검사가 셀프 연임한 김 회장과 윤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원칙적으로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지만, 금감원을 통해 적폐로 찍힌 전 정권 회장들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임 회장들 흔든 금감원장 사임
웃어야 할 판에…노심초사 이유는?

이런 내막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최 전 원장과 김·윤 회장은 파워게임이 한창이었다. 특히나 최 전 원장과 김 회장의 갈등은 첨예했다. 이 와중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가 불거지고, 그가 전격 사임하면 파워게임에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에선 최 전 원장 채용비리 단서를 김 회장이 흘린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김 회장이 최 전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시절 뒤를 캐고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하나금융 내부에서 최 전 원장이 사장이던 시절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입 모았다. 

사퇴를 압박하던 최 전 원장이 사라졌지만, 김·윤 회장은 웃지 못한다. 최 전 원장이 생각보다 빨리 사임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고위 인사는 “두 회장은 ‘셀프 연임’ 적폐 회장 등으로 찍히며, 이번 정권에서 같은 처지에 놓였다”며 “최 전 원장 채용비리 사건은 이들에게  ‘모’ 아니면 ‘도’ 전략이었는데, ‘도’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회장 입장에선 최 전 원장이 최대한 오래 버티며, 비난의 화살을 맞길 바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 전 원장이 금감원장 자리를 지킨다면 채용비리에 연루된 두 회장들도 사퇴하지 않을 명분이 생긴다. 

급물살 타는
검찰 수사는?

윤 회장은 조카를 특혜 채용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서류 전형과 1차 면접서 최하위권이었던 윤 회장의 종손녀에게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부여해 채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2015년 신규 채용 당시 윤 회장의 종손녀는 서류 전형서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서 300명 중 273등에 머물렀다. 이후 2차 면접서 최고등급을 받아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다.

하나은행에선 사외이사와 관련된 지원자가 필기 및 1차 면접서 최하위 수준이었으나 전형공고에 없던 ‘글로벌 우대’로 전형을 통과한 뒤 임원면접 점수도 임의로 상향 조정돼 합격했다. 

또 불합격이었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을 합격시키려고 이들의 점수를 임의로 올려주고, 합격권이었던 수도권 대학 지원자 점수를 내리는 방법으로 합격자를 바꿨다. 

더불어 김 회장의 조카의 하나은행 특혜 채용 의혹도 불거졌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 행장은 지난해 10월 채용비리 의혹이 터지자 사퇴했다. 지난해 10월16일 국정감사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150명 공채 중 약 10%인 16명을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주요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지인 등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감원이 채용비리 자체검사 결과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 전 행장은 전격 사임했다. 

앞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두 회장은 최 전 원장이 양지를 지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 전 원장이 의혹 제기 사흘 만에 사퇴하면서 계획이 ‘도로묵’이 돼 버렸다.


금융권에서는 최 전 원장 사임으로 현재 채용비리에 연루된 금융사 회장들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점쳤다. 먼저 이들 회장이 직을 유지할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걸리는 은행 
 한곳도 없을 것”

김·윤 회장도 현재 친인척을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금융사에 특혜 채용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지인을 채용한 최 전 원장보다 가족을 채용한 의혹이 있는 이들 두 회장의 도의적 책임이 더 무겁다는 평가다.
 

더불어 칼날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먼저 금감원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이례적으로 대규모 검사단을 꾸리고 강도 높은 검사를 예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최성일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를 단장으로 3개 반, 20여명 규모의 검사단을 구성해 이날부터 하나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했다. 최 원장이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있을 때 지인의 아들을 추천하면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2013년 전체가 검사 대상이다.  

금융회사 1곳의 검사를 위해 이처럼 대규모 검사 조직이 꾸려진 만큼 ‘현미경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진행된 은행권 채용 비리 검사 때 은행 1곳당 투입된 인력은 3, 4명 정도였다. 


금감원은 또 검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최종 검사 결과만 감사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은행권 채용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각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실무책임자를 구속하는 등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지난달 8일에 이어 지난 7일 또다시 하나은행 본사 은행장실과 인사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장 잃은 금감원의 반격 시작
하나은행부터…강도 높은 검사

검찰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기소 방침을 확정하고 기소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회장까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나 아직 소환 등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은 채용비리가 저질러지는 과정에 하나금융그룹 수뇌부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 사외이사와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55명 등이 포함된 ‘VIP 리스트’를 작성해 채용 과정에 특혜를 준 의혹을 사고 있다. 55명은 2016년 공채서 모두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이중 필기시험을 통과한 6명은 임원 면접 점수 조작으로 전원 합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빨라지고 있다. 최 전 원장 사퇴 직후 검찰은 지난 14일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관련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윤 회장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친척을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회장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달 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를 구속했다. 국민은행 채용비리 수사가 시작된 이래 첫 구속자다. 채용 비리 실무 책임자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회장 소환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소환은 수사가 진행돼서 범죄 혐의점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번 압수수색 대상에 경영진 사무실을 포함하는 등 결국 수사 칼날이 경영진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비리 정보를?
난타전 예고

지금 상황을 볼 때 김·윤 회장은 풍전등화다. 금감원에 이어 금융위원회까지 두 회장에 칼날을 빼들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표명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권 채용비리가 재발되지 않도록 발본색원하고 감독기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정태 회장 연임 문제없나

국내 민간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15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 안건에 대해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의혹을 이유로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하나금융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김 회장이 주주가치를 훼손한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판단해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의 KEB하나은행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과 김 회장 아들과 금융지주 계열사간 부당거래 의혹, 박근혜정부 ‘창조경제 1호’ 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부실대출 의혹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제시했다.

이 회사는 “관련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김정태 후보는 금융회사 임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현 상황으로 볼 때 이미 김 후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저하됐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KEB하나은행을 비롯해 다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금융지주 수장의 신뢰 저하는 후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 후보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혐의 등은 기업 및 주주가치에 중대한 훼손을 입힌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후보 추천 과정도 문제로 삼았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인 사외이사 7명 가운데 대다수가 김 회장으로부터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하지 않아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회장은 2012년 취임 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계속 포함된 상태서 윤성복·박원구 사외이사 등을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사퇴한 박문규 전 사외이사의 아들과 김정태 회장의 아들이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을 영위하면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따라서 박 전 이사가 추천한 송기진·차은영 사외이사 역시 김 회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서스틴베스트는 2006년 설립된 컨설팅 업체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성과 평가와 주주총회 안건 분석·의결권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14∼2015년에는 국민연금에 주총 안건 분석을 제공했으며 현재도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에 의결권 자문을 하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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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