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폭탄발언 파문

김윤옥 무슨 사고 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경천동지할’ 일 세 가지 중 하나를 털어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그 주인공이다. 17대 대선 때 당락을 좌우할 큰 실수를 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다만 김 여사의 ‘큰 실수’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아 궁금증이 증폭된 상태다. 
 

최근 정두언 전 의원은 ‘경천동지’라는 말을 꺼내면서 이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있던 일들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지난 1월 한 매체를 통해 처음 언급됐다. 당시 정 전 의원은 “17대 대선 과정서 경천동지할 일들이 세 번 벌어졌는데 후유증이 대선까지 갔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윤옥 겨냥한
정두언 작심 발언

정 전 의원의 경천동지 발언은 1월23일 JTBC <뉴스룸>을 통해 한층 구체화됐다. 경천동지할 일이 모두 돈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정 전 의원은 “돈도 관련이 되고, 좀 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사람도 관련이 있다”며 “당연히 불법적인 것은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에는 김윤옥 여사가 경천동지할 일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서 가족이 연루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부인이 연루됐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또 같은 날 오후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선 “김윤옥 여사의 돈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며 김 여사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여사를 겨냥한 정 전 의원 발언은 지난달 28일 한층 구체화됐다. 정 전 의원은 <서울신문>과 인터뷰서 불법 정치자금이 문제였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2007년 대선 막판에 김 여사가 엄청난 실수를 했다. 당락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인데, 그 일을 막느라고 ‘집권하면 모든 편의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 줬다”며 “요구하는 돈도 사재까지 털어가면서 줬다”고 고백했다. 

그는 ‘김윤옥 여사와 관련된 돈이라는 것은 어떤 성격이냐’는 물음에 “불법자금이 되겠다”고 답했다. 
 

대선 과정서 조성된 자금과 김 여사의 연관성을 묻자 “제가 그런 얘기는 확실하게 드릴 수 없다. 하여간 ‘여사하고도 관련이 있다’라고 까지만 얘기 드리겠다”며 “(대통령)후보 부인의 역할이 크다. 또 부인들 사이서 비용이 많이 나가니까 거기에 정치자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선거 과정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선거 활동으로 사용된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물음엔 “그러니까 비공식적인 돈이 또 들어간다”고만 답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의 작심 발언 뒤 여당은 곧바로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정두언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큰 실수’가 불법자금일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정 전 의원은 뜸들이지 말고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무마했다고 밝힌 만큼 누구보다 진실을 알고 있는 정 전 의원은 귀책사유가 있다”며 “진실은 감춰지지 않는다. 정 전 의원이 사필귀정의 자세로 용기를 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때 최측근
칼 들이댔다

사실 역대 정권마다 친인척 관리는 민감한 문제였고 정권 출범을 앞두고 늘 특별 대책을 발표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정권이 후반부로 갈수록 구속되는 친인척이 늘어났다. 

친인척을 활용해 ‘한탕’ 하려는 이들의 유혹은 끈질겼다. 정권이 끝나기 전에 ‘한몫’ 챙기려는 욕심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범위는 8촌 이내 친족과 외가 쪽 6촌 이내, 부인 김윤옥 여사의 6촌 이내 친족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친인척과 관련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관리해야 할 친인척이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200여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900여명이었는데 이명박정권에서는 1200여명에 달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를 겨냥한 정 전 의원의 발언이 2008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을 내비친다. 당시 김옥희씨의 나이는 74세였다. 

2007년 대선 막판 엄청난 실수?
돈에 각서까지 써주면서 입막음

김옥희씨는 2008년 2월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면서 김종원 전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30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09년 4월 대법원은 김씨에 대해 징역 3년과 추징금 31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전직 공기업 임원 등으로부터 다른 공기업 감사를 시켜줄 수 있다면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당시 민주당은 김옥희씨가 연루된 것을 두고 사기 혐의가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다뤄야 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측은 “이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인 동시에 사기사건으로 같이 조사돼야 하는 것”이라며 “사기를 쳤는지 안쳤는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하는 일로 25억을 반환했기 때문에 악의적으로 사기를 할 의사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으니 먼저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조사하고 사기죄 여부를 추가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이 김 여사를 언급한 뒤부터 김옥희씨가 더욱 조명 받고 있다. 김 여사는 1947년 경상남도 진주서 태어나 3세 때 대구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창초등학교-대구여중-대구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했다.
 


2008년 <여성동아> 보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의 은사와 김 여사 오빠의 중매로 처음 만나 1970년 12월19일 결혼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야간 고등학교 시절 은사가 김 여사의 오빠와 친구 사이였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1941년생으로 당시 29세, 김 여사는 23세였다. 이 전 대통령이 1965년 입사한 현대건설서 젊은 나이에 이사로 승진해 승승장구할 때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입사 후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 등 굵직한 일을 도맡아 해냈다. 

이를 인정받아 1977년 불과 35세의 나이에 현대건설 사장으로 승진했다. 젊은 나이에 중역 부인이 된 김 여사는 조용히 남편을 내조했다. 

다시 들춰지는
숨기고픈 치부

정 전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김 여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정원 특활비가 김 여사에게 달러로 전달됐다는 진술까지 나오며 이 전 대통령 일가 전체를 조여가고 있는 상황에 또 다른 비리 의혹들이 계속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여사의 비리 의혹이 화수분처럼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김옥희씨가 구속되던 상황이 사실은 김 여사와 연관됐을 가능성마저 의심하는 분위기다. 김어준은 지난 2일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서 “과거 김윤옥 사촌언니가 구속된 사건이 있다”며 “당시에 김윤옥 여사 대신 갔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 당선 직후라 유야무야 넘어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과의 깊은 골 때문이라도 정 전 의원이 언젠가는 경천동지할 일들을 밝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 창업공신으로 한 때 ‘MB의 남자’라 불린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의 인물이었다.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정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을 끝으로 20년 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정치권에 입문했다. 17대 총선부터 서울 서대문을서 내리 3선을 했다.

정 전 의원은 2002년 서울시장 선거서 지지세가 약했던 이명박 후보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자리를 꿰찼다. 이명박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선 기획본부장으로, 대선 본선에선 총괄기획팀장으로 MB캠프를 쥐락펴락했다. 

하지만 그의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2008년 인수위 시절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주도권을 빼앗긴 정 전 의원은 즉각 18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서명파동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이 전 대통령과의 관계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그는 4년간 이명박정부의 ‘눈엣가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양편서 ‘권력다툼’을 벌였던 정 전 의원과 이 전 의원은 2012년 저축은행 비리로 나란히 발목을 잡혔다. 하지만 이들의 운명은 지난 2014년 대법원 판결로 다시 한 번 엇갈렸다. 

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나란히 재판을 받은 끝에 이 전 의원은 징역 1년2개월이 확정됐고, 정 전 의원은 파기환송심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요원한 실체
언제 터질까

최근 정 전 의원은 지속적으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 주장해왔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다스 관련 의혹에 대해 "이명박정부서 벌어진 일 중에 가장 치졸한 일"이라고 말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역대 영부인 내조 스타일 비교

국민들의 기억에 영부인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각인시킨 육영수 여사는 전형적인 ‘활동형 퍼스트레이디’였다. 영부인 보좌를 위한 청와대 비서실을 최초로 만든 그는 ‘양지회’와 ‘육영재단’ 등 독자적 사업영역을 구축했다. 

육 여사는 이들 단체를 통해 여성·장애인·아동 등 소외된 약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으며 정신지체아동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육 여사의 이런 행보는 의도와 상관없이 박 전 대통령의 반(反)민주적 독재통치의 그늘을 가리는 효과를 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여사 역시 육 여사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은 영부인이었다. 하지만 육 여사와 달리 이 여사는 정권 내내 구설에 시달렸다. 이 여사는 대통령 취임식 첫날부터 이탈리아산 명품 시계와 휘황찬란한 옷으로 치장하고 등장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아교육 진흥을 위한 ‘새세대육영회’,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를 지원하는 ‘새세대심장재단’ 등 선의로 시작한 사업조차 이 여사가 자금관리를 독점하면서 비리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여사는 또 최근 펴낸 자서전서 “우리 내외도 사실 5·18사태의 억울한 희생자”라고 밝혀 공분을 샀다. 

손명순 여사는 조용한 그림자 내조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다. 손 여사는 청와대에서 생활한 5년 동안 수행원들과 운전기사, 여성 직원을 위한 식당이나 휴게실을 만드는 활동 등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아침마다 상도동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해 100인분의 된장국을 준비한 에피소드는 지금도 회자된다. 

이희호 여사와 김윤옥 여사는 참여형 퍼스트레이디로 분류된다. 이 여사는 수년간 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바라지만 한 게 아니라 남편을 대신해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벌였다. 

이 여사는 퍼스트레이디의 단독 해외순방을 처음 시도했고 2002년에는 유엔 아동특별총회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스스로 익힌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반자인 김 여사는 ‘한식 세계화’에 관심이 많았다.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오찬과 만찬 메뉴를 직접 고르는 등 적극적인 내조 외교를 펼쳤다. 

김정숙 여사는 묵묵히 뒤를 지키는 그림자 역할에 머무르기보다 퍼스트레이디로서 국민과 긴밀히 소통하며 문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수행을 돕는다. 김 여사는 대선은 물론 총선 때도 문 대통령에게 마음을 돌린 호남을 종횡무진 누비며 ‘호남특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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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