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벽두’ 메리츠화재 특검, 왜?

뭘 잘못했길래…연초부터 털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금융감독원이 메리츠화재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몇 해 전 불거진 고객정보 유출 논란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까닭이다. 연초부터 비정기적인 특별검사가 진행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지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손해보험국은 특별검사를 위해 전날 오전 메리츠화재 서울 여의도 사옥에 검사 인력과 IT인력 10여명을 파견했다. 금감원은 메리츠화재 고객 정보 관리 시스템과 독립보험대리점(GA) 영업관리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검사 기간은 오는 19일까지다.

조사 인력 파견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연초부터 특정회사를 대상으로 비정기적인 성격의 특별검사를 진행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금감원 인력이 파견된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일부 GA가 보험상품 가입 설계를 의뢰한 고객의 사전 정보 제공 동의 없이 기존 보험 가입 내역을 조회한 데 따른 조사로 해석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반적으로 실손의료보험은 중복 가입하더라도 중복 보장을 받을 수 없고 정액담보는 여러 개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정해진 금액만큼만 보장을 수 있어 가입 설계 전에 기존 가입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


물론 고객의 사전 동의를 얻은 후 조회가 이뤄지면 고객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했다고 보긴 힘들다. 문제는 메리츠화재는 여타 보험사와 달리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등 개인정보 제공 동의 절차를 받지 않고 자사 고객 정보를 GA에 유출했다는 논란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GA 설계사는 메리츠화재에 접속 시 고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서 고객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어도 어떤 종류의 보험에 가입해 있는지 상세한 내역이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셈이다. 고객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유출·오용하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징역 5년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금감원 특별검사 착수…무슨 이유로?
고객내역 불법조회? 개인정보 유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인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등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구해야만 고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메리츠화재가 고객의 동의없이 개인정보나 보험가입 내역을 유출해 사용하도록 방조했다면 다른 보험사에 비해 영업에 훨씬 유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메리츠화재는 2016년 11월 금감원으로부터 전자금융거래 이용자 정보 관리 미흡 등으로 3건의 개선 명령을 받은 전례가 있다. 금감원은 이용자 정보를 포함해 고객정보 접근권한 통제 및 테스트데이터 변환·사용 통제절차를 불합리하게 관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이후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본인인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 변경 ▲고객정보 접근 및 조회는 업무에 필요한 부서와 직원 등에 최소한의 정보만 제공 ▲테스트데이터 변환 신청 시 이용기간을 명시하고 이용기간이 경과한 테스트 데이터는 즉시 삭제 등을 지시했다.


몇몇 금융권 관계자들은 몇 해 전 떠들썩하게 만든 개인정보 유출건의 재발로 인한 금감원의 특별검사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이 경우 메리츠화재는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초부터 금감원서 대규모 인력을 파견했다는 건 지난해 말부터 특별검사를 위한 절차를 밟았다는 뜻”이라며 “금감원은 개인정보 활용 관련 업무 처리가 적정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2013년 회원 16만3925명의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앓았다. 내부 직원이 개입됐던 터라 관리감독 부실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당시 임직원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배포하며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불과했다.

2015년 2월에도 고객정보가 담긴 음성녹음 파일이 인터넷 상에 노출되면서 메리츠화재는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노출된 개인정보는 장기보험금 지급에 대한 손해사정 업무를 위탁받은 협력업체가 2014년 5월부터 9개월간 축적한 총 70만건 분량이었다. 

이때 주민번호는 물론이고 교통사고 이력, 병원 이용 내역 등 중요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유출됐다.

백업 서버에 숫자로 구성된 인터넷 주소인 IP주소는 비정상적으로 설정돼있었으며 이 때문에 약 200건의 외부 접속이 이뤄졌다. 이 IP주소는 검색사이트나 링크를 통해 노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내서 활동하는 해커들이 은밀히 정보를 공유하는 유료사이트에 공개된 상태였다는 게 드러났다. 메리츠화재는 발 빠르게 사태를 수습했지만 고객들의 신뢰도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영업 자료 확보

메리츠화재 측은 금감원의 특별감사에 대한 섣부른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특별검사의 정확한 목적은 파악하기 힘들지만 보험 설계 요청 절차에 대한 전반적인 확인 과정쯤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과 연관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메리츠 실세’ 김용범 부회장은?

김용범은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의 핵심 경영인으로 꼽힌다. 1963년생인 김 부회장은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 최고재무관리자(CFO)로 부임하면서 회사와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12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의 메리츠화재 대표직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김 부회장의 재임기간 메리츠화재의 실적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독립보험대리점(GA)에 힘을 실어 보험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최대 성과로 꼽힌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3137억원을 냈는데 2016년 같은 기간 1937억원보다 61.95% 증가했다. 3분기까지 누적 보험료수익은 5조8243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05% 늘었다. 매출 증가폭은 주요 손해보험사 5곳 가운데 가장 크다.

김 부회장은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설계사없이 보험상품에 바로 가입하는 다이렉트채널도 강화했다. 2016년 캐릭터 ‘온디’로 마케팅을 시작했고 2017년 3월에 다이렉트 채널 전용 멤버십을 내놓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2017년 1∼3분기 기준으로 자동차 다이렉트보험 매출 904억원을 냈는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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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