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67)심리전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0:50:39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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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공격 노리는 당나라 왜?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직속 부하 군사들을 월성에 소집한 유신이 적의 동태 아울러 선덕여왕의 상태를 가늠하며 시일을 조정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늦은 시간에 망루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유신의 눈에 동쪽 하늘에 떠 있던 별이 월성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저만치 어둠 속에 선덕여왕이 머물러 있는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기어코 운명을 달리했구나.’ 


들릴 듯 말 듯 독백을 내뱉고 명활성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고함이 들려오는 듯했다.

유신이 잠시 선덕여왕이 있는 곳과 명활성을 번갈아 바라보다 저만치에 있는 죽지를 불렀다. 

죽지에게 긴급히 지시내리고 최정예 병사들을 소집했다.

그들에게도 급히 지시를 내리고 선덕여왕이 머무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알천을 위시하여 춘추 등 여러 대신들이 흐느끼고 있었다. 

일망타진


“기어코…….”

춘추의 말소리가 서러움으로 잠겨들었다.

비록 군주와 신하를 떠나 자신을 끔찍하게 아껴주던 이모였다.

충분히 그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듯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장군, 언제까지 저들을 두고 볼 참입니까?”

죽지의 아버지인 각간 술종이 앞으로 나섰다.

“바로 처리해야지요.”

“바로라고 하였는가?”

“그러합니다, 상대등 대감.”

임시로 상대등 직을 수행하는 알천의 질문에 유신이 힘주어 답했다.

“무슨 특별한 사유라도 있는가?”

“망루에서 적진을 살피는데 돌연 별이 이곳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저들도 그 모습을 보았을 터고 그로 인해 기고만장해서 들떠 있을 겁니다.”


“그 순간을 치겠다는 말인가?”

“단순히 그렇지 않습니다.”

“하면.”

“잠시 후 자정 무렵에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떠오를 것입니다. 그 순간에 기습공격을 감행해서 역적들을 일망타진하렵니다.”

“별이 다시 떠오르다니요?”

호림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살폈다.


“저들을 혼란에 빠트려야지요.”

“저들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떨어진 별이 다시 떠오른다면, 그러면 여주께서 숨을 거둔 게 아니란 말입니까?”

“여주의 죽음과는 상관없이 별이 떠오를 겁니다.”

“우리에게 말하기 곤란한가?”

급기야 필탄이 나섰다.

“곤란한 것은 아니고, 소장이 죽지로 하여금 다시 별을 띄우라 했습니다.”

“다시 별을 띄운다.”

“죽지에게 허수아비를 만들어 불을 붙여 연에 달아 하늘로 띄우라 하였습니다. 또한 그를 시점으로 대대적인 기습공격을 지시하였습니다.”

“그러면 혼란에 빠진 역적 놈들은 그야말로 갈팡질팡하고 그 순간에 몰살하겠다 이 말이네.”

알천이 미소 지으며 말을 받자 모두가 감탄의 표정을 지으며 유신을 주시했다.

“상대등께서는 여기 계신 각간들과 저 역적 놈들을 어찌 처리하실지 입장을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어찌 처리하긴요. 모두 갈가리 찢어죽여야지요!”

춘추가 이빨을 갈았다.

“저들만으로는 안 되지. 이왕 처리할 거라면 후환을 생각해서라도 최소한 구족까지 모두 쓸어버려야 할 일이야.”

“구족이오!”

답을 하고 고개를 돌려 나가는 유신의 등 뒤로 춘추의 외마디 소리가 들려왔다.  

선덕여왕의 죽음…병사 소집한 춘추
당나라 출정소식…고구려 타계책은?

선도해가 사절을 빙자하여 당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자 뒤늦게 그 사실을 확인한 당나라 조정 일부에서 다시금 고구려 침공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이세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결국 고구려 침공을 논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당태종이 복수를 거론하며 친정을 발표하자 다수의 신하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표면상으로 당태종의 몸 상태를 거론했으나 이면에는 지난 침공 시 겪었던 고구려의 예기치 못한 전략에 대한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하여 신하들의 집요한 반대에 결국 이세민이 자신은 빠지고 소규모의 부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한 사실이 선도해가 당을 방문하며 당나라 곳곳에 심어 놓은 세작으로부터 전해졌다.

먼저 군사상 요지인 산해관(山海關, 중국 하북성 지역)으로부터 소식이 날아왔다.

이세적이 요동도행군대총관, 손이랑이 부총관이 되어 군사 삼천을 거느리고 출발했다는 소식이었다.

소식을 접한 연개소문이 선도해를 위시하여 여러 장군들과 함께 보장왕을 찾았다.

“형님 아니 막리지 대감, 이 자식들이.”

“말하게.”

연정토가 허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다 말자 연개소문이 마땅치 않다는 듯 주시했다.

“이게 뭡니까, 고작 군사 삼천이라니요. 이세민인지 쥐세민인지 고구려를 아주 우습게 본 모양입니다.”

연개소문이 연정토를 주시하며 가볍게 혀를 찼다.

“왜 그러십니까?”

“이 사람아, 그게 있을 법한 이야긴가? 정녕 그렇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 뭐 하러 모였겠는가?”

“형님, 알아들어먹게 말 좀 해주세요.”

연개소문이 답에 앞서 선도해를 주시했다.

“연정토 장군, 저 놈들이 단지 삼천으로 고구려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내 말이 그 말 아닙니까?”

목소리를 높인 연정토가 어깨를 으쓱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병력은 속임수고 아마도 다른 길로, 즉 바다를 이용해서 대규모 병력이 침공해 올 겁니다.”

“속임수, 바다!”

“이제 알겠느냐. 맨 정신이라면 삼천으로 가당하겠느냐?”

연정토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전하, 그런 연유로 지금 바다를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선 책사 말마따나 저놈들이 삼천의 병력으로 우리의 시선을 끌고 바다를 건너와 공격을 감행할 모양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내주에서 출발하겠군요.”

보장왕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는 그 시점에 급히 궁인이 들어 조그마한 종이를 연개소문에게 건넸다.

모두의 시선이 연개소문에게 쏠렸고 한 순간 연개소문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뭡니까, 형님!”

날아온 첩보

“자네 문제에 대한 해답일세.” 

연정토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전하, 내주로부터 날아온 첩보입니다. 지금 내주에서 우진달이 청구도행군대총관, 이해안이 부총관이 되어 군사 이만여 명이 승선을 준비하고 있다 하옵니다.”  

“이만이라 하였습니까?”

“그러합니다.”

답을 한 연개소문이 선도해를 주시했다.

마치 그에 대한 답을 달라는 투였다.

“당의 병력으로 보아 전면전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결국 기습공격이란 말이오?”

“이미 노출되었으니, 그리고 그 정도의 병력이면 기습공격에는 합당하지 않지요. 그러니 일종의 심리전을 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심리전이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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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