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②재벌총수들의 ‘여름나기 밥상’ 공개

“세끼 꼬박 챙겨먹는 게 최고의 보양식!”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전례 없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람들은 상승하는 기온과 반대로 기력이 떨어져만 간다. 스태미나를 보충해줄 삼계탕 한 그릇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요즘이다. 재벌 총수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수많은 임직원을 거느리고 기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탓에 정신적?육체적 체력소모가 누구보다 심할 수밖에 없다. 총수들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체력관리가 필수다. 특히 입맛을 잃기 쉬운 여름철엔 ‘수라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 총수들의 기력을 빵빵하게 채워줄 ‘그들만의 밥상’을 들여다봤다.

90세 재계 맏형 신격호 회장, 돌솥비빔밥 예찬론 펼쳐
이건희 회장 서민적 입맛에 눈길…“된장찌개가 최고”

올해 90세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명실상부한 재계의 ‘맏형’이다. 신 총괄회장의 공식적인 나이는 1922년생이지만, 실제론 1918년생이란 얘기도 있다. 지난 2월 차남 신동빈에게 회장직을 넘겨주면서 ‘명예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총괄회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왕좌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70년대 중반부터 한일 양국을 오가는 이른바 ‘현해탄 경영’을 시작, 3?11 대지진 직전까지 홀수 달엔 ‘신격호’가, 짝수 달엔 ‘시게미쓰 다케오’가 됐다. 현재 4개월째 한국에 머물고 있지만 거의 매일같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로부터 주요 경영현안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는 등 왕성한 경영활동을 펴고 있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 있다는 반증이다.

강신호 회장
건강비결 ‘소식’

그는 평소 한식과 일식을 즐긴다. 40년 넘게 해온 셔틀 경영패턴이 식탁 위로 고스란히 이어진 셈이다. 아침은 통상 죽으로 해결하지만 점심과 저녁은 한식과 일식을 번갈아가며 먹는다.

그런 신 총괄회장이 으뜸으로 꼽는 여름 건강식은 돌솥비빔밥이다. 별다른 양념 없이 7가지 야채와 갈비만으로 맛을 낸다. 여름철 무더위로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찾아 준다는 게 그 이유다. 신 회장은 “무더운 여름철에는 부담을 주지 않는 담담한 맛이 좋다”며 돌솥비빔밥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보양식보다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건강관리에 가장 중요하다는 게 신 회장의 지론이다. 신 회장은 아무리 급한 현안이 있어도 식사시간만큼은 정해진 시간에 거르지 않는다. ‘밥이 보약’이라는 생각에서다.

신 회장 다음으로 재계 큰형님 위치를 지키고 있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도 85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강 회장은 재계의 여러 모임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 골프를 즐길 정도의 ‘건강맨’이다. 골프 정규홀을 이동카트 없이 장장 6시간 동안 걷는가 하면 동아제약이 주최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특별한 보양식을 즐기진 않는다. 다만 강 회장은 ‘소식’을 건강비결로 꼽는다. 그는 식사량을 80%로 엄격히 제한한다. 총 식사량을 100으로 보면 ‘아침 30, 점심 40, 저녁 30’이 강 회장의 식사 비율이다. 짜고 매운 음식은 절대로 입에 대지 않는다. 특히 아침은 필수. ‘토스트, 인절미, 주스…’가 강 회장의 아침 식단이다. 자사에서 만드는 건강음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해 70세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식단은 ‘재계 1위 기업 총수’라는 타이틀과 달리 굉장히 서민적이다. 어떤 음식보다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된장찌개를 가장 선호한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이 외식을 할 때 주로 찾던 신라호텔의 된장찌개가 국내에서 가장 맛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현재 없어진 상태다.

이 회장은 여름철 별미로 콩국수를 즐긴다. 실제,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이 회장을 위해 삼성본관 부근 식당에서 냉콩국수용 국물을 사가는 모습이 이따금씩 포착되기도 했다. 간식으로는 곰보빵, 단팥빵, 크림빵 등을 즐겨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창시절 추억 때문이라는 게 삼성그룹 측 설명이다.

67세인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소탈하고 검소한 입맛을 가졌다. 구인회 창업자부터 내려온 근검절약 정신이다. 그래서 구 회장도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식성 또한 왕성하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과거 보신탕을 즐겼지만 선친 구자경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로는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소식을 원칙으로 찌개와 생선류 등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한다. 구 회장의 간식거리는 수제비와 칼국수 등이다.

강철체력 박삼구
가리는 것 없어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재계 대표 강골이다. 타고난 건강체질인 정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럭비, 레슬링 등으로 몸이 단단히 다져져있다. 74세인 지금도 젊은 시절의 유연성과 근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의 활발한 현장경영 행보는 현재 건강 상태를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국내외 사업장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해외출장도 자주 나갈 정도로 건강만큼은 자부하고 있는 것.

재계 대표 강골 정몽구 회장, 가리는 것 없는 잡식성
조양호·조석래 회장 보양식보다 운동 등으로 건강관리

선천적으로 건강한 때문인지 특별한 보양식을 챙기진 않는다.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게 전부다. 딱히 가리는 음식도 없다. 뭐든 잘 먹는 잡식성(?)이다. 임직원들과 직원식당을 찾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띌 정도로 서민적인 식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굳이 선호하는 음식을 꼽자면 김치찌개가 있다. 해외출장 중에도 오로지 김치찌개를 먹기 위해 현지 한식당을 찾을 정도다. 정 회장은 라면을 자주 먹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해외 출장길에 오르는 정 회장의 가방 한켠엔 늘 라면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정 회장 못 지 않은 ‘강철 체력’의 소유자다. 매일 아침 5시면 집을 나와 조깅과 헬스로 아침을 시작한다.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에 그룹 임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만능 스포츠맨 회장님’. 특히 수영과 골프는 즐기는 수준을 넘어 프로급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만큼이나 식성도 정 회장과 큰 차이가 없다. 평소 ‘음식을 가리지 말고 잘 먹자’고 강조하며 한·중·일·양식을 가리지 않는다. 비서실에서 식사예약을 할 때 딱히 주문하는 메뉴가 없다는 게 그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젊은 회장님’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젊은 입맛’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전통 한식을 좋아한다. 눈에 띄는 점은 다른 총수들과 달리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 매운 볶음류 등을 자주 먹는다. 종종 사무실에서 햄버거나 피자 등 패스트푸드를 시켜 먹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올해 56세로 다른 기업 총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공감되는 식단이다. 다만 아침식사는 ‘정도’를 지킨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밥, 국, 찌게에 생선류 등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다.

올해 52세인 최태원 SK 회장은 숨가뿐 현장경영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 회장의 밥상은 잘 차려진 성찬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차려진다. 특히 현지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할 때가 많다.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으며 워낙 바빠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기보다 하루 세끼를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아침을 빵과 주스로 대신한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행사가 있을 때는 장소에 따라 양식, 한식, 일식을 가리지 않는다. 요즘 같은 여름엔 삼계탕과 대구탕 등 얼큰한 탕 종류를 즐긴다.

서경배(49)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추어탕으로 여름을 버텨낸다. 홍보 및 비서실 관계자에 따르면 추어탕과 함께 복요리를 즐겨 먹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계탕도 가끔 먹지만 보신탕은 가까이 하지 않는 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웅렬 회장
젊은 입맛 눈길

이밖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3)은 특별한 보양식을 찾기보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제때 먹는 스타일이다. 대신 걷기를 운동 이상 취미 활동으로 즐기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운동을 겸해 각지를 돌며 찍은 사진을 달력으로 만들어 매년 지인들에게 선물할 정도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77)도 마찬가지다. 음식보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는 목욕법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