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골프계 이슈(5~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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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12.18 09:58:51
  • 호수 11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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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필드에선 무슨 일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띠 기대주 골퍼는 누가 있는가?’ 등 새해에 대한 기대로 2017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와 있다. 올 한해도 골프계는 다사다난했고 골프의 대중적 인기도 날로 더해갔다. 1월부터 12월까지 골프계에 일어났던 핫한 이슈들을 월별로 모았다.

5~8월 사이에는 스타 골퍼들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음주운전 혐의로 긴급 체포됐던 타이거 우즈,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유소연, 진출 첫해에 메이저 대회 우승을 기록한 박성현, 군제대한 배상문 등이 주인공이다. 

[5월] 우즈 긴급 체포

지난 5월30일 우즈는 미국 플로리다 주 주피터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시동을 켠 상태로 잠든 채 발견됐다.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어 팜비치 카운티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향후 법원 출두를 서약하고 풀려났다. 우즈는 음주 측정을 거부해 당시에는 우즈의 혈중 알코올 수치 및 동승자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우즈는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일에는 술이 개입되지 않았고 알코올의 영향이 아닌, 처방약에 대한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일어난 것 뿐”이라며 “여러 약을 혼용한 것이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경찰 머그샷에서 우즈는 덥수룩한 수염에 눈에도 다소 초점이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8월1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팜비치카운티 경찰이 공개한 우즈의 독성물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우즈의 소변 검사 결과 5가지 약물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코딘이라는 진통제와 하이드로모르폰, 정신 안정제인 알프라졸람,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 마리화나 성분인 THC가 포함됐다.


우즈의 약물 검출 논란
‘시나브로’유소연 바람

<골프채널>은 “플로리다 주에서 치료 목적의 마리화나는 불법이 아니지만, 바이코딘은 미국식품의약청(FDA)이 운전이나 기계를 다룰 때 필요한 정신적·육체적 능력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주의를 경고한 약물”이라고 덧붙였다.

우즈가 처방을 받고 이들 약물을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음주운전 혐의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즈는 자신이 주최하는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대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장소마저 시설 사용 협약이 종료됐음을 알렸다.

[6월] 유소연 랭킹 1위

유소연이 지난 6월26일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무려 85주간 세계랭킹 1위를 이어가던 리디아 고를 앞질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유소연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2014년 8월 캐나다오픈 우승 이후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2년6개월 가까이 우승하지 못했지만 6월 초에 열렸던 숍라이트클래식까지 64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이어 가는 꾸준한 성적을 내다가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달 6일 박성현에게 추월당하기 전까지 유소연의 세계랭킹 1위는 지속됐다.

한국 선수가 여자골프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신지애, 2013년 박인비 다음으로 세 번째다. 2006년 창설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초대 1위’였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비롯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통산 158주)와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쩡야니(대만),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박인비, 리디아 고, 주타누간에 이어 세계 1위에 등극한 11번째 선수가 됐다.


지난 8월17일에는 세계 여성스포츠재단이 주관하는 ‘2017년 올해의 여성스포츠인’후보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0년 김연아가 이 상을 받고 난 이래 7년 만이다. 11월20일에 열린 LPGA투어 2017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는 30위를 기록하긴 했지만 박성현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 공동 수상을 확정했다. 

[7월] 박성현 메이저 우승

2017년 LPGA에 진출한 박성현은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장식하는 남다른 면모를 보였다. 첫날 58위→21위→4위→1위에 오르는 닥공(닥치고 공격)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박성현은 미국 진출 후 몇몇의 스타 캐디와 호흡을 맞췄지만 만족스러운 호흡을 보이지 못하다가 US오픈에서는 달랐다. 우승에 캐디와의 호흡이 한몫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만큼 손발이 잘 맞았다. 

박성현의 첫 캐디 칸은 폴라 크리머와 12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고 그 이전에는 애니카 소렌스탐, 박세리의 캐디도 맡았던 베테랑 캐디지만 박성현과는 좋은 호흡을 보이지 못했다. 세심한 스타일의 칸은 ‘장타 여왕’ 박성현의 공격적 성향을 살려주지 못해 결별했다. 

박성현은 6월 초 개막한 숍라이트클래식부터 전인지의 메이저 우승을 도왔던 데이비드 존스와 함께했고 공격적 성향인 박성현의 캐디로 낙점된 존스는 US여자오픈 우승을 함께 하며 합격점을 받았다.

사흘 내내 US여자오픈을 관전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를 마치고 이동하는 박성현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박성현의 2017년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메이저 평정 당찬 신인 박성현
복무 마치고 필드 복귀 배상문

2017 US여자오픈은 한국여자오픈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최혜진이 2위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던 유소연은 공동 3위에 입상하면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허미정은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올 KLPGA투어 대상 등 6관왕에 빛나는 이정은은 LPGA대회 첫 출전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한국 1등이 곧 세계1위 기량임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세영, 이미림, 양희영이 공동 8위에 입상하는 등 이번 대회 ‘톱 10’에 8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했다.

[8월] 배상문 전역

2015년 11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했던 배상문이 지난 8월16일 군복무 기간을 다 채우고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왔다. 배상문은 한국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간판선수다. KPGA 코리안 투어에서 9승을 수확했고, PGA투어 2승 기록도 있다. 일본 무대에서도 3승을 수확했다. 


배상문은 군 입대로 미국 투어시드를 잃을 뻔 했지만 PGA 측에서 제대 후 1년간 시드를 보장해주기로 배려해 2017-2018 시즌부터 곧바로 대회에 출전했다. 

전역하자마자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던 배상문은 9월14일 열린 신한동해오픈으로 복귀전을 치렀지만 컷 탈락의 쓴맛을 봤다. 군 제대 후 약 한 달 정도의 준비만으로는 실전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대회 첫날 부진한 출발에도 “그리워하던 필드에 돌아와 행복했다”던 배상문은 2라운드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에 화가 났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2라운드에서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더블보기 1개, 보기 4개를 쏟아내면서 4타를 잃었다. 배상문은 1·2라운드 합계 7오버파 149타를 적어내면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국내 복귀전 이후 2년 만에 미국 본토에서 치른 PGA 복귀전 2017-2018 시즌 개막전 세이프웨이 오픈에서도 배상문은 컷 탈락했다. PGA에서 치른 두 번째 경기인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역시 컷 통과에 실패했다. 한국에서 열린 CJ컵에서도 61위에 그쳤다. CJ컵은 컷 탈락이 없었다. 2년이라는 큰 공백이 있었던 배상문이 매일같이 기량을 갈고 닦으며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들과 대결을 펼치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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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