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세풍’ 막후 조력자 추적

“박연차 털어 노무현 잡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절차와 과정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 고발이 먼저 이뤄졌고 탈세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단서 없이 계열사에 대한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막후서 세무조사를 조종한 세력과 조력자를 자처한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지닌 세무조사는 과거 여러 정권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됐다. 청와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불순한 목적의 세무조사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이 같은 폐단을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결국 그랬다
소문 사실로

지난 8월31일 국세 행정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단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던 과거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 차원의 조사를 진행해왔다. 대상 건수는 김대중정부서 박근혜정부 동안 진행된 50여개 세무조사였다. 

당초 TF는 중간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TF 활동이 마무리되면 최종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서 비공개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중간 진행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TF 점검 결과 총 5건의 세무조사서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연예인 김제동 소속사 다음기획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에 부정적 의견을 제출한 이현주 DW커리어 대표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핵심은 2008년 행해졌던 ‘태광실업 세무조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태광실업에 대해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건 2008년 7월 말이었다. 부산에 있는 중견기업을 조사하는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이 투입된 대규모 조사였다. 

10월 말까지 1차 조사가 마무리된 후 국세청은 조사기간을 연장했다. 국세청이 검찰에 태광실업을 고발(수사의뢰)한 시점은 같은 해 11월25일로 당시는 아직 세무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10년 흐른 뒤 밝혀진 진실
중대한 조사권 남용 결론

국세청 고발을 받은 검찰은 즉각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가량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4월3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과적으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 됐다. 

이 사건으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치권과 국세청 안팎에서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적법성 확인 여부가 TF의 존재 이유라는 인식이 퍼졌다. TF의 재점검은 국세청이 보유한 문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조사 착수와 진행 과정서 문제가 없었는지, 혹시 절차를 어긴 부분은 없는지 등이 확인 대상이었다. 

이 과정서 TF는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무조사가 모두 완료되고 탈세 규모나 방법 등이 확인된 뒤, 이를 검찰에 고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세청의 통상적인 세무조사 절차다. 
 

그런데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말해 탈세 규모나 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서 검찰에 고발부터 했다면 그것은 절차를 무시한 행위에 해당한다. 

절차 무시한
그릇된 조사

직권남용, 조세범처벌절차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TF는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결론내렸다. 매우 이례적이며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심각한 행위로 규정했다. 당시 세무조사가 정상적인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됐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TF는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태광실업 관련 기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세금 탈루 혐의가 미미함에도 조사 대상이 됐고 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중복 조사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차조사 승인을 받는 등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차조사는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지역 세무당국의 유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납세지 관할이 아닌 세무당국이 지역에 관계없이 직접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TF는 국세청장을 상대로 ‘공소시효의 도과 여부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조사권 남용 수단으로 비판을 받은 교차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TF의 입장 발표 후 국세청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지난 22일 한승희 국세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조사권 남용이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검은 그림자
공모자 누구

한 청장은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청사서 취임 후 가진 첫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회의서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정황이 확인된 것에 대해 국세청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TF 활동 목적은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토대서 세정의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F가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세무조사’라고 밝힌 데다 세무조사권 남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 규명을 위한 후속 조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 세력이 정권에 결탁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기획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국세청장이었던 한씨는 2008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 국세청장도 교체되는 게 관례다. 

청와대-국세청 속보이는 결탁
표적수사 진짜 배후는 이명박?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신임 국세청장을 임명하지 않았고 한상률 전 청장은 정권 교체기에 유임된 최초의 국세청장이 됐다. 다만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서울 도곡동 땅의 실체와 BBK 관련 의혹을 파악하고 있던 한 전 청장을 내치면 뒷감당이 힘들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한 전 청장과 청와대가 전략적 공조 관계를 형성하고 친노(친 노무현)계를 타깃 삼아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핀 인물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다. 안 전 청장은 이명박정부가 광우병 촛불시위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태광실업을 희생양 삼아 정략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주장을 제기한 인물이다. 

안 전 청장은 “2008년 여름 한상률 청장이 불러 ‘노 대통령 자금줄인 박연차의 베트남 신발공장을 까야 한다’며 베트남 국세청과의 협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순수한 세무조사라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표적조사였다”며 “통상 세무조사는 기업이 이익을 적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조사하지만 당시 한 청장은 세무조사의 본 목적과 달리 돈의 ‘용처’를 찾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9년이 지난 현재 관련자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앞서 한상률 전 청장은 이 사건으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수사팀은 “국세청장으로서 적법한 판단을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MB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태광실업 세무조사 배후 논란서 빠질 수 없다. 이명박정부 차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는 내용도 정설에 가깝다. 

당시 한 전 청장은 이상득, 정두언 전 의원 등 이명박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두루두루 접촉했고 빠르게 친해졌다고 전해진다.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도 여러 번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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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