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세풍’ 막후 조력자 추적

“박연차 털어 노무현 잡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불러온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절차와 과정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검찰 고발이 먼저 이뤄졌고 탈세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특별한 단서 없이 계열사에 대한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가 이뤄졌던 사실이 드러났다. 막후서 세무조사를 조종한 세력과 조력자를 자처한 인물들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을 지닌 세무조사는 과거 여러 정권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됐다. 청와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불순한 목적의 세무조사가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이 같은 폐단을 극명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결국 그랬다
소문 사실로

지난 8월31일 국세 행정 개혁 방안 마련을 위해 출범한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이하 TF, 단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정치적 논란이 불거졌던 과거 세무조사에 대한 점검 차원의 조사를 진행해왔다. 대상 건수는 김대중정부서 박근혜정부 동안 진행된 50여개 세무조사였다. 

당초 TF는 중간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TF 활동이 마무리되면 최종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서 비공개 운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중간 진행상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TF 점검 결과 총 5건의 세무조사서 국세기본법상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고 노무현 대통령 측근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 ▲연예인 김제동 소속사 다음기획 ▲최순실씨 단골 성형외과의 중동 진출에 부정적 의견을 제출한 이현주 DW커리어 대표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핵심은 2008년 행해졌던 ‘태광실업 세무조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이끄는 태광실업에 대해 국세청이 특별세무조사에 나선 건 2008년 7월 말이었다. 부산에 있는 중견기업을 조사하는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력이 투입된 대규모 조사였다. 

10월 말까지 1차 조사가 마무리된 후 국세청은 조사기간을 연장했다. 국세청이 검찰에 태광실업을 고발(수사의뢰)한 시점은 같은 해 11월25일로 당시는 아직 세무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10년 흐른 뒤 밝혀진 진실
중대한 조사권 남용 결론

국세청 고발을 받은 검찰은 즉각 대검 중수부에 사건을 배당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 회장으로부터 640만달러가량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4월30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고, 5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과적으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촉발한 근본 원인이 됐다. 

이 사건으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정상문 총무비서관 등 노무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정치권과 국세청 안팎에서는 태광실업 세무조사의 적법성 확인 여부가 TF의 존재 이유라는 인식이 퍼졌다. TF의 재점검은 국세청이 보유한 문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무조사 착수와 진행 과정서 문제가 없었는지, 혹시 절차를 어긴 부분은 없는지 등이 확인 대상이었다. 

이 과정서 TF는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국세청이 태광실업을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세무조사가 모두 완료되고 탈세 규모나 방법 등이 확인된 뒤, 이를 검찰에 고발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국세청의 통상적인 세무조사 절차다. 
 

그런데 세무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말해 탈세 규모나 방법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서 검찰에 고발부터 했다면 그것은 절차를 무시한 행위에 해당한다. 

절차 무시한
그릇된 조사

직권남용, 조세범처벌절차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TF는 2008년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의심된다고 결론내렸다. 매우 이례적이며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심각한 행위로 규정했다. 당시 세무조사가 정상적인 세금 추징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으로 진행됐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TF는 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태광실업 관련 기업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업체는 세금 탈루 혐의가 미미함에도 조사 대상이 됐고 조사 대상 과세기간을 과도하게 확대하고 중복 조사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교차조사 승인을 받는 등 절차가 형식적으로 운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차조사는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와 지역 세무당국의 유착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납세지 관할이 아닌 세무당국이 지역에 관계없이 직접 세무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TF는 국세청장을 상대로 ‘공소시효의 도과 여부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또 조사권 남용 수단으로 비판을 받은 교차조사에 대해서는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하고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의 객관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TF의 입장 발표 후 국세청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다. 

지난 22일 한승희 국세청장은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조사권 남용이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검은 그림자
공모자 누구

한 청장은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 청사서 취임 후 가진 첫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회의서 “세무조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정황이 확인된 것에 대해 국세청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TF 활동 목적은 과거에 대한 겸허한 반성의 토대서 세정의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국민의 신뢰가 손상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F가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사실상 노 전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세무조사’라고 밝힌 데다 세무조사권 남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책임 규명을 위한 후속 조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광실업 세무조사가 이뤄지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배후 세력이 정권에 결탁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잖은 후폭풍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기획했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노무현정부의 마지막 국세청장이었던 한씨는 2008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권이 바뀌면 국세청장도 교체되는 게 관례다. 

청와대-국세청 속보이는 결탁
표적수사 진짜 배후는 이명박?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신임 국세청장을 임명하지 않았고 한상률 전 청장은 정권 교체기에 유임된 최초의 국세청장이 됐다. 다만 자신의 아킬레스건인 서울 도곡동 땅의 실체와 BBK 관련 의혹을 파악하고 있던 한 전 청장을 내치면 뒷감당이 힘들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결국 한 전 청장과 청와대가 전략적 공조 관계를 형성하고 친노(친 노무현)계를 타깃 삼아 전방위 세무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핀 인물이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이다. 안 전 청장은 이명박정부가 광우병 촛불시위에 따른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태광실업을 희생양 삼아 정략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는 주장을 제기한 인물이다. 

안 전 청장은 “2008년 여름 한상률 청장이 불러 ‘노 대통령 자금줄인 박연차의 베트남 신발공장을 까야 한다’며 베트남 국세청과의 협조를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순수한 세무조사라기보다는 노 전 대통령을 향한 표적조사였다”며 “통상 세무조사는 기업이 이익을 적게 신고해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을 조사하지만 당시 한 청장은 세무조사의 본 목적과 달리 돈의 ‘용처’를 찾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권남용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9년이 지난 현재 관련자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앞서 한상률 전 청장은 이 사건으로 2011년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수사팀은 “국세청장으로서 적법한 판단을 했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MB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태광실업 세무조사 배후 논란서 빠질 수 없다. 이명박정부 차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세무조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이 전 대통령에게 세무조사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는 내용도 정설에 가깝다. 

당시 한 전 청장은 이상득, 정두언 전 의원 등 이명박정부의 핵심 실세들과 두루두루 접촉했고 빠르게 친해졌다고 전해진다.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도 여러 번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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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