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있기까지 ‘남모를 눈물’
1986년생인 서희경은 170cm의 늘씬한 키와 몸매, 곱상한 얼굴을 지닌 골퍼다. 특히 패션 감각이 뛰어나 그린 위의 슈퍼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골프실력은 물론 빼어난 외모에 패션감각까지 갖춰 미래 한국골프계를 이끌어갈 대형스타로 꼽히고 있다.
서희경은 지난 2004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2005년 프로에 입문했다. 지금은 골프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지만 지금이 있기까지 남모르게 많은 눈물을 훔쳐야 했다.
서희경은 프로데뷔 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5년 2부투어 2위가 최고성적이었을 정도다. 때문에 자신보다 2~3살이 어린 선수들에게 밀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서희경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골프채를 휘둘렀다. 그 결과, 2008년 하반기부터 그녀의 잠재력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해 8월 하이원컵 SBS 채러티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의 물꼬를 튼 이후 우승을 휩쓸며 국내무대를 빠르게 평정해 나갔다. 서희경의 우승을 향한 질주는 2009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유소연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의 등장으로 KLPGA 투어를 이끄는 ‘쌍두마차’의 역할도 훌륭히 해냈다. 서희경은 유소연과의 라이벌 구도로 2009년 KLPGA 투어의 흥행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투어 5승을 올리는 쾌거도 거뒀다. 또 연말 KLPGA 투어 대상 시상식에서는 대상, 상금왕, 다승왕 등 대부분 타이틀을 쓸어 담았다.
국내 정상급에 오르자 해외진출 제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하지만 당시 서희경은 “2010년까지는 국내에서 뛰면서 20승을 달성한 뒤 해외진출을 모색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치면서 터득한 ‘천천히 가는 법’의 진리를 몸소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미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실력은 본인도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2010년이 개막되고 LPGA 투어 시즌 3번째 대회이자 본토개막전인 기아 클래식에서 쟁쟁한 세계최고의 선수들을 모조리 따돌리고 첫 우승을 맛본 것. 그것도 초청선수 자격으로 덜컥 우승해 버린 것이었다. 서희경은 LPGA 투어 사상 19번째 비회원 우승자로 등록됐다.
하지만 최근 열린 ‘US여자오픈’에서 유소연에 밀리면서 아쉽게 2위에 머물게 됐다. 경기가 끝난 후 “17번 홀 실수만 없었어도 연장전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한 그녀지만 “패배를 통해 또 다른 것을 배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패배 역시 성장의 촉매제가 됐다는 얘기다. 서희경은 대체 어떻게 이번 부진을 만회할까. 골프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