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강호’ 유소연 US여자오픈 우승

21살 아가씨 골프채로 세계 휘두르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페어웨이 중앙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위 깃대 왼쪽 2.5m에 떨어졌고 침착하게 라인을 살핀 뒤 친 버디퍼트는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렇게 유소연은 ‘US여자오픈’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로서 그녀는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16살에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고 21살에 여자골프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유소연. 세계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졌다는 유소연. 그런 그녀가 궁금하다.

연장전에서 서희경 3타차로 따돌리고 승리해
한국선수로는 다섯 번째 US여자 오픈 우승 쾌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강호’ 유소연(21)이 올 시즌 세 번째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를 제패하며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US여자오픈 우승컵
2년만에 탈환

유소연은 지난 11일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브로드무어 골프장 동코스(파71·7047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쳐 서희경(25)과 동타를 이룬 뒤 3개홀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연장전에서 유소연은 16번홀(파3)에서 파를 잡은 뒤 17번홀(파5)과 18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로 2언더파를 기록하면서 파-보기-파를 적어낸 서희경을 3타차로 따돌렸다.

유소연은 지난 10일 번개를 동반한 악천후로 4라운드 3개홀을 남긴 채 다음날을 기다려야했다. 서희경에 1타 뒤진 상황에서 11일 연장전에 나선 유소연은 16번홀(파3)과 17번홀(파5)에서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다 18번홀(파4)에서 170야드를 남기고 6번 아이언으로 친 두번째 샷을 홀 2m에 그림같이 떨어뜨리며 버디를 만들어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US여자오픈의 연장전에서는 16~18번홀까지 3개홀 연장전을 치러 낮은 타수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한다. 유소연은 16번홀에서 서희경과 파로 비겼다. 유소연이 승기를 잡은 건 17번홀(파5)에서였다. 유소연이 페어웨이 중앙에서 친 세 번째 샷은 그린 위 깃대 왼쪽 2.5m에 떨어졌다. 침착하게 라인을 살핀 뒤 친 버디퍼트는 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반면 서희경은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에 빠뜨리는 실수로 네 번째 샷 만에 그린 위에 볼을 올렸다. 4m가 넘는 거리에서 친 파 퍼트는 홀을 피해갔고 타수 차는 2타로 벌어졌다. 하지만 서희경은 마지막 홀에서 만회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서희경이 마지막 홀에서 파에 그친 것을 지켜본 유소연은 여유 있게 버디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소연은 “어제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경기가 일몰로 중단된 것이 내게는 오히려 다행이었다”며 “좋은 기상 조건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를 하게 된 것이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로서 유소연은 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선수가 됐다. LPGA투어 멤버가 아닌 한국선수로서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건 2008년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23·미래에셋)에 이어 두 번째다.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컵을 2년 만에 되찾아온 유소연은 10대 때부터 한국여자골프를 이끌어 갈 선수로 평가받은 기대주였다.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목에 걸어

유소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업적은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 금메달을 조국에 안긴 일이다. 당시 그녀의 나이가 16살. 9살 때 취미로 골프채를 잡은 지 불과 7년만의 일이었다.

당시 대원외고를 다녔던 유소연은 국가대표 최혜용(21)과 함께 팀의 막내였지만 큰 대회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는 배짱 두둑한 플레이를 펼치며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었다. 유소연은 2007년 10월의 시드 선발전에서 4위에 올라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컴퓨터의 정확성 방불케 하는 아이언샷 강점
큰배포·승부사적 기질…‘세계에 어울리는 선수’


출중한 실력으로 골프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유소연이었지만 ‘상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8년 4월 김영주여자골프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골프계를 뒤흔들 신인임을 입증했지만 아쉽게도 신인왕 타이틀을 놓치고 말았다. 사소한 실수 때문이었다.

당시 유소연은 신인왕 포인트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열린 메이저대회 ‘KB국민은행 스타투어 4차 대회’ 3라운드에서 벙커에서의 오소(誤所) 플레이로 인한 벌타를 계산하지 않고 스코어 카드를 적어내는 바람에 실격을 당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 결국 신인왕 타이틀은 동갑내기 라이벌 최혜용에게 넘어갔다.

아쉬운 프로 무대 첫해를 보냈던 유소연은 2009년 시즌에 4승을 쓸어 담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서희경의 그늘 때문이었다. 당시 서희경은 시즌 5승을 올리며 상금왕과 다승왕, 최저타수상, 대상(최우수선수상)까지 휩쓸었다. 유소연이 가져갈 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해 12월 열린 2010시즌 개막전 차이나레이디스 오픈에서는 서희경과 연장전 끝에 우승해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지만 2010년 들어서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소연은 올해 6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마침내 다시 정상에 오른데 이어 US여자오픈에서도 우승컵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유소연의 최대 강점은 컴퓨터의 정확성을 방불케 하는 아이언샷이다. 이번 대회에서 대역전극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아이언샷이 있어서였다. 홀 근처에 자로 잰 듯 떨어지는 아이언샷은 역전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유소연은 청야니나 미셸 위(위성미)에 필적할 만한 장타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에 크게 뒤지지 않는 드라이브샷 비거리와 무엇보다 정교한 아이언샷은 골프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21살 유소연
발전 ‘현재진행형’


큰 경기에 강하고 운명이 갈리는 경기후반에 더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승부사적 기질도 유소연의 강점으로 꼽힌다. “연장전?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즐길 따름이었다”고 US여자오픈 우승소감을 덤덤히 밝힐 정도였다. 세계에 어울리는 배포를 지닌 ‘큰그릇’이라는 평가다.

그런 유소연의 나이는 이제 만 21살이다. 어린 나이에 꿈의 메이저대회를 거머쥐었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성과지만 그녀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유소연은 대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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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