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상장사의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모든 회사 사외이사들이 그런 건 아니었다. 자신의 확고한 목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한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10월 이사회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회사 경영진이 화력발전소용 원료 확보 차원에서 미국의 한 유연탄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제안하는 안건 때문이었다.
이에 사외이사들은 “한전의 유연탄 확보가 시급한 것도 아닌데 유연탄 품질이 떨어지는 회사에 서둘러서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며 한목소리로 반대했다. 당시 8명의 사외이사 중 표결에 참석한 6명이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안건은 결국 부결됐다.
한전, 두 달 연속 안건 부결
6명의 사외이사는 한전 사장을 지냈던 이종훈 이사회 의장, 김선진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교수, 장석효 현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기표 부산푸드뱅크 이사,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었다.
이에 앞서 한전 사외이사는 지난해 9월에도 이사회 내에 주요 안건을 분야별로 나눠 미리 검토하는 소위원회를 두자는 경영진의 의견을 부결시켰다. 두 달 연속으로 한 건씩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을 부결시킨 셈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사외이사들 역시 지난 3월 김종갑 당시 이사회 의장이 효성의 사외이사를 맡으려는 데 대해 “효성이 반도체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을 했다.
하이닉스 측 관계자는 “사회 명망가인 사외이사들이 뭐가 아쉬워 경영진의 거수기 노릇을 해주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