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6)다짐

복수의 칼날을 갈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지 말고 내게로 와요.”

의자왕이 누운 자세에서 팔을 뻗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말을 마친 사택비가 급히 몸을 돌려 구석에 있는 장식장 앞으로 가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그 모습에 의자왕이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는 게요, 부인.”

“이런 경우라면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지요. 그러니 제 손으로 이만 생명줄 놓으렵니다.”

“안 되오, 부인. 부인의 생각이 정히 그러하다면 내 잠시 일을 보고 다시 돌아오리다.”

“아니 되옵니다, 전하. 그도 단지 일시적일 뿐이지 제 존재가 나라를 좀 먹는 형국이라면 제가 없어지는 일이 이롭습니다.”

말을 마친 사택비가 단검을 자신의 목젖 아래로 가져갔다.

의자왕이 급히 팔을 뻗어 칼을 낚아채려 했다.

순간 그 손놀림으로 인해 비수가 사택비의 목을 꿰뚫었다.


사택비의 목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자 의자왕이 소리를 질렀다. 

복수를 다짐하다

“전하!”

의자왕이 눈을 떴다.

햇빛이 창을 타고 들어오는 모습으로 보아 아직도 날이 저물지 않은 듯했다.

마음이 너무나 괴로워서 아침부터 해장을 빌미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잠이 들었었다.

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윤충이 근심어린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전하, 무슨 몹쓸 꿈을 꾸셨사옵니까?”

대답 대신 이마를 만져보았다.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잠시 고개를 흔들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거 참 몹쓸 꿈이로세.”

“무슨 꿈인데 그러시옵니까?”

“꿈에서 사택비를 만났어.”

“그러면 좋은 꿈 아니옵니까.”

“단순히 그러면 좋으련만, 이 사람이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스스로 목숨을.”


“전하!”

“걱정 마시게. 이제는 괜찮아.”

“너무나 마음에 두셔서 그런 모양이옵니다.”

잠시 고개를 흔들던 의자왕이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옆에 있는 냉수를 들이켰다.

그 순간 밖에서 소란스런 인기척이 들려왔다.

“전하!”

목소리로 보아 성충이 틀림없다는 생각으로 문을 바라보자 급하게 성충이 들어섰다.

“형님이 기별도 없이 어인 일입니까!”

“전하!”

동생인 윤충의 질문에는 아랑곳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어인 일이오?”

“신라군에게 당했습니다.”

“뭐라, 신라군에게!”

“신라군의 기습공격으로 일곱 개의 성을 빼앗겼습니다.”

“이 쥐새끼들이!”

성충을 바라보는 의자왕의 얼굴에 힘줄이 솟았다.

“불충한 이놈을 죽여주십시오, 전하!”

“아니오, 짐의 불찰이오. 짐이 궁을 떠나 있는 관계로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이는 하늘이 벌을 내린 게요.”

의자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충에게 다가섰다.

“일어나시오, 장군.”

“아니옵니다, 전하. 패장, 죽음으로 보답하고자 합니다.”

“허허, 너무 나무라지 마시오. 그러면 전투에 패한 장수보다 더한, 전쟁을 나 몰라라 한 짐은 뭐가 되는 게요.”

꿈에 나온 사택비…그녀 암시는?
윤충의 분노…결사항전에 나선다

의자왕의 진정을 헤아린 성충이 일어나 고개 숙였다.

“신라군의 장군은 누구였소?”

“김유신이었습니다.”

“김유신이라. 그 자는 찬밥 신세라 하지 않았소?”

“물론 그랬었습니다. 하오나 지금은 신라의 병권을 잡고 있다 합니다.”

“혹여 그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소?”

“지난 시절 양주(경남 양산) 총관으로 저희 국경을 유린했던 김서현의 아들입니다.”

“김서현의 아들이라면.”

“관산성 전투에서 성왕을 전사시킨 각간 김무력의 손자입니다.”

“김무력이라. 결국 피는 속이지 못하는구려.”

의자왕의 얼굴 위로 묘한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 놈들이 대를 이어 백제를 괴롭힌다. 좋소. 내 이놈의 생명줄을 끊어버리고 신라를 짓밟아버리리다.”

“신에게 선봉을 맡겨주십시오, 전하.”

잠자코 있던 윤충이 앞으로 나섰다.

“그건 차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그래 고구려와 당의 관계는 어찌 진행되고 있소.”

의자왕이 잠시 윤충을 바라보다 성충에게 고개 돌렸다.

“당태종이 연개소문에게 보기 좋게 당했다 합니다.”

“당하다니요?”

“쥐구멍에 틀어박혀 있는 쥐새끼로 수나라 양재만도 못한 놈이라 조롱하였답니다. 그런 연유로 직접 고구려 정벌대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합니다.”

“그렇다면?”

“저놈들이 자력만으로 고구려 정벌에 나서지 않을 듯합니다. 그런 경우라면 신라에도 원군을 요청할 것이고 또 신라는 여하한 경우라도 그를 거절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요?”

“그러니 저희는 준비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다가 유사시 몇 배의 응징을 가하면 될 것입니다.” 

“갑시다, 장군.”

고개를 끄덕이던 의자왕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제를 올리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도국과 여러 사람이 효수 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연개소문이 날을 잡아 태백산(묘향산)에서 그들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성대하게 제를 지냈다.

아울러 그들의 가족들에 대해 위로와 함께 과분할 정도의 보상 더불어 그들의 아들로서 나이가 찬 자식들을 수하로 거두어 들였다.

그럴 즈음 당의 수도에 잠입시켰던 첩자 고죽리가 돌아왔다.

연개소문이 보장왕과 선도해와 함께 은밀하게 그를 맞이해 당나라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분기탱천한 당태종이 삼십만의 대군으로 고구려 침공과 관련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막 진군하려는 순간 신하들이 이세민의 출정을 극력 만류하는 일이 발생했다.

물론 지난 왕조인 수나라 양제의 교훈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만류로는 당태종의 자만심과 노기를 누를 수 없었고 본격적으로 침공을 서둘렀다.

그 일환으로 북쪽의 영주(營州)로 곡식을 나르고, 동쪽으로 고대인성(古大人城)에 곡식을 저장하고 대군을 거느리고 낙양으로 이동했다. 

낙양에 이른 당태종은 영주도독 장검에게 조서를 내려 유주ㆍ영주의 군사 및 거란ㆍ해ㆍ말갈인 등을 거느리고 선발대로 건안성(建安城, 지금의 만주 가이핑)을 공략하도록 지시 내렸다. 

또한 형부상서 장량을 평양도(平壤道, 평양으로 향하는 군사도로) 행군대총관(行軍大總管)으로 삼아 군사 사만 명과 장안과 낙양에서 모집한 군사 삼천 명과 전함 오백 척을 거느리고 내주로부터 바다를 건너 평양성으로 가게 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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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