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격세지감 ‘지하철 신풍속도’ 엿보기

단지 교통수단? 이젠 놀러오세요!

지하철이 확 달라졌다. 가까운 거리를 출·퇴근하거나 이동할 때만 타던 지하철이 이제는 여행을 위한 수단으로, 또 각종 문화시설을 겸비한 곳으로 바뀌며 이용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이렇게 단지 교통시설로만 이용되던 것으로부터 이제는 즐길거리로 변모한 지하철, 그리고 대중들의 편의를 위해 더욱 발전된 모습의 지하철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 6월29일 2호선 왕십리역. 점심시간대인 12시15분. 신도림행 열차가 들어오고 한 70대의 노신사가 지하철에 탔다. 의자에 앉아있던 60대 가량의 할머니가 노신사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일어섰다. 이 노신사는 “내가 더 힘이 센 데 비켜주니 고맙다”며 “전화번호 좀 가르쳐줘”라고 말했다. 자리를 양보해 준 할머니는 노신사의 집요한 요구에 지쳐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했다.

당일치기 여행 가능
어르신들 주로 이용

사실 이 노신사는 지하철을 타기 전에도 승강장에 있던 비슷한 연령의 할머니에게 “나이 먹어서 외로운데 전화번호 좀 알려 달라”고 말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렇게 나이든 어르신들에게 외로움은 달랠 수 없는 서러움이다.

하지만 최근 지하철은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기에 안성맞춤인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 이들은 지하철로 이곳저곳을 무료로 여행한다. 예전 같으면 무료로 어딘가를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현재 지하철은 저 멀리 충남 천안·아산, 강원도 춘천, 경기도 문산까지 운행되고 있다.

종로3가역에서 만난 김모(73·남) 할아버지는 “거의 매일 친구들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아산에 가서 온천을 하고 천안에 가서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온다”며 “옛날 같으면 버스로 왔을 거리를 지하철을 통해 편하게 오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이러한 곳에서 성매매를 한다는 내용도 불거져 나오면서 더욱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010년 12월에는 경춘선이 개통됨으로써 강원도로 향한 발걸음도 한결 쉬워졌다. 물론 이 개통으로 인해 추억 속의 춘천 가는 기차의 로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누구나 더욱 쉽게 춘천을 오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기고 있다.

충청도·강원도까지 지하철 연결돼 여행하기 좋아
지하철역사에 각종 문화시설 대중공간으로 탈바꿈

특히 방학을 맞아 이날은 학생들로 더욱 붐볐다. 상봉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3·여)씨는 “며칠 전에 시험이 끝나 남자친구랑 바람도 쐴 겸 춘천으로 놀러간다”며 “경춘선이 개통되고 나서는 당일치기로도 춘천에 가는 것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하철은 이제는 단지 교통수단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 혹은 친구, 가족과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여행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지하철은 여행수단만이 아니다. 이제는 지하철역 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지하철역이 단지 지하철을 타러 들어가고 나오고 표를 사는 곳에 그쳤지만 지금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각 거점이 되는 역사마다 각종 문화시설이 꾸며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대중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한걸음 더 젊은 층과 교류하고 공감하기 위해 여러 행사들을 진행한다. 하루의 약 10번, 연간 2500회 정도의 예술무대를 지하철역에서 열어 발을 디딜 틈 없이 갑갑했던 지하철역사를 문화공연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이 무대에 서는 예술인들도 1년에 한 번 오디션을 통해 발탁돼 페루, 멕시코 등의 외국인 연주가에서부터 댄스동아리, 아카펠라그룹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3군데의 역에 미술관을 설치해 대중들에게 미술작품들을 쉽게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시민노래자랑 등도 개최해 장기를 뽐내도록 한다.

역에 미술관 장터 운영
친근감 느끼도록 해

이렇듯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대중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듦으로 인해 지하철에 대한 이미지 자체를 예술적으로 바꾸고 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도 역사마다 새로운 재미를 부여한다. 주요 역사에 서점을 열어 미디어에 중독된 대중들에게 한 번쯤 책을 읽어볼 수 있는 신선한 기회를 제공한다.

또 팔도 농·특산물을 지하철역에서 판매하며 다양한 지역의 물품들을 맛 볼 수 있는 재미도 제공해준다.

이렇게 지하철역이 어두침침한 공간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누구나가 즐기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의 이미지로 변모한 것에서 최근 지하철에 달라진 풍속도를 엿볼 수 있다.

최모(44·여)씨는 “시대가 변할수록 지하철의 분위기도 점점 트렌드에 맞게 변하는 것 같다”며 “약속이 있어 지하철역에서 기다리고 있어도 주변에 구경할 만한 것들이 많아 결코 지루하지가 않다”고 답했다.    

지금은 지하철 문화가 다양하게 변모하며 대중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하면 떠오르는 것은 ‘잡상인’들이었다. 장맛비가 세차게 내리던 지난 6월29일, 지하철에는 우연찮게 잡상인들이 보였다. 비오는 때를 맞춰서인지 우비·우산을 파는 사람들 일색이었다. “비오는 날의 필수품 우비, 집에 하나씩 갖다놓고 이 장마철에 대비해 보세요”라는 단련된 말투와 어색하지 않은 표정이 많은 연륜을 쌓은 듯 보였다.

최근 잡상인·구걸인들 집중 단속으로 많이 사라져
지하철 위치파악 실시간 가능, 스크린도어도 설치

예전에는 보통 파란색 단프라 박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단속에 신경써서인지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끌고 다니고 있었다.

잡상인들의 단속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하철이 생긴 이래로 꾸준히 단속하려는 역무원·공익요원과 단속에 걸려들지 않으려는 잡상인들의 숨바꼭질은 계속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에 대한 집중 단속을 하면서 그 수는 엄청나게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보이던 잡상인들이 지금은 눈 씻고 봐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현재 지하철에서 적발되는 잡상인들은 스티커를 발부받고 벌금 10만원을 내게 된다. 잡상인들 외에도 지하철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의 공공질서를 저해하는 사람들도 경범죄처벌법에 의거해 통상 3만원 정도의 벌금을 내도록 되어있다.

유모(36·남)씨는 “요즘에 지하철을 타면 전보다 구걸하는 사람이나 잡상인들이 많이 사라져 지하철 내부가 더욱 쾌적해진 것 같다”며 “일순간의 계도활동으로 끝나지 말고 지하철 관계자들이 더욱 관심을 가져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편안한 이동감을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잡상인 집중단속 효과
열차위치 모니터 편리

지하철역사의 첨단 편의시설도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 중 하나다. 지하철역 내 열차위치 모니터는 현재 열차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위치를 알려줌으로써 기다리는 불편함과 불안감을 해소시켜준다. 장모(39·여)씨는 “지하철을 타러가도 앞뒤 열차 간격까지 다 파악이 되고 어디까지 가는 열차인지도 알 수 있어 좋다”며 “이제는 지하철을 타도 여유있게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때 지하철역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던 자살 문제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지하철 선로에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지하철의 이미지가 안 좋았던 것도 이 때문. 이를 방지하고자 대부분의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했고, 이후 지하철로 인한 자살률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생긴 많은 문제점들이 최근 문물의 발달과 시대의 요구와 함께 맞물려 해결되며 지하철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도 날로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고속터미널·충무로역 등지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 문제는 다시 곱씹어볼 문제다. 주로 높은 연령층에서 발생한 이 사고에 대해 지하철의 한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발판에 발을 내디딜 시 좀 더 주의해야 한다”며 “그러나 에스컬레이터 자체에도 이상이 있는지에 대해서 세부적인 안전검사에도 조금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사당역에서 만난 금모(52·남)씨가 “앞으로 지하철이 대구·부산까지 연결되어서 전국을 하나로 묶는 연결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데서 지하철이 앞으로도 변화무쌍하게 달라질 모습들이 기대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