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켜는 이수그룹의 이면

소리 소문 없이…이유 있는 승승장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수그룹이 대표 계열사인 이수화학을 앞세워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이 시황 호전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고, 골칫거리였던 건설부문과 바이오사업이 흑자로 전환했다. 
 

1996년 4월 지주사 형태의 그룹 체제를 본격화한 이수그룹은 2000년 1월 현 김상범 회장 체제로 들어섰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은 이수그룹은 이수화학과 PCB 부품 제조 판매사 이수페타시스 등을 포함해 11개 계열사를 휘하에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줄줄이 실적↑
연이은 낭보

최근 이수그룹은 연이은 낭보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계열사 실적개선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데다 사업다각화 작업도 점차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까닭이다. 계열사에서 들려오는 희소식은 이수그룹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물론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하는 데 가장 공헌한 건 이수그룹의 모체인 이수화학이다. 

이수화학은 최근 2015년까지 LAB(합성세제원료, 연성알킬벤젠) 수급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실적 하향세가 뚜렷했다. 2011∼2013년 사이 LAB가 호황을 보이자 경쟁업체들이 대거 증설에 나섰고 이 때문에 수급 균형이 깨졌다. 


공급량이 늘면서 LAB의 가격이 떨어졌고 자연스레 마진폭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도 수익성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LAB 판가는 크게 떨어졌다. 반면 원재료 하락 폭은 이에 미치지 못했고 마진폭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결국 이수화학은 2013년 연결기준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전년대비 6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이후에도 좀처럼 부진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4년에는 영업손실 357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억원도 채 안 되는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더욱이 이 기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자그마치 2000억원에 이르렀다. 

반등의 조짐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100억원, 영업이익은 600억원 수준이다. 매출액은 2015년과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1000% 이상 늘었다. 2015년 이수화학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4712억원, 5400만원이었다. 

이수화학의 순항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수화학은 2분기에 연결기준 영업이익 152억8600만원, 순이익 88억69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기 대비  144.74%, 247.45% 증가한 수준이다. 매출은 4122억 8000만원으로 전기대비 1.78% 늘었다.

이수화학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건 주력 제품인 LAB에 대한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된 덕분이다. 2분기 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50.4달러로 전분기 대비 7.8% 하락한 가운데, 2019년까지 증설 공백으로 인해 LAB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수화학의 고공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밟히는
수상한 흔적
 


이처럼 잘 나가는 이수화학이지만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중심에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이수화학에 의존하는 이수엑사켐이 위치한다.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서 제품을 매입한 뒤 이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유통 회사다. 2015년 기준 이수엑사켐은 이수화학으로부터 990억원 어치의 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면서 매출 1340억원, 영업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이수화학 제품 861억원 어치를 사들여 매출 1344억원, 매출총이익 204억원, 영업이익 11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심지어 이수엑사켐에 대한 그룹사 차원의 봐주기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수화학의 별도기준 1분기 매출채권은 1235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8억원 감소했다. 
 

전체 매출채권서 이수엑사켐의 몫이 절반을 차지한다. 지난 1분기 이수엑사켐이 갚아야 할 매출채권은 약 570억원이다. 

이 같은 기조는 수년 째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전체 매출채권이 41%, 지난해엔 역대 최고인 56%가 이수엑사켐의 몫이었다. 이수화학의 전체 매출서 이수엑사켐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9%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은 액수다. 

이수엑사켐의 매출액 비중은 2013년 8.1%, 2014년 8.9%로 8%대를 유지하다 2015년 9.5%, 2016년 9.6%로 소폭 상승했다. 

연이은 계열사 호실적 함박웃음
조직적인 이수엑사켐 밀어주기

전체 매출채권서 이수엑사켐의 몫이 많은 이유는 매출채권 회전기일(receivable turn over period)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와 올 1분기 이수화학의 매출채권 회전기일은 40∼50일이다.  

반면 이수엑사켐을 대상으로 한 매출채권 회전기일은 무려 256일로 다른 고객사와 편차가 컸다. 이수엑사켐을 제외한 나머지 고객사들의 경우 1∼2개월이면 제품 판매 대금을 회수하는 데 반해 이수엑사켐의 경우엔 판매 대금을 회수하는 데 9개월가량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매출채권회전율(기말 매출채권잔액이 1년간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인 매출액으로 회전되는 속도)’을 기준으로 봐도 이수엑사켐이 매출채권 상환을 더디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수화학의 전체 매출채권 회전율은 2015년 7.8회, 2016년 7.3회, 지난 1분기 9회다. 이수엑사켐으로 한정할 경우 매출채권회전율은 2015년 1.9회, 2016년 1.4회, 지난 1분기 1.4회에 그친다. 


스스럼없는
오너 회사 지원 

공교롭게도 이수엑사켐은 이수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의 100% 개인회사다. 김 회장과 이수엑사켐은 그룹 지주회사인 ㈜이수 지분을 각각 67.4%, 32.5%씩 들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이 ㈜이수 지분을 100% 들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김상범 회장→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이수건설’로 이어지는 단단한 지배구조가 구축됐다는 뜻이다. 

2000년 들어 3남이었던 김 회장이 적통 후계자로 낙점되자 곧바로 1인 지배체제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인 사업 재편 작업이 진행된다. 그 즈음 김 회장 개인회사 2곳이 설립된다. 석유화학제품 판매업체 엑사켐과 자동차 부품·윤활유 판매업체 아이엠에스가 그 주인공이다. 

양 사는 2005년 합병되면서 현재의 '이수엑사켐'으로 재탄생했다. 

공통적으로 두 회사는 모두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다. 아이엠에스는 이수화학(3.46%)과 이수건설(4.49%), 이수세라믹(3.87%), 이수전자(3.09%) 지분을 갖고 있었고, 엑사켐은 이수화학과 이수세라믹의 주요 주주였다. 


이수그룹이 200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서 두 회사는 그룹 지배구조 꼭대기로 올라서게 된다. 당시 이수그룹은 이수건설을 사업회사(이수건설)와 투자회사(㈜이수)로 나눈 후 투자회사를 지주회사로 삼았다.
 

엑사켐과 아이엠에스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들은 지주회사 ㈜이수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이 됐다.

실제 엑사켐은 보유하고 있는 이수화학 주식 44만 9830주와 이수세라믹 주식 37만 9830주를 현물출자해 ㈜이수 주식 559만7219주(8.9%)를 취득했다. 아이엠에스도 이수세라믹 주식 12만6908주를 현물출자한 대가로 ㈜이수 지분 717만5931주(11.39%)를 확보한다.

김 회장도 직접 나서서 ㈜이수 지분을 늘린다. ㈜이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수건설 주주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수건설-㈜이수 간 지분 맞교환에 응하면서 ㈜이수 지분을 크게 늘린다. 

당시 그는 보유 중이던 이수건설 지분 24만 5618주(24.73%)를 모두 내주고 대신 ㈜이수 지분 502만 2871주(79.7%)를 확보한다.

다른 이수건설 주주들은 지분 맞교환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지분율 만큼 지주사인 ㈜이수 지분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계열사 간 상호 보유 해소를 위해 실시한 유상감자에 참여해 지분을 모두 현금화한다. 

그 결과 이수그룹 지주사 주주는 김 회장과 김 회장의 개인회사만 남게 됐다. 완벽한 1인 지배체제가 완성된 순간이다. 

이후 이수건설 부실 뇌관이 터지면서 이수그룹 지배구조는 다시 한 번 요동친다. 이수건설 자금 지원 부담 탓에 ㈜이수의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자 2009년 들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감자와 증자, 출자전환 등이 이뤄진다. 당시 이수엑사켐이 자금 지원 총대를 멘다. 
 

이수엑사켐은 ㈜이수에 빌려준 차입금 317억원과 미지급이자 33억원에 대해 출자전환하기로 결정한다. 350억원을 받는 대신 ㈜이수 주식 350만주를 취득하는 조건이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15억원을 지원했다. 

출자전환과 증자 단독 참여로 이수엑사켐 지분 67.4%를 보유한 ㈜이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김 회장 개인 지분율은 기존 79%에서 32%로 희석된다. 이 지분구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수화학의 이수엑사켐에 대한 채권 회수가 더딘 이유를 이수그룹 지배구조와 연결시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수화학의 다른 고객사와 달리 이수엑사켐은 상대적으로 채권 상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수엑사켐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토대로 김 회장의 돈줄 역할 역시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지난해 20억8000만원을 배당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김 회장에게 돌아갔다. 

최근 6년으로 범위를 넒히면 김 회장이 이수엑사켐을 통해 확보한 배당금의 총합은 51억2000만원에 달한다. 이수엑사켐서 주주들에게 지급한 모든 배당금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김 회장 몫이었다. 

일감 몰아주고
배당도 척척

배당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2008년 89억원 수준이었던 이익잉여금은 매년 순이익이 쌓이면서 수백억대로 불어났고 추가 배당 여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수엑사켐이 수직계열화 주축 계열사로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김 회장의 현금창고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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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