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8)병원서 내쫓긴 사연

“계속 일하게 해준다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여덟 번째 주인공은 원불교재단에 의해 건물서 쫓겨난 한 부부 이야기입니다.
 

사연의 주인공 이모(여)씨는 지난 2013년 남편의 친구로부터 소개받아 그해 문을 연 연세한국병원 안에 매점을 개업했다. 형편상 무리였지만 안정된 수입이 예상되는 규모 있는 병원의 매점이었기에 좋은 기회로 삼았다.

믿는 도끼에…

이씨는 그해 9월 백상의료재단과 연세한국병원(본관) 1층 매점 임대차계약을 체결, 병원서 매점 용도변경을 위한 공사비를 인정받기로 하고 3000만원을 들여 구조변경과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쳤다. 

그외 커피머신 세트와 장비, 집기까지 1000만원 정도 추가 비용을 들였다. 가게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의 조건으로 매점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이씨는 혹시 모를 보증금의 안전을 위해 병원에 보증금 보호의 전세권 설정을 병원 측에 요구했으나 작은 매점 때문에 등기상에 전세권(월세보증금) 설정이 있으면 신설병원인데 은행거래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설정제공을 거부당했다. 


하지만 소개해준 남편 친구를 믿고 결국 병원 측 입장을 수용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매점 문 닫아
병원 몰래 회생신청 “나만 몰라”

병원은 1년도 되지 않아 운영에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실질적인 병원 운영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재무이사의 주도로 현재 원불교 장례식장이 속한 건물인 B동을 신축 확장하는 공사를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건물 준공되기 전 재무이사가 많은 병원자금을 횡령해 도주해버렸다. 

이후 병원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5년부터 병원 운영이 위태롭게 돼 병원재단으로 압류가 들어오고 빚 독촉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씨는 당시 이런 위태한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사장과 병원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이씨에게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이씨가 상태를 물어봐도 별일 없다며 넘겼다. 

병원 측은 그러면서 기업회생 법정관리를 진행했다. 결국 이씨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법정관리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대응할 시간적 틈도 없었다. 병원 이사장, 병원 직원들 모두가 이씨를 속였던 것이다. 


몰래 일을 진행한 병원 측은 2015년 5월13일자로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회생절차가 개시됐고 법원의 보전처분으로 모든 설정행위가 금지돼 이씨의 매점은 임대보증금의 법적보호를 위한 기회조차 없어졌다. 

이씨는 병원에 월세를 보증금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거절했다. 병원 측은 “월세를 내지 않으면 회생 후에는 가게를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되레 이씨에게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병원은 2016년 5월 법원 경매에 부쳐져 2016년 12월14일 원불교재단에 의해 167억에 낙찰돼 2017년 6월 원광종합병원으로 개원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이씨와 원불교재단의 새로운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 

이씨가 B동에 입주해 있던 원불교재단 장례식장의 허위 전세권 설정을 문제 삼으면서부터다. 병원 측에서는 이씨의 매점에 대해서는 보증금보호를 위한 전세권설정을 거부했지만 동일한 세입자인 원불교재단 장례식장엔 보증금 25억원 중 20억을 받을 수 있도록 전세권 설정을 제공했다. 

상식적으로 본관에 속한 매점의 전세권 설정이 우선시돼야 했지만 별관에 있던 장례식장만 전세권 설정을 해 준 것이다. 

낙찰 전 “같은 세입자끼리…” 위로
낙찰 후 “이사비 줄테니 나가” 외면 

이러한 사실들을 뒤늦게 인지한 이씨는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원불교재단의 25억 전세권설정과 부당한 행위를 고발하고자 변호사와의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고발한다고 해도 병원 측은 처벌받지 않는 것은 물론 같은 세입자로 피해자 입장인 원불교재단만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불교재단 장례식장 사장 A씨도 “서로 같은 세입자로 입은 피해가 많다”며 친절히 위로를 해 주며 “누구보다 똑같은 임대 피해자인 매점의 피해를 알고 있다. 추후에 병원이 파산 정리되면서 경매가 진행되면 원불교재단에서도 입찰에 참가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A씨는 또 “낙찰 된다면 약 5년 정도 장사할 수 있도록 상부에 잘 얘기해 힘써 주겠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는 원불교재단이니 매몰차게 일처리하지 않는다. 분한 마음은 이해되나 잘 처신하라”고 이씨를 설득했다. 

이씨는 A씨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경매진행 후 원불교재단서 낙찰되자 재단 측은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원불교재단의 업무 책임자인 B씨는 “A씨와 얘기한 내용은 내가 알 바 아니다”라며 “장례식장 사장으로 있던 A씨는 원불교재단의 직원일 뿐 병원 인수에 관련해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이며 그저 위로의 말이었다”고 했다. 


또 그는 “이사비는 줄 테니 나가라. 재단의 법률대리 변호사를 통해 재판하면 빈손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며 협박하기까지 했다. 

이씨는 원불교재단의 원광종합병원의 부원장을 만나 그간의 사정과 피해를 호소하며 병원서 장사만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부원장에게도 “나에게 결정 권한이 없으나 2000만원 정도에 합의해 줄 수는 있다”며 “이를 거부할 시 바로 변호사를 통해 빈 손으로 내보내겠다”고 선전포고식 답변을 들었다. 

이씨에 따르면 원불교재단은 병원 낙찰을 167억에 저가로 낙찰받았다. 또 65억원을 들여 인근 부동산을 추가 매입하는 등 병원규모를 확장하는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이씨는 “사업 확장으로 큰돈을 쓰면서 정작 동일한 세입자며 기존 병원 파산의 공동 피해자인 매점을 알거지로 내쫓으려고만 하는 원불교재단에 분통이 터지고 배신감이 든다”며 “냉정함과 몰인정한 모습이 진정 자비를 논하고 생활 속 깨달음을 외치는 원불교재단의 일처리 방식인지 다시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계속되는 악재

이씨는 현재 기존의 병원 대표와 원불교재단을 상대로 재정적·정신적 피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원불교재단의 경매 부당이득금 반환조치에 대한 이의제기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아무리 거대한 종교인 원불교재단이라고 해도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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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