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8)수줍음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8 10:25:06
  • 호수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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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일탈…그 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유신이 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자 문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향해 딸인 지소를 불러오고 또한 주안상을 들여오라 일렀다.

“지소는 왜?”

유신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처남, 우리 지소가 혼기가 차서 혼례를 올려야 하는데 이왕이면 처남이 거두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집사람과 많은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처남이 현재 부인과 금술이 좋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왜 하필 지소인가?”

새로운 돌파구

“처남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른바 왕족의 후예와 결합을 의미했다.

“또한 지소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아들을 가질 가능성이 크지요.”

“아무리 그래도…….”

결국 신분과 출산의 문제로 귀결되었다.

유신이 둘의 얼굴을 번갈아보다 시선을 천장으로 주었다.

“처남, 지금 당장 혼례를 치르고 데려가라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좋겠으나 지소는 저희가 데리고 있을 터이니 자주 방문하셔서 시간을 함께 하시고 그런 연후에 혼례를 치러도 무방합니다.”

지금의 부인, 남의 시샘을 살 정도로 금술이 좋았다. 그런데 둘 사이에 아들은커녕 딸도 태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식을 가지기 위해 그리도 열정적으로 부인을 취했는지도 몰랐다.

특히 길일에는 밤새 정력을 쏟아내고는 했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자 방문이 열리며 주안상이 들어오고 그 뒤로 그야말로 앳된 모습의 지소가 조신하게 걸어 들어왔다.

막상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여인의 맛이 풍겨지고 있었다. 그를 살피며 헛기침했다. 

상이 자리하기 전에 이미 이야기가 깊숙하게 진행되었다는 듯 지소가 유신에게 절을 올렸다.

절을 받으며 묘한 생각이 머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정상적이라면 막내 자식뻘 되는 지소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었다.

유신의 마음을 간파했는지 춘추와 문희가 둘 만의 시간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둘이 물러나자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지금 나이는 어찌 되는고?”

“열여섯이옵니다.”

열여섯을 되뇌며 자신의 나이를 헤아려 보았다.

비록 나이 상으로는 이미 할아버지의 연배에 올랐으나 마음은 청춘이었다.

 “네 아비와 어미에게 방금 이야기 들었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지소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 숙였다. 

“말해 보거라.”

유신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부모님 말씀에 기꺼이 따르렵니다.”

지소의 대답 역시 떨렸다.

“한잔 따르겠느냐.”

잠시 머뭇거리던 지소가 힘들게 술병을 잡았다.

이어 술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유신에게 가까이 가는 중에 공교롭게도 자신의 치마를 밟아 술병을 든 채 유신에게 엎어졌다.

순간 술병에서 흘러나온 술이 유신의 가슴으로 쏟아졌다.   

당황해하던 지소가 급히 자세를 바로 했으나 이미 유신의 옷이 술로 흠뻑 젖었다. 

“이를 어째…….”

말과 동시에 술병을 내려놓고 급히 닦을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럴 필요 없느니라. 그만 두고 잔을 채우거라.”

차려진 술자리…지소를 거두다
애틋한 의자왕과 사택비의 관계

미동도 하지 않고 은은한 목소리를 내자 지소가 발갛게 물든 얼굴로 서둘러 술병을 들어 잔을 채웠다.

잔이 채워지자 유신이 단번에 비워냈다.

“한잔하겠느냐?”

비 맞은 병아리마냥 떨고 있던 지소가 고개 숙였다. 

“이를 어찌하겠느냐. 이미 옷이 다 젖어버렸는데.”

지소가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당황해하자 마치 그를 즐기기라도 하듯 유신이 미소를 보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리 가까이 오거라.”

지소가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가만히 고개를 들어 바라보기만 했다. 

“어서 이 옷을 벗겨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지소가 유신의 잔잔한 미소를 살피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다가서자 유신이 지소의 가녀린 허리를 우악스럽게 껴안고 잠시 전 행동에 대해 죄를 추궁하듯 거칠게 몰아 붙였다. 

잠시 후 유신이 이미 십만 병사의 지휘관으로 거기에 더하여 아들이 생길수도 있다는 일념으로 거세게 공략하기 시작했다.  

 

의자왕의 정신적 육체적 사랑을 고스란히 받던 사택비의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고 서서히 살이 빠졌다. 그를 살피며 의자왕은 자신의 강인함이 그 원인이라 생각하고 마치 그를 즐기기라도 하듯 더욱 사택비에게 집착했고, 사택비 역시 의자왕의 품에 함몰되는 일이 중독되다시피 했다.

그 날도 궁궐의 일을 마치는 둥 마는 둥하고 사택비의 거처를 찾았다.

가벼운 옷차림의 사택비가 미소 지으며 맞이하자 다짜고짜 허리를 으스러져라 껴안았다.

“궁궐의 일은 어찌하시고 이른 시간에…….” 

“내게 부인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 있겠소.”

말과 동시에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사택비의 입을 덮쳤다.

이어 애타게 그 순간을 기다린 의자왕의 혀가 사택비의 혀를 찾아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입은 듯 만 듯한 사택비의 옷을 벗기자 방으로 스며드는 한 낮의 태양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택비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의자왕이 조금 떨어져서 턱을 괴고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색한지 사택비가 천천히 몸을 비틀었다.

“부인, 아직도 수줍은 게요?”

의자왕의 은근한 시선에 몸이 더욱 꼬여졌다.

“서방님, 그런 게 아니지요.”

“그런 게 아니라면.”

“여자의 속성이랍니다.”

“여자의 속성?”

“소중한 사람에게는 항상 뭔가 새롭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그래야 소중한 분이 멀리하지 않는다는.”

의자왕이 앙증맞은 사택비의 모습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급히 다가갔다.

순간 사택비의 양팔이 의자왕의 목을 감았고 자연스레 의자왕의 손이 사택비의 허리를 휘감았다.

그 상태서 팔에 힘을 주자 사택비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이 흘러나왔다.

의자왕이 다시 양팔을 엉덩이로 옮겨 그와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팔을 풀고 한걸음 물러났다.

“왜 그러세요?”

대답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사택비를 주시하자 다시 몸이 뒤틀려지기 시작했다.

“부인, 자세를 바로 해 보오.”

“자세를요.”“그래요.”

허리를 휘감다

의자왕의 목소리가 가라앉았고 표정 또한 심각한지라 사택비가 팔을 가지런히 하며 차렷 자세를 취했다.

“왜 그러시는지요?”

의자왕이 즉답하지 않고 다시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몸을 배회했다.

“부인, 어디 아픈 데라도 있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부인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보여 그렇소.”

“그 말씀은.”

“살이 많이 빠진 듯하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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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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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