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7성급 호텔 특혜 의혹 추적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정치권 특혜 의혹 제기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정치권이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고 있다.” 대한항공이 경복궁 인근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과 관련,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이같이 주장하고 나섰다. 대한항공이 우리 문화유산을 간접 훼손하는 데 정치권이 힘을 더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난 12일 대한항공의 호텔 건축이 계획된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황 소장을 직접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경복궁 인근, 여중고에서 50m 거리…“문제 없다?”
종로구 공공부지 개발 계획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

시간은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생명은 국방부로부터 송현동 49-1번지 일대에 위치한 옛 주한미국대사관 숙소부지 3만6000㎡를 매입했다. 미술관을 건축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행복한 눈물 사건’으로 삼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촉발되면서 미술관 건립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던 2009년 대한항공이 이 부지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2900억원. 호텔을 짓는다는 명목이었다.

대항항공은 이곳에 7000억원을 투입, 지상4층 지하4층 연면적 13만 7천여㎡의 규모로 7성급 고급 한옥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객실 수는 150~200실. 서울 시내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규모지만 한옥으로 지어 전통미를 살리고 상징성과 차별화, 고급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곳은 경복궁 인근이고 북촌 한옥마을과도 가까운 지역이다. 문화재 보호는 물론 국민정서상으로도 민감한 지역이다. 결국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줄을 이었다. 황 소장도 그중 한명이다.

황 소장은 “바로 건너편에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이고, 인근에 광화문 국가상징거리가 있으며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 북촌한옥마을과 인사동 전통문화거리가 있어 일반 상업시설을 짓기에 부적절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황 소장은 “아무리 영리목적을 가진 기업 소유의 땅이라고 하더라도 한민족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중요 지역에 사회적 공론화 과정 없이 호텔 건립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풍문여고, 덕성여·중고와 너무 가까워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대다수 관광호텔에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설명이다.

KAL 2009년 부지 인수
호텔 건립 계획

학교보건법은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에서 호텔이나 여관, 여인숙 등의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학교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m까지인 ‘절대정화구역’이 아닌 상대정화구역(학교경계선으로부터 200m)은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건립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지는 풍문여고와 덕성여중 정문으로부터 50미터 안에 있다. 빼도 박도 못 할 처지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의 태도는 완강했다. 어떻게든 호텔을 올리고야 말겠다는 것이었다.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결국 교육청과 대한항공은 이 문제를 들고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지난해 말 법원은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숙박업소 안에서 윤락, 음란, 사행행위 등이 이뤄지는 사례가 빈번하고, 어린 학생들이 이같은 불건전한 행위를 접하면 비행행위에 빠질 개연성 높기 때문에 학교보건법은 호텔, 여관 등을 정화구역 내에서의 금지시설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한항공의 7성급 특급호텔은 불건전행위 발생 빈도가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역시 숙박업소인 이상 불건전행위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생들 학습과 학교보건위생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황 소장에 따르면 판결이후 구청은 이 부지를 매입, 공원과 열린문화공간,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상에는 시민공원과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관광버스 100대와 승용차 4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이 지역은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요충지임에도 불구, 공원이나 주차장 등 인프라가 매우 부족하다. 북촌과 인사동, 각종 고궁이 몰려 있는 종로를 방문하는 관광버스는 하루 평균 1490여대에 달하지만, 대형차량 주차장은 80개면에 불과하다.

공공장소 조성 계획
대한항공 심기 불편

인근에 국립현대미술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건립을 앞두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연평균 관람인원이 300만명으로 예상되는 만큼 극심한 혼잡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종로구는 대한항공을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이 같은 종로구의 행보에 구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 같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나섰다. 당시 대한항공 측 관계자는 구청 측 방침에 “기업 사유지에 대해 인허가 주무관청이 기업과 사전협의도 없이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사”라며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내 돈 주고 산 내 땅인데 왜 ‘배 놔라 감 놔라’ 하냐는 것이었다.

황 소장에 따르면 이곳에 호텔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은 대한항공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2900억원이란 거액을 들여 이 땅을 매입, 불도저식으로 호텔 건립을 추진하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2월부터 정부와 국회의 특혜에 가까운 ‘아낌없는’ 지원이 이어졌다. 황 소장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가장 먼저 나선 건 국토해양부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의견을 반영, 관광호텔을 학습환경 저해시설에서 제외하는 건축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호텔은 3~4성급 이상 호텔로서 여관이나 여인숙과는 달리 교육환경을 저해하지 않을 뿐더러 건축법과 관련해서는 이중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국토부, 문체부, 국회 호텔 건립 가능하게 법 개정
최대 수혜자 호텔사업 주도 한진가 맏딸 조현아 전무


특히, 문체부는 중부교육청에 가서 관광숙박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덕성여중 관계자를 만나는 등 대한항공 호텔 건립에 발 벗고 뛰었다. 그 끝에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에서도 관광호텔의 건립이 가능하도록 관광진흥법이 일부 개정됐다.

국회도 한진을 돕는데 양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2월에는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43명은 ‘관광숙박시설 확충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호텔특별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을 건설할 때 각종 개발계획에서 결정된 건축물의 높이·층수·용적률에 완화가 필요한 경우 특별시와 광역시와 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호텔업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국민주택채권매입을 면제받도록 하고, 호텔 건설시 국·공유지를 수의계약으로 매각할 수 있는 우선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황 소장은 “모든 상황의 전개가 자칫 자본과 권력에 굴복해 특혜를 베푸는 꼴이 됐다”며 “중부교육청 심의결과는 물론 행정소송에서도 호텔 건립이 불가하다는 판결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건축법과 관광 진흥법의 일부 조항을 개정하면서까지 학교 인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준 것은 대한항공을 위한 특별조치”라고 주장했다.

“문화재·학습권 보장
위해 끝까지 싸울 것”

이번 정부와 국회의 조치의 최대 수혜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무다.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모양새다. 지난 2007년 1월부터 대한항공의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로 경영에 참여해 온 조 전무는 호텔 사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무는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자신의 차기 목표는 종로구 송현동 옛 대사관저 터에 호텔을 건립하는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흐름은 대한항공에 넘어갔다. 이변이 없는 이상 호텔 건립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황 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소장은 “높은 담벼락 때문에 그동안 국민들과 단절되었던 이 지역이 이제부터라도 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가꾸어져야 한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경복궁의 역사문화경관과 사랑스러운 우리 자녀들의 안정적인 학습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평우 소장은>


- 학력
고려대학교 환경보건학과 /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화유산학 석사과정 중

- 경력
1988 - 1990 서울 민통련 북부지구 사무국장
1989 - 1990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 운영위원
1997 - 1999 해라시아문화연구소 총무부장
1997 - 2000 참여연대 집행위원, 운영위원, 청년회 회장, 답사모임 회장
2002 - 2006 덕수궁터 미국대사관아파트 신축 반대 시민모임 공동대표
2004 - 2010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장 역임
2010 - 현재 종로역사(육의전)박물관 부관장
2010 - 현재 문화연대 외규장각 약탈문화재환수 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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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