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7)십만 양병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38:48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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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퇴양난에 빠진 신라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연개소문의 질문에 선도해가 가만히 미소를 머금었다.

“제가 책사가 아니라 막리지 대감께서 책사십니다.”

“시원스레 말해보세요.”

“전하, 차후에는 가능할 수 있겠으나 현재 신라에서는 군사를 동원할 능력도 그리고 감히 고구려를 넘볼 형편이 되지 못합니다.”

“차근히 설명해보세요.”


“신라군이라 해야 일전에 김춘추를 잡고 있을 때 거병했던 군사들이 고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울러 백제가 물러서긴 했지만 역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것이 자명합니다. 하오니 여하한 경우라도 신라가 고구려를 침범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선도해의 설명에 보장왕의 얼굴이 편안하게 변해갔다.

“그런데, 선 책사.”

“말씀하세요, 대감.”

“김춘추를 잡고 있을 때 거병했던 신라 장군 있지 않소.”

“김유신이라는 인물 말이지요.”

“그렇소. 그 김유신이란 인물에 대해 예의 주시하라 세작들에게 전하시오. 아무래도 느낌이.”


“느낌이 어떻습니까?”

“그 김유신이라는 자가 신라의 병권을 장악할 듯합니다, 전하.”

타개책 강구

고구려 군에 의해 국경 근처 두 개의 성이 함락되자 그에 대한 타개책을 강구하기 위해 회의가 소집되었다.

그 회의에 압량주 군주로 있는 김유신도 참석했다.

김유신을 바라보는 비담과 염종의 시선이 편치 않았다.

“김유신 장군,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참이오.”

기어코 염종이 입을 열었다.

“아니야, 김유신 장군에게 묻기보다 춘추 공에게 대책을 먼저 들어야 순서지.”

비담이 춘추를 슬쩍 바라보다 선덕여왕을 주시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선덕여왕이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지난번 춘추 공이 고구려에 들어갔을 때 진흥왕 시절 우리가 취했던 땅을 돌려주기로 약조했다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춘추에게 쏠리자 표정이 곤혹스럽게 변해갔다.

“이미 여기 있는 모두가 그 정황을 알고 있건만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춘추 공을 몰아세우는 게요!” 

“여하튼 그게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습니까!”

알천의 제지에 염종이 목소리를 높였다.

“왜, 당항성이 아니라 국경이라 그러오!”


필탄이 염종을 추궁하자 슬그머니 고개 돌렸다.

“모두 그만하시고 대책을 세우세요, 대책을!”

선덕여왕이 모두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하, 소장 외람되오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가만히 있던 유신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자 모두의 시선이 유신에게 쏠렸다.

“지금 급히 나설 일이 아니라 잠시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처하심이 옳을 듯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염종이 다시 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당나라의 사신이 백제를 방문하여 당항성 침공을 멈추게 한 바 있습니다.”

“그건 백제의 일 아니오.”

“백제를 거친 사신이 고구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했고 따라서 연개소문도 평양으로 돌아가 당나라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를 접했습니다. 그런 연유로 더 이상 고구려의 침공은 없을 듯합니다. 그러니 잠시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도모함이 이롭다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대로 두고만 보자는 이야기입니까!”

“이보시오, 염종 공. 정히 그러시면 본인이 나서시오!”

“그러면 되겠구려, 전쟁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염종 공에게 기회를 줌이 타당하겠습니다, 그려.”     

신라 전체회의…염종의 불편한 시선
병력 증원 요구…만만찮은 소요 비용

알천의 말에 필탄이 거들고 나서자 염종의 얼굴색이 급격하게 붉어졌다.

“염종 공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울러 작금의 우리 세력으로 그를 회복할 수 있는 여지는 됩니다. 하오나 병력이란 그리 함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전쟁을 치러 보았어야 알지!”

유신이 힘주어 이야기하자 필탄이 혀를 찼다.

“김유신 장군, 상세하게 설명해보세요.”

“전하, 지금 저희 군사력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판세를 만회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백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록 백제가 당나라의 권고를 받아들여 침공을 멈추었으나 워낙에 믿을 수 없는 종족들이기에 항상 주의를 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구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기는 시기상조라 판단됩니다.” 

“전하,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우리 신라군의 증강을 위한 방안에 대해 토의함이 어떠한지요.”

고개 숙이고 잠자코 있던 춘추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러면 이렇게 정리하도록 합시다. 고구려가 침공을 멈추었다 하니 잠시 상황을 보아가면서 대처하도록 하고 김춘추 공의 말대로 신라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토의하도록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김유신 장군이 한 번 이야기해 보시게.”

선덕여왕의 정리에 알천이 김유신을 주시했다.

“가장 먼저 시급한 일은 군 병력의 증원입니다. 우리는 최악의 경우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감당해야 하는 바 현재 실정으로는 두 나라는커녕 한 나라를 상대하기도 버겁습니다. 아울러 군사의 수를 대폭 증강하고 압량주를 군사 조련장으로 만들어 정예병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군사가 필요합니까?”

“두 나라를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 최소 십만의 병력이 필요합니다.”

십만이라는 소리에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현재는 어떠합니까?”

“현재 중앙군을 포함하여 채 이만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연유로 함부로 군사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유신이 말을 마치고 가벼이 한숨을 내쉬었다.

“전하, 지금 김유신 장군의 말을 심도 있게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춘추의 말에 선덕여왕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십만의 병사를 거느리게 되면 그에 따른 소요 비용도 만만치 않을 터였다.

“그 부분은 경들이 심도 있게 논하도록 하세요.”

긴 한숨

회의가 파하고 저녁 무렵 유신이 춘추의 요구로 그의 집을 방문했다.

춘추의 집에 도착하자 동생인 문희가 깨끗하게 정돈 된 방으로 안내했다.

화사하게 꾸며진 방을 바라보며 유신이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라버니.”

문희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왜 그러느냐?”

“오라버니에게 아직도 대를 이을 후사가 없어 걱정되어 그럽니다.”

“다 팔자려니 해야지.”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답한 유신이 가볍게 한숨까지 내쉬었다.

“그래서 그런데요, 처남.”

춘추가 은근하게 문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왜들 이러는 겐가. 뭐 작정한 일이라도 있는가?”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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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