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45)연개소문의 좌절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04 19:03:06
  • 호수 12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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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 덮친 나-당 연합의 그림자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신라의 사신이 고구려와 백제가 힘을 합쳐 당항성을 치려 한다며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신을 급히 파견하였소.”

힘을 주어 말하는 상리현장의 표정이 서서히 거만스럽게 변해갔다.

“글쎄요. 신라 놈들이 어떻게 말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군요.”

황제의 뜻

답을 한 의자왕이 성충과 흥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슨 내용인지 금시초문이니 상세히 말해보시오!”

성충이 조서를 흥수에게 건네고 뚱딴지 같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눈에 힘을 주고 말을 받았다.

그의 반응에 상리현장이 의자왕과 성충, 흥수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녕 귀국은 이런 사실이 없다는 말입니까!”

“그러면 우리가 일부러 이리 반응한다 생각하시오!”

흥수 역시 뒤질세라 한 마디 하고 나섰다.

모두의 반응이 그러하자 상리현장이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라의 염종이 사절로 다녀갔고 뒤이어 오래지 않아 신라 최고 대신인 알천이 입국하여 황제 폐하를 알현하여 선덕여왕의 간절한 호소를 전했다.

그런 연유로 황제는 급히 상리현장에게 조서를 주어 백제와 고구려에 황제의 뜻을 전하고자 방문했다.

“한심한 계집이로고!”

의자왕이 크게 혀를 차고는 상리현장을 주시했다.

“이보시오, 사농승!”

“말씀하시지요.”

“이왕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고구려와는 별개로 우리가 당항성을 공격한다면 어찌하겠소?”

“그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 신이 방문하였습니다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무나 황당하여 그러는데 진짜 우리가 당항성을 친다면 어쩌겠소?”

“그런 일이 발생하면 황제 폐하께서 즉각 군사를 일으켜 백제를 정벌하실 것입니다.”

“뭐라!”

상리현장을 바라보는 의자왕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황제 폐하의 지엄한 명이 있었소. 그러니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명을 따르셔야 합니다.”

의자왕과 성충, 흥수의 얼굴이 벌레 씹은 듯 변해갔다.

그날 저녁 의자왕이 만취하여 사택비를 찾았다.

사택비가 들어서자마자 자신을 껴안는 의자왕을 슬쩍 밀쳐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전하.”

질문에 답은 하지 않고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사택비의 온몸을 샅샅이 살폈다.


“부인!”

“말씀하세요, 전하!”

사택비가 의자왕이 밉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은근히 말꼬리를 올리며 지속해서 전하라 불러댔다.

순간 의자왕이 사택비의 허리를 부서져라 껴안았다.

이번에는 밀쳐내지 않고 의자왕의 목을 가볍게 껴안았다. 

“여보, 무슨 일 있었어요?”

“내가 오늘 부인을.”

“마저 말씀하세요.”

“아니오, 너무나 부인이 보고 싶었소.”

의자왕이 사택비를 두른 팔에 힘을 빼며 입을 맞추었다.

“무슨 일 있었지요?”

사택비 역시 팔을 내리며 의자왕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부인과 술 한 잔 더 하고 싶소.”

“지금도 과한데, 그래도 되겠어요?”

“술 한 잔 더 하고 부인 품에서 잠들고 싶소.”

당나라 사신 방문…의자왕 분노
커져가는 고구려-백제 간 앙금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신하들과 술을 마시는 내내 선덕이란 여자에 대해 주체할 수 없는 증오가 일었었다.

그런 연유로 사택비에게 그 마음을 위로 받고자 했다.

아니 사택비를 선덕이라 생각하고 마음껏 희롱하며 선덕에 대한 마음을 풀어내리라 생각했었다.

잠시 후 술상이 차려지자 사택비가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그 모습을 보자 얼굴도 보지 못한 선덕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부인, 오늘 부인을 죽여도 되겠소?”

“죽이다니요?”

죽인다는 의미를 되새기는지 사택비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병을 들었다. 

“이리 가까이, 곁으로 오시오.”

사택비가 술 따르려던 동작을 멈추고 그대로 의자왕 곁에 자리 잡았다.

“어떻게 죽이시려는지요?”

가볍게 의자왕의 입에 입을 맞추고 술을 따랐다.

“만지고, 때리고.”

“또요?”

“아작아작 깨물고.”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의자왕이 사택비의 귀를 입에 넣고 자근자근 물기 시작했다.

“소녀, 서방님 거니 마음대로 하세요.”

답을 하는 사택비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사택비를 무릎 위에 앞으로 앉히고 가만히 살펴보았다.

술 기운 때문인지 혹은 방금 전에 품었던 분노 때문인지 간헐적으로 사택비가 선덕여왕으로 비쳤다.

“내 반드시 부인을 죽이고 말겠소.”  

말을 마침과 동시에 의자왕이 서서히 사택비를, 아니 선덕이란 증오스런 여자를 덮쳐가기 시작했다.

백제와 당항성을 치기로 한 시점 연개소문이 군사를 이끌고 신라의 국경을 침공하기 시작했다.

비록 백제와 협의는 되어 있었지만 그 이유로 신라를 공략하는 차원은 아니었다.

그동안 공들여 증강한 전력을 시험하기 위한 일련의 확인 절차였다.

그를 위해 일찍이 고구려 영토였다 신라 진흥왕 당시 신라 영토로 편입된 두 개의 성을 공략했다.

아울러 조금 더 확인을 거치기 위해 여세를 몰아 남으로 진격하는 중에 평양성으로부터 전령이 달려왔다.

전령이 선도해의 안내로 연개소문 앞에 이르렀다.

“전하께서 급히 모셔오라는 분부를 주셨다 합니다.”

연개소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전령을 주시했다.

“그 무슨 소린가!”

“당나라에서 사신이 도착하였습니다. 그런 연유로 잠시 전쟁을 멈추시고 평양성으로 돌아오시라는 분부를 주셨습니다.”

“당나라에서 사신이라니!”연개소문이 선도해를 주시했다.

공허한 웃음

“일이 어그러진 모양입니다.”

“그러면 백제 이 친구들이…….”

“그런 모양입니다. 백제가 약속대로 당항성을 쳤다면 우리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터인데.”

말을 채 마지지 않은 선도해가 공허하게 웃음을 흘렸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는가?”

“그러하옵니다, 대감.”

“알았네, 그만 물러가도록 하게.”

전령이 자리를 물리자 연개소문이 선도해를 한쪽으로 이끌었다.

“책사!”

“말씀하시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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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