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 역…묘한 관능미 보여줄 예정
추자현과 키스신 잊지 못할 추억…얼굴 다가오자 웃음 터져
“10년 만에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았다”는 배우 김민선은 여러 언론 매체 인터뷰가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서도 만족감과 행복감 때문인지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미인도>를 통해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으로 돌아온 김민선은 “행복한 심정이라 그런지 몸도 가볍고 바랄 것이 없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관심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행복하다”며 연신 싱글벙글이다.
조선시대 천재화가 신윤복이 남장여자였다는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 <미인도>에서 김민선은 그림 때문에 남자로 살아야했던 신윤복 역을 맡아 남자로 살아가야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는 여성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며 남성성과 여성성을 오가는 묘한 관능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10년 만에 제 옷 찾았어요”
“10년 전 영화 <여고괴담2>로 처음 연기자로 데뷔할 당시 제게 가장 잘 어울리고 저를 빛내줄 옷을 만나지 못할 거란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 옷이란 바로 역할이죠. 그래서 항상 제가 입어야 할 그 옷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왔어요. 특히 역할의 비중을 떠나서 제가 비록 작품 안에서 많이 보이지 않더라도 단 한 가지라도 더 얻기 위해 열심히 작품활동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제야 제 옷을 만난 거에요.”
김민선은 <미인도>에 캐스팅이 확정되기 전부터 신윤복으로 태어나기 위해 그림에서 승마, 거문고까지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웠다.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부터 이건 운명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를 통해서 신윤복이라는 인물을 밖으로 끄집어내 관객들에게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시나리오가 맘에 든다고 해서 그 작품이 내 것이 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것도 너무 바보 같았죠. 그래서 캐스팅 전부터 신윤복이 되기 위해 준비했어요.”
하지만 결국 배우를 평가하는 것은 캐릭터에 얼마나 몰입했느냐 하는 것. 그는 신윤복이 여자였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 영화 속 신윤복을 어떻게 소화해냈을까.
“예인에 대한 영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꼭 도전해볼 만한 역할이었죠. 저를 통해 신윤복이라는 인물을 다시 깨워내고 싶었어요. 흔하지 않은 이야기였기에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고 더 많은 걸 배우고 깨달았던 것 같아요.”
김민선은 극중 강무(김남길), 김홍도(김영호)와 각각 베드신을 촬영했다. 베드신 촬영은 이번이 처음. 노출 연기를 도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수많은 스태프들 앞에서 노출을 감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용기가 뒤따른다.
“우리 영화에서 노출이라는 것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었고 신윤복이 여자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내 역할에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여배우로서 노출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에요. 하지만 숨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시작도 안 했어요. 전윤수 감독님은 물론 스태프분들 모두를 100% 믿었기 때문에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없어졌죠.”
<미인도>로 확실한 연기 변신을 꾀하기 위해 김민선은 남자 배우는 물론 추자현과도 키스 연기를 했다. 두 남자 배우와의 키스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오히려 추자현은 여자여서 그런지 무척 떨었다. 김민선은 당시 추자현에게 꽤나 미안해했다.
“어떤 작품이든 도전하고 싶어요”
“시나리오는 이미 봤지만 연기에 대한 준비는 촬영 현장에서 했어요. 감독님이 상황 설명을 하시고 마음의 준비를 했죠. 같은 여자니까 별것 아니라고 마음먹고 편안하게 기다렸어요. 그런데 막상 추자현의 얼굴이 다가오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혼났어요. 상대 배우에게 실례일 정도로 개구쟁이처럼 웃어 버렸죠. 민망하고 예민한 장면인데. 얼굴이 빨개지면서 결국 그 자리를 뛰쳐나와 화장실로 갔어요. 마음을 진정시키고 찬물 한잔 들이킨 뒤에야 제대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죠.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네요.”
하지만 그는 이 장면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여성간의 키스 장면을 삽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 이는 신윤복을 중심으로 한 김홍도와 강무의 엇갈린 사랑과 질투라는 중심 줄거리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걸어둔 장치다.
“영화 속 여자 배우의 관계도 묘한 매력이 있어요. 주요 인물들은 질투와 시기라는 감정으로 엮여 있는데 그 색깔이 배우마다 다르다는 것이죠. 특히 두 여성의 경우, 제가 흰색이라면 추자현은 검은색이라고 할까. 보색대비처럼 우린 서로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그 대비되는 색들이 빛을 발해 서로 빛나게 하는 거에요.”
연기 인생 10년차 김민선은 자신에게 연기란 아주 쉽게 또 다른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일컬었다. 그 과정의 일부분인 <미인도>는 또 다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
“30살에 내 옷을 입었고 사이즈도 알았기 때문에 다른 옷도 잘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성공의 길로만 가고 싶지 않아요. 매번 작품을 하면서 하나씩 배웠고 얻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을 선택하든 하나라도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전하고 싶어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