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신부동 카페거리 겉과속

돈냄새 맡은 공룡의 알박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얼마 전 대형 프랜차이즈 ‘갑질’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갑작스런 대형 프랜차이즈 입점에 다 망하게 생겼다는 천안 신부동의 카페골목 상인들을 만나봤다.
 

A씨는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에 개인 카페를 운영 중인 개인사업주다. 그는 “건물 가치를 올리려는 건물주의 욕심 때문에 소상 개인 카페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계속되는 횡포

A씨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에 매장을 임차해 2016년부터 카페를 운영 중이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건물주의 건물 매매로 인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400만원으로 2배가 인상돼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임차인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A씨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최근 천안 신부동 상인연합회는 공인중개사의 신분으로 골목상권 빈집들을 카페로 전향시키고 있다.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천안이 아닌 서울·경기권 지역의 건물 매수자를 유입해 50만원도 안하던 월세를 100만원까지 올렸다. 


카페거리를 조성한다는 그들에 말에 100미터도 안 되는 상권에 최근 2달간 5개가 넘는 카페가 입점했다. 짧은 시간에 우후죽순 생겨난 카페들로 인해 오픈 중비 중에 마주친 소규모 카페점주들도 서로 어이없어 했다. 

그런 개인 카페 점주들은 얼마 전 갑작스런 비보를 듣게 됐다. 자신들의 매장서 불과 100미터밖에 안 되는 곳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오픈 예정이라는 플래카드를 발견한 것. 

월세, 인건비, 공과금을 제외하고 겨우 수익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익이 나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열심히 일하고 있던 개인 카페 점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인근서 10평 규모로 수제 케이크 가게를 오픈한 B씨는 “케이크 및 디저트가 즐비한 대형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면 우리가게는 망할 수 밖에 없다”며 “이제 오픈한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골목상권 살리기 명목 가격 2배 올려 판매
100m 거리 대형 프랜차이즈에 상인들 좌절

근처 골목에 15평 규모의 개인 카페를 오픈한 C씨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할 줄 알았다면 여기 들어오지도 않았다. 15평에 월세가 150만원인 상권이 아니었지만 공인중개사분의 서울의 카페거리처럼 조성될 거란 말에 돈을 더 주고서라도 입점했는데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개인 카페를 준비하던 D씨는 지금 계약금을 포기하고 입점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그는 “개인 카페 위주의 카페거리를 조성하면 테이블이 한정돼있기 때문에 서로서로 ‘윈윈’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100평이 넘는 대형 커피숍이 생기면 소규모 카페는 다 죽는다”며 “10평의 소규모 카페는 이해하지만 대형 카페는 말도 안 된다. 지금 계약금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A씨는 “분명 근처 100미터 불과 10개가 넘는 개인 카페가 즐비한 가운데 큰 평수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생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상권 수익 분석도 하나 없이 자신의 건물가치를 올리려는 건물주의 횡포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처 개인 카페의 매출수익을 뻔히 아는 상황에 간간이 생계를 유지하는 형태로 운영 중인 것이 시장평가를 통해 할 수 있는 상권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는 것은 일반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생기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보증금 1억 월세 550만원에 1층도 아닌 2, 3층에 생길 예정이다.
 

주위 상인들은 “건물주가 아니고서야 들어올 수 없는 매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이곳이 대형 프랜차이즈가 입점할 수 있는 상권이 아니지만 건물주의 끈질긴 입점 제안으로 어쩔 수 없이 입점했다고 한다. 

A씨는 “같은 동의 맞은편 백화점에 같은 매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가 즐비한 골목상권에까지 입점을 해야 했나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는 형국에 나 뿐만이 아니라 주변 개인 카페(현재 오픈 예정인 개인 카페는 4개 이상) 모두를 죽이는 것”이라며 “수익성을 떠나 건물주의 건물가치를 올리고자 대형 프랜차이즈를 입점시켜 건물가치를 올려보겠다는 갑의 횡포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 죽게 생겼다”

현재 수십개 개인사업자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또 대형 프랜차이즈와의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 힘들어질 것은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 이렇다할 대책도 강구하지 못한 A씨와 다른 개인 카페 점주들의 수심은 날마다 깊어가고 있다. 현재 신부동 카페골목은 초상집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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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