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첫 타깃 ‘용의 기업들’ 어디?

하림? 성주? 걸리면 끝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예의주시하던 재계가 난처하게 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돼서다. ‘재벌 저격수’가 전격 등판함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와 ‘하청기업 불공정행위’ 등으로 구설을 양산하던 몇몇 기업은 바짝 긴장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12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고 기한없이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며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더 이상 야당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대 무릅쓰고
돌격 준비 중

청와대의 임명 발표에 즉각 야권은 반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서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협치 포기 선언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절대 동의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는 독선이자 야당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사실 김상조 위원장의 내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기다려 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13일 오전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만나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공동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자 결국 임명 강행을 택했다. 

임명을 하지 않아도 추경을 반대하고, 임명을 해도 추경을 반대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임명 강행을 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한층 예리해진
공정위의 칼날

김 위원장이 공정위 수장에 오르면서 새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공정위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벌써부터 수많은 뒷말이 오간다. 재계는 성주그룹, 하림그룹이 김상조호 공정위의 첫 타깃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들은 편법 승계,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문제가 수면위에 불거졌던 곳이다. 
 

패션 브랜드 MCM을 운영하는 성주그룹은 최근 하도급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원청업체의 갑질 여부가 이슈가 된 만큼 불공정하도급 관행을 집중 점검 결과에 따라 ‘적폐척결 1호 기업’이 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에스제이와이코리아·맨콜렉션 등 MCM 제품 제조 하도급업체들은 지난 3월 성주디앤디(MCM 브랜드 생산·판매법인)를 불공정거래 행위를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성주디앤디가 부당한 단가를 적용하고 소비자가 반품할 경우 구매가가 아닌 백화점 판매가로 보상을 떠넘기는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속해 여러 업체가 부도까지 이르렀다는 게 신고서의 요지다.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성주그룹은 위신 추락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이 회사의 수장인 김성주 회장은 ‘친박’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다. ‘MCM 성공신화’로 유명한 김 회장은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활동했다.

김상조 임명 강행…재계 피바람 예고
일감주기, 편법승계…공정위 예의주시

편법승계 의혹에 휩싸인 하림그룹은 성주그룹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양계사업으로 출발한 하림그룹은 국내 육계공 시장 1위이자 NS홈쇼핑, 해운사 팬오션 등을 계열사로 둔 재계 30위 대기업이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 “편법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세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줬다”고 하림그룹을 직접 거론했다. 공정위는 하림의 승계지원·사익편취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법증여 대상자로 의혹을 받는 이는 김홍국 회장의 1남3녀 중 장남인 준영씨다. 1992년생인 준영씨는 아직까지 그룹 경영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하림그룹 지배구조서 김 회장보다 더 많은 지배력을 확보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회장은 2012년 비상장 계열사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을 준영씨에게 물려줬고, 100억원대 증여세가 부과됐다. 그런데 그룹 자산규모에 비해 증여세가 적다는 점 외에, 증여세 마련 방법에 대한 구설이 불거졌다. 

올품이 지난해 지분 100%를 보유한 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 감자를 하고 그 대가로 준영씨에게 100억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준영씨에게 증여되기 전인 2011년 말 707억원 수준이었던 올품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지난해 416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서 계열사들이 올품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누구라도
걸리면 끝장

성주그룹과 하림그룹이 1순위 타깃이라면 현대글로비스, 롯데시네마 등은 2순위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난 2일 인사청문회 당시 김 위원장은 “상장사 규제 지분율 기준인 30% 문턱을 피하려고 29.9%로 지분율을 맞추면서 편법적으로 규제를 벗어난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 기업들이 일감몰아주기로 시장에 어떤 폐해를 미쳤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절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현대차그룹 오너일가와 연결시키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29.99%로 맞춰 놓은 현대차그룹 오너일가를 지적했다는 해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억 원 이상의 대규모기업집단 가운데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를 초과하는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과세대상이다.

롯데시네마는 김태년 의원의 작심 발언 후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한층 커졌다. 김 의원은 “롯데시네마 내 매점 일감떼어주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 총수 일가 5명은 이름만 등기이사로 올려놓고 500억원대 급여를 챙겨주고 ‘롯데시네마’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회사에 7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규제에도 걸렸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 등은 조만간 이와 관련해 재판을 본격적으로 받게 된다.

입찰 담합의 불공정 행위가 관행으로 뿌리 내린 건설업계는 통째로 긴장해야 할 처지다. 일감 몰아주기, 하도급 대금 미지급 등 건설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공정위에 발각될 시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해야 하는 까닭이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지난달까지 주요 20개 건설사가 담합 과징금으로 1조2338억원을 부과받았다. 현대건설이 204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1837억원), 대림산업(1403억원), SK건설(962억원), 대우건설(855억원), GS건설(746억원), 포스코건설(710억원), 현대산업개발(623억원) 순이었다.


건설업계의 입찰 담합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자 정치권은 올해 초 강력한 처벌조항을 만들었다. 국회는 올해 3월 2일 본회의를 열고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건설사가 3차례 공공공사 입찰 담합이 적발됐을 때 퇴출당하는 ‘삼진아웃제’ 적용 기간을 기존 3년서 9년으로 늘렸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가 첫 타깃이 될 공산도 크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책무 중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정책을 강조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가맹대리점이나 하도급 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관리 감독은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를 긴장시키는 건 대규모 유통업자의 위법 행위에 대한 징벌 수준 강화 여부다. 현재 대규모 유통업자가 대규모 유통업법을 위반하면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거나 과징금을 부과 받는다. 

하지만 해당 과징금이 피해자의 손해배상을 위해 쓰이지 않고 국고로 환수돼 피해자가 배상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법에 징벌적 배상을 도입하는 내용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안절부절 속내
폭풍전야 분위기

현행 백화점·홈쇼핑만 공개하는 수수료율 공개서 한발 나아가 대형마트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업계의 수수료율까지 확대해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쇼핑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의 수수료율에 대해 공정위는 현재 공개하고 있지 않다. 규제가 확대되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운영업체의 수수료율이 공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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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윤, 10번째 해외순방 부푼 보따리 풀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해외순방을 떠났다. 그에 맞는 성과를 낸다면 우주라도 갈 수 있다지만, 여태까지 성적표는 처참해,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1호 영업사원’의 의미가 대통령 부부와는 달랐던 걸까? 오히려 나갔다 하면 터지는 사고로 불안할 지경이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성남 서울 공항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타고 첫 순방지인 투르크메니스탄으로 향했다. 시작은 화려하게 서울 공항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이 나와 윤 대통령을 환송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연한 회색 넥타이를 맸고, 김 여사는 밝은 베이지색 정장 차림에 에코백을 들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공군 1호기에 올라 각각 손 인사와 목례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순방국인 투르크메니스탄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위한 담대한 구상’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에게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 계획’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으며, 이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우리의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의 일환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대한민국 간 관계의 확대를 지지한다”면서 “우리는 본 구상을 구현하는 데 양국 정부 간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양국 간 공동성명에는 가스 및 화학, 조선, 섬유, 운송, 정보통신, 환경보호 등 분야서 협력 강화도 담겨있다. 해외순방이 잘 끝나면 좋지만, 이번 해외순방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여태까지의 실적보다는 리스크가 더 컸다는 말도 나오는 실정이다. 스스로를 ‘1호 영업사원’이라고 지칭한 윤 대통령의 위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김 여사가 동행하는 데 대해 ‘검찰 수사 회피용 외유’라고 규정했다. 한 번 나갔다 하면 터지는 논란 총선 이후 숨었다가 해외서 등장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디올백 수수 영상이 공개된 뒤 4·10 총선 ‘도둑 투표’서 보듯이 국민과 언론의 눈을 피해 꼭꼭 숨어다니더니, 이제 대놓고 활보한다. 검찰을 향해 ‘어디서 감히? 소환할 테면 해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과 양주, 고급 화장품을 대가성 뇌물로 제공한 최재영 목사를 소환해 다수의 증거와 증언을 이미 확보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대가성 뇌물을 받은 의혹이 있는 피의자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이어 “공범들은 이미 처벌받았다. 재판에 제출된 검찰 의견서에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수익이 23억원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은 언제까지 김 여사 소환조사를 미룰 건가? 청탁성 선물을 ‘대통령기록물’이라고 하는 억지 주장을 듣고만 있을 것이냐”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검찰은 압수수색도, 소환조사도 피해 가는 ‘특권계급’ 앞에서 무너지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언론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해도 믿는 국민은 없다. 아무리 달달한 말을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 앞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가 무사히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한다. 귀국 즉시, 요새 국민의힘 의원들이 관심이 많은 기내 식비와 음료, 술값 내역을 꼭 공개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김 여사는 검찰이 귀국 뒤에도 소환하지 않거든 서울중앙지검에 제 발로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야 검찰 소환을 피하려고 외유를 택했다는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으로 시작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여태까지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서 사고가 끊임없이 터졌던 것에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논란은 독일·덴마크 해외순방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2월18일 윤 대통령은 일주일 일정으로 독일과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지난 2월1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올해 첫 해외순방 일정인 독일과 덴마크 방문 계획이 여러 요인을 검토한 끝에 연기됐다. 과거에도 순방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 없이 순방을 연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간인은 왜 태워? 독일 주요 종합지와 방송사는 윤 대통령의 방문 연기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일부 온라인 언론이 <로이터 통신>의 단신을 번역해 소개했다. 덴마크서 발행되는 주요 언론들도 이 소식을 다루지 않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실과 덴마크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실도 별다른 언급이나 공식적인 설명하지 않았다. 독일과 덴마크 국민은 한국의 대통령이 방문할 예정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정도로 무관심한 분위기였다. 외신 가운데 유일하게 해외 순방 연기 소식을 전했던 <로이터 통신>은 “한국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다양한 문제 때문에 연기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결정은 4‧10 총선서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대통령 내외가 성과도 없이 너무 잦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고, 특히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수수하는 과정이 담긴 몰래카메라가 공개되면서 윤 대통령이 곤란을 겪고 있다”며 디올백 사건이 연기 결정의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함께 전했다. 반면 현지 한인 교민과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전례가 없는 일에 황당해했다. 현지 한국 공관들은 해외순방이 있기 한 달 전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동포 행사 보조요원을 모집했고, 교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비공식 공지까지 한 상황이었다. 독일 일정의 경우 수도인 베를린에 있는 독일대사관이 아닌 독일 중북부에 있는 함부르크 총영사관이 행사 요원을 모집한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곳에서 있을 만찬은 독일과 유럽의 귀빈들이 주로 참석하는 사교 파티 형식이어서 대통령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모든 게 돌연 취소된 것이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반응이 불거졌다. 가장 격이 높은 국빈 방문을 불과 며칠 앞두고 취소한 건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도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12월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 및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기 위해 최형찬 주네덜란드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최 대사를 불러 국빈 방문 경호와 의전을 둘러싼 한국의 다양한 요구에 ‘우려와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경호상의 필요를 이유로 방문지 엘리베이터 면적까지 요구한 것 등 구체적인 사례를 열거해 불만을 표했다. 특히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기밀 시설 ‘클린룸’ 방문 일정과 관련해 한국 측이 정해진 제한 인원 이상의 방문을 요구한 데 대한 우려도 컸다. 한 소식통은 “네덜란드가 상대국 정상의 방문을 앞두고 주재 대사를 불러 항의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최 대사와 네덜란드 측 간 협의는 국빈 방문이 임박한 시점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세부적인 사항들을 신속하게 조율하기 위한 목적서 이뤄진 소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빈 방문이 ‘대통령의 외교’가 아닌 화려한 의전만 챙기는 ‘왕의 외교’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대통령 부부가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는데,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한 채 수도 빌뉴스의 명품 편집매장에 들린 것이 문제가 됐다. 리투아니아 매체 <15min>은 ‘한국의 퍼스트레이디(김 여사)는 50세의 스타일 아이콘 : 빌뉴스(리투아니아의 수도)서 일정 중 유명한 상점에 방문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김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두 브롤리아이(Du Broliai)’라는 매장(명품 브랜드 편집숍)에 방문한 사진이 담겼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여사는 총 16명을 대동한 채 매장에 왔고, 김 여사가 쇼핑하는 동안 6명의 경호원이 매장 앞에서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배치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브롤리아이 관계자는 김 여사 일행이 매장 방문 이후에도 이곳을 다시 찾아서 추가로 물건을 구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무엇을 샀고 얼마어치를 샀는지는 기밀”이라고 말했다. 해당 일에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상점을 방문한 건 맞고 안내를 받았지만, 물건은 사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물 폭탄과 문자폭탄에 출근을 서두르고 있는 서민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기사”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여름 한반도 폭우 사태로 인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처했는데 국내 사정을 우선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아랍에미리트 해외순방에선 윤 대통령의 말이 문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UAE 군사훈련 협력단(아크부대)을 방문해 “UAE의 적이 이란이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다. UAE는 우리의 형제 국가다. 형제국의 적은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명품, 노룩 악수, 경례… “김 여사 귀국 후 검찰로?” 이란이 윤 대통령의 주장에 반발해 성명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논란이 됐다.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란이슬람공화국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이슬람공화국과 아랍에미리트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현지서 UAE의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아크부대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서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한-이란 관계와 무관한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란 나자피 외무부 차관은 윤강형 주이란 한국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2022년 11월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윤석열정부 정상회담 취재 제한 논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김 여사가 팔짱을 낀 사진 논란 ▲해외순방 중 윤 대통령이 전용기 안에서 채널A, CBS 기자 2명만 따로 부른 것 ▲김 여사가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신 비공개로 캄보디아 병원과 가정에 방문하면서 발생한 논란 등이 있었다. 2022년 9월에 있었던 영국-미국-캐나다 해외순방에서는 나라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는 당시 사망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조문하러 영국으로 출국했지만, 조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교통 상황 때문이라고 했지만, 이미 교통 혼잡이 충분히 예상됐고, 영국 정부는 이미 방문하는 국가 원수들의 전용기 탑승 자제 및 의전차량 제공 불가를 7일 전에 알렸다. 미국에서는 ▲한일 약식회담 ▲48초 한미정상회담 ▲욕설 발언으로 논란이 됐고, 캐나다에서는 동포 간담회를 열었지만, 내용이 실속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오타와 전쟁 기념비 앞 참배 과정서 캐나다 국가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캐나다 국기에 경례하는 의전 실수를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해외순방이었던 나토 정상회의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에게 인사하려던 도중 윤 대통령이 악수를 건네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그저 윤 대통령이 건넨 악수만 받은 채 루멘 라데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불가리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돼 ‘노룩 악수’ 논란이 일어났다. 국제적 망신도 이 밖에도 연출된 업무 사진, 대통령 부부의 해외순방에 대통령실 직원이나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씨가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지난해 3월 한일정상회담에서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한일 양국의 주장이 엇갈렸으며, 지난해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출국 전 윤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서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조건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언해 논란을 키웠다. <alsw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