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어느 누구든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쉰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무 이유 없이 장애등급이 하락돼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있는 엄영복 강화군 장애인단체 총 연합회장입니다.
엄영복 회장은 벌써 3년째 힘든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 돌연 가지고 있던 시각장애등급이 2급서 6급으로 떨어진 것.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어떠한 이유도 없다는 데 있다.
갑자기 하락 왜?
엄 회장이 시각장애 등급을 받은 건 1989년의 일이다. 1979년 차사고로 인해 허리와 눈을 다쳤기 때문이다. 엄 회장은 몸이 불편한 상황서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애인들을 위한 일들을 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엄 회장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국민연금공단과 군청서 장애등급 하락을 통보해 온 것이다. 엄 회장은 가만히 앉아 두고 볼 수 없었다.
안과서 진단서를 뗐고 담당교수의 소견도 들었다. 엄 회장에게 받은 진단서에는 “시력 개선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사료됨” “어느 정도의 일상 생활은 가능하나 작업 등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은 어려울 듯 합니다” “향후 치료법 없음”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진단·소견서 제출했지만 묵묵부답
복지부-군청 서로 떠넘기기만 바빠
엄 회장은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공단과 군청에 이의신청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에게 떠넘기기만 할 뿐 등급 하락의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장애등급 하락으로 인한 3년 동안 엄 회장이 받은 피해는 컸고 생활도 위태로워졌다.
그러던 중 더욱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한 지역의 언론사 기자가 엄 회장이 찍은 사진에 오토바이가 나왔다는 이유로 마치 엄 회장이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엄 회장은 “국민연금공단과 군청이 마치 짜고 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엄 회장은 군청에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민원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군청서 돌아온 것은 ‘근로능력 없음’이 표시된 근로능력 판정 결과서였다. 엄 회장은 “근로능력 없음을 군청에서 스스로도 인정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엄 회장은 강화군에 있는 모든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엄 회장의 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 1급이 오토바이 배달을, 경운기 운전 등을 무리없이 하고 있었고 2급을 가진 사람들도 자전거와 자동차 운전을 무리 없이 하고 있었다.
시각장애의 경우 5급 2호 그리고 6급 장애인만 제2종 운전면허가 가능하다. 제1종 운전면허의 자격에는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8 이상이고 양쪽 눈의 시력이 각각 0.5 이상일 것’ 2종 운전면허의 자격은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5 이상일 것. 다만 한쪽 눈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6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시각장애 1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02 이하인 사람’ 2급은 ‘좋은 눈의 시력이 0.04 이하인 사람’으로 돼있다. 1, 2급의 시각장애인이 오토바이와 경운기 등을 운전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상황인 것이다.
엄 회장은 “장애등급 판정 기준이 들쭉날쭉하고 특정인에게만 불이익을 주고있다”며 “선거 때만 장애인들을 이용하고 그 뒤에는 돌보지 않는 군에 많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민연금공단과 군청의 횡포를 낱낱이 파헤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급수 따라 차이
중증장애인에게 장애등급 하락은 활동보조서비스, 장애인 연금, 장애인 콜택시 이용 등 모든 서비스의 ‘박탈’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장애는 그대로인데 행정상의 등급하락으로 활동보조서비스 등 각종 복지 시책 대상서 제외돼 삶이 위협받는 것이다. 장애등급 하락 등을 이유로 중증장애인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으나 행정당국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