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풀려난 장시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0:38:41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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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도우미 재판도 돕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장시호가 석방됐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의 주범이었지만, 구속된 이후 특검의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다. 특검에게 ‘스모킹건’을 쥐여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장씨가 불구속 재판을 받으며, 국정농단 수사에 협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의 연루자임과 동시에 각종 폭로로 특검 도우미라 불린 장시호씨가 지난 7일 자정 석방됐다. 국정 농단 사태로 구속된 이들 중 처음으로 석방된 장씨가 수감됐던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는 석방 수 시간 전부터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취재진과 함께 구치소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친박단체 회원들도 진을 치고 장씨의 석방을 지켜봤다.

이슈메이커
202일만 석방

장씨는 구치소를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수사에도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장씨는 “정유라를 만날 계획이 있는가” “정유라 씨는 삼성 지원을 모른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석방 소감을 말해달라” 는 등 취재진의 질문엔 침묵했다. 다만 “앞으로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장씨는 짧게 “예”라고 답했다. 장씨는 구치소까지 마중 나온 변호사의 차량을 타고 구치소를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 8일 기소된 장씨는 6개월간의 구속기한을 마쳤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1심 판결 전 구속가능 기간인 기본 2개월을 채웠고 2차례의 구속 연장 조치에 따른 4개월의 수감생활도 마무리하고 이날 석방됐다. 


앞서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서 일하며 이모 최순실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18억여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씨는 지난해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장씨는 최순실의 언니 최순득의 딸로 최씨의 조카다. 본명은 장유진이었지만, 이후 장시호로 개명했다. ‘시호’라는 이름은 추신수의 아내이자 일본 모델인 야노 시호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장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일진’으로 불리는 문제아였다고 한다. 학교 폭력 등을 일삼았지만, 막강한 재력과 집안을 등에 업고 오히려 피해자가 외국으로 도피 유학을 떠났다고 동문들은 입모았다. 

국정 농단 사건 주범 구속
특검 스모킹 건으로 활약

현대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반에서 꼴찌를 다툴 정도로 학업에 큰 관심이 없었다. 전체 학생수 53명이었는데 1학기에 52등, 2학기에 53등이었다. 학급 석차뿐만 아니라 전교 석차도 꼴찌권이었다는 후문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날라리’의 전형이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승마선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낮은 학업성적에도 불구하고 명문 연세대학교 교육과학대학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이 때문에 장씨의 연세대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다. 장씨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씨의 딸이자 이종 사촌 여동생인 정유라에게도 승마를 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마를 그만둔 이후에는 압구정 ‘가십걸’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는 연예계 관련 일을 하며 많은 유명 연예인들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수많은 연예인과 운동선수, 재벌 2세 등과 사귀며 염문설을 뿌렸다. 


장씨가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발언을 통해서였다. 안 의원은 지난해 10월27일 비선실세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최씨의 조카인 장씨를 실세라고 보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다면 장 씨를 긴급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수 많은 언론서 장씨가 최씨 일가의 브레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순실 조카 
철천지 원수로

장씨는 겨울스포츠 어린이 유망주 양성이라는 명목으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사실 이 스포츠영재센터는 영재 양성보다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이권사업을 따내기 위해 설립된 유령재단이었다. 

이 재단으로부터 7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아서 이 중에 1억원가량만 재단 운영에 사용하고, 나머지 6억원은 장씨가 착복한 의혹이 있으며, 삼성전자와 정부가 거액의 지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센터를 세운 뒤 장씨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과 긴밀히 협의해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혐의가 인정돼 검찰은 지난해 10월 말 장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장씨의 체포가 미진하자 일본 밀항설 등이 나왔지만, 결국 11월18일 장씨는 서울 도곡동 친척집 인근서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 2016년 12월7일,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오후 3시30분 출석하면서 언론에 처음 장씨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졌다. 

스포츠영재센터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서 장씨와 국가대표 스케이트 선수였던 김동성씨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스포츠영재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스포츠스타 이규혁은 2월17일 열린 최순실, 장시호, 김종 전 차관의 3차 공판서 증인으로 출석해 “장씨와 김씨가 남녀관계로 만났으며, 영재센터는 그 관계에서부터 시작돼 여기까지 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든 혐의를 부정하던 장씨는 특검 수사가 시작되자 특급 도우미로 거듭난다.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장씨는 수사 단서를 건네며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장씨는 지난 1월5일 변호인을 통해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 PC를 임의 제출했다. 당시 최씨는 JTBC가 보도한 태블릿 PC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서 장씨는 지난해 10월 도피 중이던 최씨의 부탁으로 그의 짐을 쌌던 것을 기억해, 그 짐 속에 태블릿 PC가 있었음을 특검 수사과정서 진술했다.

이 태블릿PC는 최씨가 지난 2015년 7월부터 11월까지 사용한 것으로 앞서 언론에 의해 공개된 태블릿PC와 함께 최씨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핵심증거)’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이 태블릿PC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지원받기 위해 설립한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에 대한 메일이 저장돼있었다. 

연대 부정입학
평창사업 개입

이에 그치지 않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민간 인사 개입’과 관련해서도 장씨는 단서를 제공했다. 당시 장씨는 특검에 “최씨가 민정수석실에서 보낸 인사 파일을 검토하는 걸 봤다. 이 인사 파일을 사진으로 찍어둔 적 있다”는 진술을 했고 이를 토대로 그의 컴퓨터를 확인한 결과 물증을 확보했다. 


이 파일에는 민정수석실이 민영화된 케이티앤지(KT&G) 사장 후보들을 검증한 자료들이 포함돼있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차명 전화와 관련해서도 장씨는 큰 역할을 했다. 장씨는 휴대전화 숫자판을 기억해 박 대통령 휴대전화 끝자리가 ‘420X’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차명 전화를 이용해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570여회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장씨의 제보는 이에 멈추지 않고 최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참여하는 회사 지분의 15%를 차명으로 전환해 이익을 취하려고 했다는 폭로를 했다. 장씨는 공증사무실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내며 다시 한 번 특검의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수행했다.

박근혜 구속에 결정적인 역할
앞으로 더 수사 협조할지 주목

이러한 관계 덕에 수사팀 역시 장씨를 ‘특별 관리’하며 살뜰하게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가 장씨에게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을 건네자 장씨는 아이스크림을 냉장고에 넣으며 “내일 먹겠다”고 편하게 얘기했다. 지난 3월26일 특검팀은 장씨의 마지막 소환조사에 티타임을 열었다.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당시 특검 수사팀장)은 장씨에게 “재판 잘 받고 나중에 출소하게 되면 아들 예쁘게 키우라”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번 사건으로)많은 것을 배웠을 테니 교훈 삼아서 잘 살라”는 따뜻한 위로도 건넸다.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은 장씨는 뇌물죄 수사팀 검사들 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장씨의 변호인은 “당시 장씨가 윤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장씨의 활약은 법정서도 이어졌다. 지난 4월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씨의 뇌물 사건 공판에서는 장씨가 증인으로 나와 “삼성동 2층 방에 돈이 있으니 그 돈으로 유연(최씨 딸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이랑 유주(정씨 아들) 키우라”고 일러줬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최씨가 언급한 ‘삼성동’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폭로는 계속
법정서 활약

지난해 10월 장씨가 최씨 지시로 압구정동 소재 은행서 10억원을 찾게 된 경위를 두고도 다툼이 벌어졌다. 장씨는 최씨 변호사를 따라 은행 대여금고서 1억원짜리 수표 10장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이 중 1억원은 어머니 최순득씨에게 곗돈으로 주고, 5000만원은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챙긴 뒤 나머지 8억5000만원은 최씨 변호사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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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