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재조사> 떨고 있는 사람들

밤잠 설치는 MB맨 박근혜 옆방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MB(이명박)정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댔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자원외교, 방위산업까지 이른바 MB정부의 ‘사자방 비리’가 표적이다. 정권의 힘이 가장 큰 취임 초,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문 대통령의 칼춤에 누군가는 추풍낙엽처럼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칼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MB정부서 시행됐던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역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자원외교까지 손본다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 ‘사자방’을 전부 건드리는 셈이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 다음 날인 지난 23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등 이른바 MB정부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부터 조사
문재인 노림수?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뉴딜사업이다. MB정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과 섬진강 및 지류에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의 효과를 꾀했다. 

국민 세금이 22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라 불렸다. 문제는 처음 사업 추진 의도와 달리 4대강 유역의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3번의 감사를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고강도·현미경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 정권서 이뤄진 3번의 감사가 ‘셀프 감사’ ‘봐주기 감사’로 치부되는 등 부실 감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미적거리던 감사원도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자 본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철저한 감사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업에 관계된 관련자들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환경부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들이 감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부는 감사 시작도 전에 이미 그로기 상태다. 국토부는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옮기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로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질오염 문제는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측면이 더 크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당장 네 번째 감사를 준비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취임 13일 만에 4대강 사업 감사 지시
자원외교·방위산업 MB 국책사업 겨냥

첫손에 꼽히는 게 정종환·권도엽 국토부 전 장관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정 전 장관 시절이었다. 그의 후임이었던 권 전 장관은 당시 1차관이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추진뿐 아니라 집행까지 총괄하면서 깊숙이 관여했다. 


두 사람은 “4대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을 하는데 왜 예비타당성 조사에 1∼2년을 허비해야 하느냐”(정) 등의 발언으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가 꼽은 4대강 사업 찬동인사 가운데서도 S급에 꼽힌다.

환경부는 국토부서 오랜 숙원이었던 치수 업무를 이관받아 몸집이 불어나는 수혜를 입었지만 역시 4대강 사업 책임론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만의 전 장관이 감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MB정부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8년부터 3년간 환경부 수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2009년 환경부 국정감사서 여야 의원들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전환경영향성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킬 때 주무부서인 자연보전국 국장으로 있던 정연만 전 차관의 이름도 나온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서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평가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졸속 평가’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물환경정책국장이었던 이정섭 차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차관은 4대강 수질관리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조라테’라는 말이 나왔다.

부처, 수공…
장관·사장 타깃

금강 유역 환경지킴이 김종술씨는 “녹조라테를 마셨더니 5분 안에 복통 신호가 왔다. 배탈도 나고 두통도 밀려오고 피부병도 생겼다”며 4대강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이 차관은 2012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낙동강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기후 탓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차관은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8조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아 공사를 발주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전 사장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사장은 4대강 개발에 앞장선 공로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임했다.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차윤정 전 환경부본부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건설업계도 좌불안석이다. 4대강 사업이 워낙 대규모로 진행된 만큼 대부분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1차에선 17개, 2차에서는 7개사가 걸렸는데 이 중 4개 건설사는 두 차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담합을 주도한 일부 건설사 임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철퇴를 맞은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면서 4대강 관련 상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로 다시 긴장 상태다.


비리 척결 의지
전 정권 정조준

이 외에도 MB정부 청와대 관계자와 정책조정 그룹, 사업에 관여한 공무원, 외부 전문가까지 감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적폐로 꼽았다. 2014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MB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해 모두 35조원을 손실했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비리를 가리켜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5년 자원외교 국조는 파행을 거듭하다 수확 없이 마무리됐다.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성완종 리스트’만 남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정부 시기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자원외교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공기업 사장들만 수사를 받아 ‘꼬리자르기’식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썼다.


정치보복이냐 단순 감사냐
사업 총괄한 MB 법정 갈까?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의 대다수가 실패하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했다가 2조원의 손해를 입은 게 대표적이다. 

시민단체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전·현직 사장을 특경법 업무상 배임죄와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등 2명만 기소됐다. 그나마 두 사람도 1심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 특사로 나미비아·볼리비아 광물사업을 주도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카메룬 광물사업을, 가장 크게 불거진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최 전 장관이 관여했다. 

윤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자원외교의 실무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감사가 자원외교 비리까지 번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을 포함,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방위산업 비리에 관해서도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산비리와 관련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 공약집에는 방산 비리 적발시 ‘이적죄’에 준할 정도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취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전 정권의 방산비리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는 두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 방산비리를 전담하는 국방개혁 태스크포스(가칭)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4년 11월 검사와 군검찰관 등 100여명 규모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출범했다. 합수단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비리,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 등을 적발해 2015년 7월 47명을 구속 기소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 등 군 최고위층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컸다. 합수단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로 상설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 역시 방산비리 근절을 강조하며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지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지난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0여개에 이르는 방산비리 사건을 되짚어보자. MB정부 시기인 2008∼2010년 3년 사이에 다 저질러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MB정부 시기 방산비리 사건이 늘어난 것에 대해 무리한 예산 삭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사자방 비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건 필연적이다.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총괄했다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4대강 감사 지시를 하자마자 MB계 인사와 이 전 대통령까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이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혹독한 조사를 거친 바 있다”며 “자칫하면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심은 MB에
칼 피할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4대강을 포함 MB정부의 국책사업을 재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4대강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 차원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감사 과정서 드러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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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