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재조사> 떨고 있는 사람들

밤잠 설치는 MB맨 박근혜 옆방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MB(이명박)정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댔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자원외교, 방위산업까지 이른바 MB정부의 ‘사자방 비리’가 표적이다. 정권의 힘이 가장 큰 취임 초,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문 대통령의 칼춤에 누군가는 추풍낙엽처럼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칼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MB정부서 시행됐던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역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자원외교까지 손본다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 ‘사자방’을 전부 건드리는 셈이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 다음 날인 지난 23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등 이른바 MB정부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부터 조사
문재인 노림수?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뉴딜사업이다. MB정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과 섬진강 및 지류에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의 효과를 꾀했다. 

국민 세금이 22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라 불렸다. 문제는 처음 사업 추진 의도와 달리 4대강 유역의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3번의 감사를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고강도·현미경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 정권서 이뤄진 3번의 감사가 ‘셀프 감사’ ‘봐주기 감사’로 치부되는 등 부실 감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미적거리던 감사원도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자 본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철저한 감사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업에 관계된 관련자들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환경부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들이 감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부는 감사 시작도 전에 이미 그로기 상태다. 국토부는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옮기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로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질오염 문제는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측면이 더 크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당장 네 번째 감사를 준비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취임 13일 만에 4대강 사업 감사 지시
자원외교·방위산업 MB 국책사업 겨냥

첫손에 꼽히는 게 정종환·권도엽 국토부 전 장관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정 전 장관 시절이었다. 그의 후임이었던 권 전 장관은 당시 1차관이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추진뿐 아니라 집행까지 총괄하면서 깊숙이 관여했다. 


두 사람은 “4대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을 하는데 왜 예비타당성 조사에 1∼2년을 허비해야 하느냐”(정) 등의 발언으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가 꼽은 4대강 사업 찬동인사 가운데서도 S급에 꼽힌다.

환경부는 국토부서 오랜 숙원이었던 치수 업무를 이관받아 몸집이 불어나는 수혜를 입었지만 역시 4대강 사업 책임론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만의 전 장관이 감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MB정부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8년부터 3년간 환경부 수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2009년 환경부 국정감사서 여야 의원들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전환경영향성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킬 때 주무부서인 자연보전국 국장으로 있던 정연만 전 차관의 이름도 나온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서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평가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졸속 평가’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물환경정책국장이었던 이정섭 차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차관은 4대강 수질관리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조라테’라는 말이 나왔다.

부처, 수공…
장관·사장 타깃

금강 유역 환경지킴이 김종술씨는 “녹조라테를 마셨더니 5분 안에 복통 신호가 왔다. 배탈도 나고 두통도 밀려오고 피부병도 생겼다”며 4대강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이 차관은 2012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낙동강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기후 탓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차관은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8조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아 공사를 발주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전 사장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사장은 4대강 개발에 앞장선 공로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임했다.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차윤정 전 환경부본부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건설업계도 좌불안석이다. 4대강 사업이 워낙 대규모로 진행된 만큼 대부분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1차에선 17개, 2차에서는 7개사가 걸렸는데 이 중 4개 건설사는 두 차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담합을 주도한 일부 건설사 임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철퇴를 맞은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면서 4대강 관련 상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로 다시 긴장 상태다.


비리 척결 의지
전 정권 정조준

이 외에도 MB정부 청와대 관계자와 정책조정 그룹, 사업에 관여한 공무원, 외부 전문가까지 감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적폐로 꼽았다. 2014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MB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해 모두 35조원을 손실했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비리를 가리켜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5년 자원외교 국조는 파행을 거듭하다 수확 없이 마무리됐다.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성완종 리스트’만 남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정부 시기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자원외교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공기업 사장들만 수사를 받아 ‘꼬리자르기’식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썼다.


정치보복이냐 단순 감사냐
사업 총괄한 MB 법정 갈까?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의 대다수가 실패하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했다가 2조원의 손해를 입은 게 대표적이다. 

시민단체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전·현직 사장을 특경법 업무상 배임죄와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등 2명만 기소됐다. 그나마 두 사람도 1심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 특사로 나미비아·볼리비아 광물사업을 주도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카메룬 광물사업을, 가장 크게 불거진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최 전 장관이 관여했다. 

윤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자원외교의 실무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감사가 자원외교 비리까지 번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을 포함,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방위산업 비리에 관해서도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산비리와 관련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 공약집에는 방산 비리 적발시 ‘이적죄’에 준할 정도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취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전 정권의 방산비리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는 두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 방산비리를 전담하는 국방개혁 태스크포스(가칭)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4년 11월 검사와 군검찰관 등 100여명 규모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출범했다. 합수단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비리,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 등을 적발해 2015년 7월 47명을 구속 기소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 등 군 최고위층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컸다. 합수단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로 상설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 역시 방산비리 근절을 강조하며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지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지난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0여개에 이르는 방산비리 사건을 되짚어보자. MB정부 시기인 2008∼2010년 3년 사이에 다 저질러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MB정부 시기 방산비리 사건이 늘어난 것에 대해 무리한 예산 삭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사자방 비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건 필연적이다.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총괄했다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4대강 감사 지시를 하자마자 MB계 인사와 이 전 대통령까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이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혹독한 조사를 거친 바 있다”며 “자칫하면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심은 MB에
칼 피할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4대강을 포함 MB정부의 국책사업을 재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4대강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 차원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감사 과정서 드러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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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