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방 재조사> 떨고 있는 사람들

밤잠 설치는 MB맨 박근혜 옆방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MB(이명박)정부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댔다. 4대강 사업뿐 아니라 자원외교, 방위산업까지 이른바 MB정부의 ‘사자방 비리’가 표적이다. 정권의 힘이 가장 큰 취임 초,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문 대통령의 칼춤에 누군가는 추풍낙엽처럼 날아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의 칼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MB정부서 시행됐던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했다. 방위산업 비리 의혹 역시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자원외교까지 손본다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 ‘사자방’을 전부 건드리는 셈이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지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 다음 날인 지난 23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은 ‘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등 이른바 MB정부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부터 조사
문재인 노림수?

4대강 사업은 MB정부가 추진한 한국형 뉴딜사업이다. MB정부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과 섬진강 및 지류에 보와 댐, 저수지를 만들어 홍수예방, 수질개선 등의 효과를 꾀했다. 

국민 세금이 22조원 넘게 투입된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라 불렸다. 문제는 처음 사업 추진 의도와 달리 4대강 유역의 수질 악화, 생태계 파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것은 물론 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는 점이다.


4대강 사업은 이미 3번의 감사를 거쳤지만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고강도·현미경 감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 정권서 이뤄진 3번의 감사가 ‘셀프 감사’ ‘봐주기 감사’로 치부되는 등 부실 감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미적거리던 감사원도 국민의 요구가 거세지자 본격적으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4대강 사업을 실패로 규정하고 철저한 감사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사업에 관계된 관련자들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4대강 사업을 주도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환경부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들이 감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4대강 사업의 주무부처였던 국토부는 감사 시작도 전에 이미 그로기 상태다. 국토부는 수자원 기능을 환경부로 옮기겠다는 청와대의 발표로 충격에 휩싸였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지목된 수질오염 문제는 환경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측면이 더 크지 않느냐며 항변하고 있지만 당장 네 번째 감사를 준비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취임 13일 만에 4대강 사업 감사 지시
자원외교·방위산업 MB 국책사업 겨냥

첫손에 꼽히는 게 정종환·권도엽 국토부 전 장관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정 전 장관 시절이었다. 그의 후임이었던 권 전 장관은 당시 1차관이었다. 이들은 4대강 사업 추진뿐 아니라 집행까지 총괄하면서 깊숙이 관여했다. 


두 사람은 “4대강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덕에 글로벌 금융위기도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을 하는데 왜 예비타당성 조사에 1∼2년을 허비해야 하느냐”(정) 등의 발언으로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가 꼽은 4대강 사업 찬동인사 가운데서도 S급에 꼽힌다.

환경부는 국토부서 오랜 숙원이었던 치수 업무를 이관받아 몸집이 불어나는 수혜를 입었지만 역시 4대강 사업 책임론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이만의 전 장관이 감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 전 장관은 MB정부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던 2008년부터 3년간 환경부 수장을 맡았다. 이 전 장관은 2009년 환경부 국정감사서 여야 의원들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사전환경영향성검토가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자 “사업이 잘못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통과시킬 때 주무부서인 자연보전국 국장으로 있던 정연만 전 차관의 이름도 나온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서를 동시에 진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평가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졸속 평가’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당시 물환경정책국장이었던 이정섭 차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차관은 4대강 수질관리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에 녹조가 발생하면서 ‘녹조라테’라는 말이 나왔다.

부처, 수공…
장관·사장 타깃

금강 유역 환경지킴이 김종술씨는 “녹조라테를 마셨더니 5분 안에 복통 신호가 왔다. 배탈도 나고 두통도 밀려오고 피부병도 생겼다”며 4대강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주장했다. 

이 차관은 2012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낙동강 녹조 현상은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기후 탓이라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이 차관은 녹조의 원인인 남조류가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8조원가량의 사업비를 받아 공사를 발주한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전 사장도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김 전 사장은 4대강 개발에 앞장선 공로로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임했다. 심명필 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차윤정 전 환경부본부장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건설업계도 좌불안석이다. 4대강 사업이 워낙 대규모로 진행된 만큼 대부분 건설사가 공사에 참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입찰 담합 사실이 적발됐다. 

1차에선 17개, 2차에서는 7개사가 걸렸는데 이 중 4개 건설사는 두 차례 모두 이름을 올렸다. 이후 검찰 수사가 이어졌고, 담합을 주도한 일부 건설사 임원들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철퇴를 맞은 건설사들은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되면서 4대강 관련 상황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감사 지시로 다시 긴장 상태다.


비리 척결 의지
전 정권 정조준

이 외에도 MB정부 청와대 관계자와 정책조정 그룹, 사업에 관여한 공무원, 외부 전문가까지 감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박재광 위스콘신대 교수, 박석순 전 국립환경과학원장 등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MB정부의 자원외교 비리를 적폐로 꼽았다. 2014년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MB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 40조원을 투자해 모두 35조원을 손실했다”며 “국정조사와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자원외교 비리를 가리켜 ‘단군 이래 최대 국부유출 사건’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2015년 자원외교 국조는 파행을 거듭하다 수확 없이 마무리됐다. 자원외교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성완종 리스트’만 남았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서는 박근혜정부 시기 검찰이 수사를 진행했지만 지지부진했다. 자원외교에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한 공기업 사장들만 수사를 받아 ‘꼬리자르기’식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썼다.


정치보복이냐 단순 감사냐
사업 총괄한 MB 법정 갈까?

MB정부가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의 대다수가 실패하고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사실은 2014년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기업 하베스트를 인수했다가 2조원의 손해를 입은 게 대표적이다. 

시민단체들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가스공사, 석유공사 전·현직 사장을 특경법 업무상 배임죄와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 등 2명만 기소됐다. 그나마 두 사람도 1심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된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장관, 이상득 전 의원,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 특사로 나미비아·볼리비아 광물사업을 주도했다. 박 전 차관은 미얀마·카메룬 광물사업을, 가장 크게 불거진 하베스트 인수와 관련해서는 최 전 장관이 관여했다. 

윤 전 장관은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자원외교의 실무를 담당했다. 4대강 사업 감사가 자원외교 비리까지 번질 경우 이 전 대통령을 포함,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렸던 이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방위산업 비리에 관해서도 벼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산비리와 관련해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정책 공약집에는 방산 비리 적발시 ‘이적죄’에 준할 정도로 형량을 대폭 강화하고 부당 이익을 취할 경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즉시 퇴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전 정권의 방산비리에 대한 감사와 동시에 대책을 마련하는 두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에 방산비리를 전담하는 국방개혁 태스크포스(가칭)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정부 시기인 2014년 11월 검사와 군검찰관 등 100여명 규모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출범했다. 합수단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 캣 도입 비리, 통영함·소해함 납품비리 등을 적발해 2015년 7월 47명을 구속 기소했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최윤희 전 합동참모의장 등 군 최고위층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컸다. 합수단은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로 상설화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있었던 무기 비리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며 “F35 전투기 선정 비리들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 역시 방산비리 근절을 강조하며 “왜 방산비리가 끊이지 않고 생기는 환경과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이 어떤 게 있는지 깊이 있게 토론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대 국방개혁단장은 지난해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2000여개에 이르는 방산비리 사건을 되짚어보자. MB정부 시기인 2008∼2010년 3년 사이에 다 저질러진 것”이라며 “이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단장은 MB정부 시기 방산비리 사건이 늘어난 것에 대해 무리한 예산 삭감 등의 이유를 들었다.

결국 사자방 비리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면 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나오는 건 필연적이다.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이 MB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이 전 대통령이 총괄했다는 의혹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4대강 감사 지시를 하자마자 MB계 인사와 이 전 대통령까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인 이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 사업을 완결하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앞두고 한풀이식 보복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박근혜정부서 4대강 사업에 대해 혹독한 조사를 거친 바 있다”며 “자칫하면 과거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관심은 MB에
칼 피할까?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4대강을 포함 MB정부의 국책사업을 재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4대강 감사 지시가 정치 보복 차원으로 해석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면서도 감사 과정서 드러난 비리 혐의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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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