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적폐청산 퍼스트 플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16 09:49:31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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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부터 정리…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촛불의 승리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민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문재인정권이 향후 이명박, 박근혜 전임 정권에서 묻혔던 각종 비리를 제대로 손볼지 관심이 쏠린 이유다. 이 외에도 정·재계를 향한 대대적인 사정드라이브를 걸지 초미의 관심사다.
 

‘제가 여태까지 쓴 글과 댓글 삭제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일베’(일간베스트)서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종료되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9일 오후 일베 ‘건의게시판’에 1분 단위로 글, 답글 등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4대강’
박 ‘세월호’

한 일베 사용자는 게시물 제목으로 ‘댓글은 모두 삭제했다. 일베 간 글들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또 다른 사용자는 ‘증거 안 남게 지금부터 정리하자’고 쓰기도 했다. ‘내 댓글과 문의 글만 삭제 하는 건가?’ 등 운영 방침에 관한 질문도 이어지고 있다.

일베는 그동안 폐륜적 언행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악’ 혹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적폐청산은 문 대표의 1호 공약이다. 그 대상에 일베도 포함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삭제 요청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은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다. 대선 당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개혁(35.2%)을 우선 투표 기준으로 꼽았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민심은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지난 이명박, 박근혜정권 9년간 묻혔던 부패 의혹과 정책 실패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할지가 관심사다.

이명박 정권에선 4대강 사업이 적폐의 대상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공약발표와 TV 토론 등을 통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가려내기 위한 민관 공동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통해 4대강의 수질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보·댐의 상시개방이나 보 철거 및 재자연화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 수사 공수처 설치 가시화
사실상 최대 권력기관 검찰 겨냥?

또 4대강이 온통 녹조로 덮여버리는 상황을 빗댄 ‘녹조 라테’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자 댐과 저수지, 보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방류량을 늘리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 방안을 추진하는 등 녹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연초에는 16개 보의 방류 한도를 기존 ‘양수제약’ 수위에서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낮추고 시기도 녹조 창궐 기간인 6~7월에서 연중 수시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게 됨으로써 보를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를 아예 걷어내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과정서 제기된 혈세낭비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함께 추진된 4대강사업은 국민적인 반대에도 강행된 토목사업인데 지금도 혈세가 더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반대로 엇갈린다.
 

환경학자들은 4대강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이라고 각각 규정했다. 수십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지만 4대강사업에 대한 수사는 지금껏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정권에선 세월호 진상규명이 초미의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세월호 재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의 침몰과 인양에 대한 의혹,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묘연한 상태다. 당장 세월호 침몰 원인부터 불명확하다.

책임자 색출
진상규명부터

정부가 실시한 각종 조사는 세월호의 복원성 저하, 과적, 고박 불량, 급변침 등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법원은 조타기 이상 등 선체 결함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인양한 선체를 정밀조사해야 하지만 증거 훼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 실패 역시 진상규명의 중요한 줄기다. 각종 자료는 당시 해경이 충분히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자 처벌은 참사를 딛고 앞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세월호 선장·선원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부 등을 제외하면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123정 정장이 유일하다. 김 전 정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반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등 지휘 계통의 책임자들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게 다였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지시를 내리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재수사도 적폐청산의 대상에 올라와 있다. 검찰 조사 중간에 검사와 수사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민정수석 시절 자신의 수사 내용을 보고받아 ‘셀프 수사’ 의혹이 불거진 것도 국민적 공분의 근거가 됐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지적하며 각종 의혹을 추가로 조사할 특별검사팀 발족을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5명이 최근 ‘우병우 특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특검 대신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재수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관련자 중 홀로 구속을 피해가자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와중에 차기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되면서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조 교수는 검찰 출신이 아닌 데다 고강도 검찰 개혁을 외쳐온 대표적 인사다. 조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이 이뤄질 경우 이는 곧 검찰이 적폐청산을 외쳐온 문 대통령의 첫 개혁 타깃이 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검찰을 공공연히 지목해왔다.

‘친박’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숙청도 진행 중이다. 먼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특혜 채용 의혹으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재판 중이다. 그런데 재판 상황이 최 의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진공 특혜 채용 관련 위증 교사를 한 혐의로 구속된 최 의원 비서관 재판서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은 2013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인턴 직원 출신인 황모씨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1차 서류 심사의 합격선은 170등이었다. 황씨는 2299등으로 전체 응시자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중진공은 자격이 안 되는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16년 1월 중진공 직원 채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박 전 이사장과 권모 운영지원실장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검찰은 최 의원을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채용 압력과 무관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요주의 사람들
걸리면 끝이다


최 의원 채용 외압 사건은 잊혀졌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법정서 진술을 바꾸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9월 중순 열린 공판서 “면접 결과를 확인하고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최 의원에게 보고했다. 최 의원은 ‘황씨가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 의원 비서관 정모씨가 중진공 청탁 채용의 핵심 증인에게 최 의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위증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됐다. 현재 정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의원의 첫 재판은 오는 19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최 의원 측의 요청으로 6월2일로 연기됐다.

또 다른 친박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 중이다. 김 의원은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지난해 3월 12일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으나 춘천시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으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명박근혜 정권 잃어버린 10년 
조직·인적 쇄신 ‘탈탈 털린다’

향후 문재인정권에선 재계를 향한 사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재확인 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선서에 “선거 과정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내부서도 새 정권을 맞이해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선거 끝난 직후라 공안 사건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기업 수사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중 일부에 추가로 뇌물공여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기업에 대한 정경유착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수사에서 검찰은 롯데를 주목했다.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청탁을 받고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의혹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같은 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조사했다.

‘재벌개혁’
재계도 긴장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CJ그룹도 손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경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수사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부처도 피바람 예고

정부 부처의 장·차관들이 지난 8일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에 사직서를 제출한 공무원 중에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무직 공무원도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문 대통령에게 이들 공무원의 사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사표 수리 여부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각료를 모두 해임한다면 상당 기간 국무회의를 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무회의의 정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18명 등 20명이고, 회의를 열기 위한 정족수는 과반수인 11명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출범 초기에는 상당 기간 박근혜 정부 각료들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 않은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각 부처 차관의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고, 당분간은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자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와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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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