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적폐청산 퍼스트 플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16 09:49:31
  • 호수 1114호
  • 댓글 0개

사람부터 정리…숙청 피바람 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촛불의 승리다.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민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다. 문재인정권이 향후 이명박, 박근혜 전임 정권에서 묻혔던 각종 비리를 제대로 손볼지 관심이 쏠린 이유다. 이 외에도 정·재계를 향한 대대적인 사정드라이브를 걸지 초미의 관심사다.
 

‘제가 여태까지 쓴 글과 댓글 삭제를 부탁드립니다.’ 최근 ‘일베’(일간베스트)서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종료되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 9일 오후 일베 ‘건의게시판’에 1분 단위로 글, 답글 등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4대강’
박 ‘세월호’

한 일베 사용자는 게시물 제목으로 ‘댓글은 모두 삭제했다. 일베 간 글들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남겼다. 또 다른 사용자는 ‘증거 안 남게 지금부터 정리하자’고 쓰기도 했다. ‘내 댓글과 문의 글만 삭제 하는 건가?’ 등 운영 방침에 관한 질문도 이어지고 있다.

일베는 그동안 폐륜적 언행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회악’ 혹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곤 했다. 적폐청산은 문 대표의 1호 공약이다. 그 대상에 일베도 포함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삭제 요청을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은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이다. 대선 당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개혁(35.2%)을 우선 투표 기준으로 꼽았다. 국민 10명 중 7명은 적폐청산을 열망하는 셈이다. 실제로 이런 민심은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반영됐다.


문 대통령은 우선 지난 이명박, 박근혜정권 9년간 묻혔던 부패 의혹과 정책 실패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할지가 관심사다.

이명박 정권에선 4대강 사업이 적폐의 대상으로 보인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공약발표와 TV 토론 등을 통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가려내기 위한 민관 공동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상태다. 이를 통해 4대강의 수질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보·댐의 상시개방이나 보 철거 및 재자연화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 수사 공수처 설치 가시화
사실상 최대 권력기관 검찰 겨냥?

또 4대강이 온통 녹조로 덮여버리는 상황을 빗댄 ‘녹조 라테’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에 이르자 댐과 저수지, 보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방류량을 늘리는 댐-보-저수지 연계운영 방안을 추진하는 등 녹조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연초에는 16개 보의 방류 한도를 기존 ‘양수제약’ 수위에서 ‘지하수 제약’ 수위까지 낮추고 시기도 녹조 창궐 기간인 6~7월에서 연중 수시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게 됨으로써 보를 유지하면서 수질을 개선하는 차원이 아니라 보를 아예 걷어내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과정서 제기된 혈세낭비 등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을 파악하겠다고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이명박정부의 출범과 함께 추진된 4대강사업은 국민적인 반대에도 강행된 토목사업인데 지금도 혈세가 더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불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치적으로 내세우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반대로 엇갈린다.
 

환경학자들은 4대강을 ‘대국민 사기극’으로,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이라고 각각 규정했다. 수십조 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지만 4대강사업에 대한 수사는 지금껏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박근혜정권에선 세월호 진상규명이 초미의 관심사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세월호 재수사’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의 침몰과 인양에 대한 의혹,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참사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묘연한 상태다. 당장 세월호 침몰 원인부터 불명확하다.

책임자 색출
진상규명부터

정부가 실시한 각종 조사는 세월호의 복원성 저하, 과적, 고박 불량, 급변침 등을 이유로 꼽고 있지만, 법원은 조타기 이상 등 선체 결함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인양한 선체를 정밀조사해야 하지만 증거 훼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 실패 역시 진상규명의 중요한 줄기다. 각종 자료는 당시 해경이 충분히 더 많은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는 정황을 보여주고 있다.

책임자 처벌은 참사를 딛고 앞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세월호 선장·선원과 선사인 청해진해운 간부 등을 제외하면 법적 처벌을 받은 경우는 현장에 출동한 김경일 전 123정 정장이 유일하다. 김 전 정장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반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과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목포해경서장 등 지휘 계통의 책임자들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게 다였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지시를 내리는 등 책임을 방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구조활동을 벌이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수사를 방해한 의혹이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재수사도 적폐청산의 대상에 올라와 있다. 검찰 조사 중간에 검사와 수사관 앞에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민정수석 시절 자신의 수사 내용을 보고받아 ‘셀프 수사’ 의혹이 불거진 것도 국민적 공분의 근거가 됐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지적하며 각종 의혹을 추가로 조사할 특별검사팀 발족을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45명이 최근 ‘우병우 특검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국회 동의가 필요하고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특검 대신 특임검사를 임명해 사건을 재수사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 전 수석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관련자 중 홀로 구속을 피해가자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때문에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와중에 차기 민정수석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내정되면서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조 교수는 검찰 출신이 아닌 데다 고강도 검찰 개혁을 외쳐온 대표적 인사다. 조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이 이뤄질 경우 이는 곧 검찰이 적폐청산을 외쳐온 문 대통령의 첫 개혁 타깃이 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검찰을 공공연히 지목해왔다.

‘친박’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숙청도 진행 중이다. 먼저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특혜 채용 의혹으로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재판 중이다. 그런데 재판 상황이 최 의원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진공 특혜 채용 관련 위증 교사를 한 혐의로 구속된 최 의원 비서관 재판서 ‘최 의원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은 2013년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의 인턴 직원 출신인 황모씨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1차 서류 심사의 합격선은 170등이었다. 황씨는 2299등으로 전체 응시자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중진공은 자격이 안 되는 황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시험 성적을 조작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2016년 1월 중진공 직원 채용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박 전 이사장과 권모 운영지원실장을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검찰은 최 의원을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채용 압력과 무관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요주의 사람들
걸리면 끝이다


최 의원 채용 외압 사건은 잊혀졌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이 법정서 진술을 바꾸면서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16년 9월 중순 열린 공판서 “면접 결과를 확인하고 황씨를 불합격 처리하겠다고 최 의원에게 보고했다. 최 의원은 ‘황씨가 성실하고 괜찮으니 믿고 써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최 의원 비서관 정모씨가 중진공 청탁 채용의 핵심 증인에게 최 의원이 연루되지 않도록 위증 교사한 혐의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됐다. 현재 정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 의원의 첫 재판은 오는 19일에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최 의원 측의 요청으로 6월2일로 연기됐다.

또 다른 친박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도 선거법 위반혐의로 재판 중이다. 김 의원은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지난해 3월 12일 선거구민 9만1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됐으나 춘천시 선관위가 이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으로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이명박근혜 정권 잃어버린 10년 
조직·인적 쇄신 ‘탈탈 털린다’

향후 문재인정권에선 재계를 향한 사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의지가 재확인 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선서에 “선거 과정서 약속했듯이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다. 동시에 재벌 개혁에도 앞장서겠다”며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경유착이란 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 내부서도 새 정권을 맞이해 사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선거 끝난 직후라 공안 사건이 주류를 이루겠지만, 기업 수사도 현재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서 삼성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 중 일부에 추가로 뇌물공여 혐의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기업에 대한 정경유착형 비리 척결을 위해 대대적인 사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수사에서 검찰은 롯데를 주목했다. 2016년 3월14일 박 전 대통령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청탁을 받고 면세점을 추가로 허가한 의혹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2015년 11월 면세점 특허심사서 탈락했지만, 이듬해 4월 정부가 대기업 3곳에 추가로 면세점을 내주기로 하면서 특허권을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일,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같은 달 19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검찰은 신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지난해 박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또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 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조사했다.

‘재벌개혁’
재계도 긴장

검찰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지만 추가 조사 과정에 정황이 드러날 경우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CJ그룹도 손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손경식 CJ그룹 회장의 경우 관련자 조사를 통해 수사 가능성이 거론된 만큼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면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재단에 출연했다는 ‘사면거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 부처도 피바람 예고

정부 부처의 장·차관들이 지난 8일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번에 사직서를 제출한 공무원 중에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정무직 공무원도 일부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사처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문 대통령에게 이들 공무원의 사표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사표 수리 여부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의 각료를 모두 해임한다면 상당 기간 국무회의를 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헌법 제88조에 따르면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국무회의의 정원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무위원 18명 등 20명이고, 회의를 열기 위한 정족수는 과반수인 11명이다. 

이 때문에 차기 정부 출범 초기에는 상당 기간 박근혜 정부 각료들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필요하지 않은 국무조정실장(장관급)과 각 부처 차관의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임명 절차를 마무리하고, 당분간은 차관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문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하자 곧바로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와 함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