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⑤평등한 나라

차별 없는 세상 꿈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우스갯소리처럼 나왔던 ‘금수저·흙수저’ 이야기가 ‘헬조선’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 여성의 유리천장 등 곳곳에 산재한 불평등도 사회를 좀먹고 있다. 19대 대통령은 기울어진 ‘대한민국호’를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

노동절인 지난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현장서 크레인 충돌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숨진 6명 전원과 목숨을 건진 25명이 대부분 사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던 게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불평등 시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지나칠 정도로 양극화돼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된 문제지만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4년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279만5000원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149만4000원이었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53.5%에 그친 것이다.

정규직이 월급을 100만원 받을 때 비정규직은 54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말이 된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다. 사업주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일정 비율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각종 지원금을 준다는 대책도 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곧바로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최상위 10%는 하위 10%보다 4.79배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5.01배) 바로 다음 순위로, 일본(2.94배)이나 스페인(3.08배), 영국(3.56배)보다 높았다.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 즉 임금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격차의 원인은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여성·성소수자에 관심
정부 차원 전향적인 대책 필요

문제는 ‘한번 비정규직이면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굳어지는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가장 극단적으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임금뿐 아니라 복지, 고용 안정성, 사회보험 등 임금 외적인 부분서도 처우 차이가 크다.
 

하지만 중소기업서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 ‘첫 직장 임금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취업준비생 사이서 나오는 게 과장이 아닌 이유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면서 선거 때마다 ‘비정규직 철폐·개선’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대선공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노동공약으로 비정규직 대책이 1위에 꼽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동절에 진행한 대규모 집회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 철폐’가 첫 머리에 등장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던 비정규직이 1000만명이 넘는 헬조선 세상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 간 격차도 균형이 필요한 부분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29개국 중 유리천장 지수 부문에서 29위로 꼴찌에 자리했다.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장벽) 지수는 고위직 여성 비율, 남녀 경제활동 참여 비율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유리천장의 굳기가 단단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본(28.8점), 터키(27.2점)와 함께 25점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또 민간을 포함한 각국 여성 관리직 비율은 10.5%로 OECD 평균인 37.1%에 크게 못 미쳤다. 고위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5.5%로 여군 간부보다도 적었다. 특히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콘크리트 수준이다.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대 은행과 3대 생명보험사, 3대 손해보험사, 4대 신용카드사, 6대 증권사 등 금융회사 20곳의 임직원 11만9039명 중 여성 임원은 22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11곳은 여성 임원이 아예 한 명도 없다.

지난 3월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이 전 세계 18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이 10번째로 성평등한 국가로 나타났다. 성불평등 지수는 생식건강, 여성권한, 노동참여 등 3개 영역의 각종 통계를 토대로 각국의 성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55개국 중 23위서 13계단 상승했고, 아시아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가 생식건강 부문서 높은 점수를 받아 나온 순위라는 점이다. 실질적 여성 개발능력을 보여주는 여성의 권한과 노동 참여 부문에서는 앞선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소수라고 외면 말아주길

생식건강은 모성사망비(출생아 10만명당 산모 사망자 수), 청소년 출산율(15~19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을 종합해 계산한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가 크게 상승한 것은 모성사망비가 27명서 11명으로, 청소년 출산율은 2.2명서 1.6명으로 줄어든 덕이 크다.

반면 여성의원 비율, 중등교육 이상 받은 인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20~30위권 수준이었다. 특히 여성 의원 비율은 16.3%로 125위를 기록한 인도(12.2%), 69위의 터키(14.9%), 105위의 인도네시아(17.1%)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와 장애인 차별 문제도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할 현안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의 94.6%가 온라인에서 혐오표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은 성소수자가 가장 높았고, 이어 여성(83.7%), 장애인(7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움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성소수자의 84.7%, 장애인의 7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소수자 현안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언급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꾸준히 광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던 촛불집회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관련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달 29일 성소수자인권연대의 남웅 활동가는 “성소수자들은 매주 거리로 나와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적폐를 청산하자고 외쳤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할 시간도 부족한 지금, 성소수자는 공격당한다”며 “성소수자의 권리는 시기상조며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혐오는 인권을 후퇴시킨다”며 “인권을 미루면 민주주의도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외면받는 소수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많다. 대선후보 TV토론서 후보들의 말을 통역하는 수화통역사가 1명씩만 배치됐다. 집에서 토론을 보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그동안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 이후에 본격적으로 연구해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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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