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⑤평등한 나라

차별 없는 세상 꿈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우스갯소리처럼 나왔던 ‘금수저·흙수저’ 이야기가 ‘헬조선’의 핵심 키워드가 됐다. 부모의 능력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믿는 사람의 비율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또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차이, 여성의 유리천장 등 곳곳에 산재한 불평등도 사회를 좀먹고 있다. 19대 대통령은 기울어진 ‘대한민국호’를 다시 정상화해야 한다.

노동절인 지난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현장서 크레인 충돌사고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로 숨진 6명 전원과 목숨을 건진 25명이 대부분 사내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었던 게 알려지면서 누리꾼 사이에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불평등 시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지나칠 정도로 양극화돼있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제기된 문제지만 해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4년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이 279만5000원인 데 반해 비정규직은 149만4000원이었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53.5%에 그친 것이다.

정규직이 월급을 100만원 받을 때 비정규직은 54만원밖에 못 받는다는 말이 된다.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놨다. 사업주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일정 비율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각종 지원금을 준다는 대책도 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곧바로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최상위 10%는 하위 10%보다 4.79배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5.01배) 바로 다음 순위로, 일본(2.94배)이나 스페인(3.08배), 영국(3.56배)보다 높았다.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 즉 임금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격차의 원인은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여성·성소수자에 관심
정부 차원 전향적인 대책 필요

문제는 ‘한번 비정규직이면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굳어지는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가장 극단적으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임금뿐 아니라 복지, 고용 안정성, 사회보험 등 임금 외적인 부분서도 처우 차이가 크다.
 

하지만 중소기업서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 ‘첫 직장 임금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취업준비생 사이서 나오는 게 과장이 아닌 이유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면서 선거 때마다 ‘비정규직 철폐·개선’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대선공약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노동공약으로 비정규직 대책이 1위에 꼽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노동절에 진행한 대규모 집회에서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비정규직 철폐’가 첫 머리에 등장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날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들었던 비정규직이 1000만명이 넘는 헬조선 세상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녀 간 격차도 균형이 필요한 부분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29개국 중 유리천장 지수 부문에서 29위로 꼴찌에 자리했다.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장벽) 지수는 고위직 여성 비율, 남녀 경제활동 참여 비율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점수가 낮을수록 유리천장의 굳기가 단단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는 일본(28.8점), 터키(27.2점)와 함께 25점으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또 민간을 포함한 각국 여성 관리직 비율은 10.5%로 OECD 평균인 37.1%에 크게 못 미쳤다. 고위직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5.5%로 여군 간부보다도 적었다. 특히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콘크리트 수준이다.

지난달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대 은행과 3대 생명보험사, 3대 손해보험사, 4대 신용카드사, 6대 증권사 등 금융회사 20곳의 임직원 11만9039명 중 여성 임원은 22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11곳은 여성 임원이 아예 한 명도 없다.

지난 3월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유엔개발계획이 전 세계 18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성불평등 지수에서 한국이 10번째로 성평등한 국가로 나타났다. 성불평등 지수는 생식건강, 여성권한, 노동참여 등 3개 영역의 각종 통계를 토대로 각국의 성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지수다.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55개국 중 23위서 13계단 상승했고, 아시아에서는 순위가 가장 높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가 생식건강 부문서 높은 점수를 받아 나온 순위라는 점이다. 실질적 여성 개발능력을 보여주는 여성의 권한과 노동 참여 부문에서는 앞선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상화
소수라고 외면 말아주길

생식건강은 모성사망비(출생아 10만명당 산모 사망자 수), 청소년 출산율(15~19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을 종합해 계산한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가 크게 상승한 것은 모성사망비가 27명서 11명으로, 청소년 출산율은 2.2명서 1.6명으로 줄어든 덕이 크다.

반면 여성의원 비율, 중등교육 이상 받은 인구,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등은 20~30위권 수준이었다. 특히 여성 의원 비율은 16.3%로 125위를 기록한 인도(12.2%), 69위의 터키(14.9%), 105위의 인도네시아(17.1%)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와 장애인 차별 문제도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할 현안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의 94.6%가 온라인에서 혐오표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라인 혐오표현 피해 경험률은 성소수자가 가장 높았고, 이어 여성(83.7%), 장애인(79.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움을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성소수자의 84.7%, 장애인의 70.5%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소수자 현안은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언급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꾸준히 광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던 촛불집회에서도 성소수자 인권 관련 발언이 쏟아졌다.


지난달 29일 성소수자인권연대의 남웅 활동가는 “성소수자들은 매주 거리로 나와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적폐를 청산하자고 외쳤다. 하지만 변화를 요구할 시간도 부족한 지금, 성소수자는 공격당한다”며 “성소수자의 권리는 시기상조며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혐오는 인권을 후퇴시킨다”며 “인권을 미루면 민주주의도 멀어진다”고 강조했다.

외면받는 소수

장애인 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많다. 대선후보 TV토론서 후보들의 말을 통역하는 수화통역사가 1명씩만 배치됐다. 집에서 토론을 보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그동안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 이후에 본격적으로 연구해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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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