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32) 간첩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08 10:20:43
  • 호수 1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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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으로 몰린 춘추…그의 운명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측간에서 잠시 용무를 본 연개소문이 느릿느릿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들어선 연개소문의 표정이 나갈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어두웠다.

“무슨 일입니까, 대감.”

연개소문이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는지 보장왕의 질문도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

이윽고 고개를 돌려 춘추를 바라보는 표정이 편치 않아 보였다.

“궁금합니다, 대감. 왜 그러십니까?”

“방금 경주에서 도착한 세작으로부터 이상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그를 생각하느라 그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세작이라는 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감금

“무슨 내용입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절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무슨 소식이기에 그러십니까?”

“이번 사절의 목적이 지원 요청이 아니라 당나라 지시에 따른 일종의 정찰이라는 정보였습니다. 지난 번 당나라의 진대덕이란 놈이 다녀간 것처럼.”

연개소문의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

“어쩐지!”

누군가의 입에서 의혹에 가득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하!”

갑자기 연개소문이 보장왕 앞에 부복했다.

“가까이서 보필하지 못한 불충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고구려의 실세 막리지 연개소문이 나이 어린 보장왕 앞에 부복하자 다른 신하들 모두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일제히 부복했다.

순간 보장왕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초지종을 밝히시고 준엄하게 조처하세요!”

짧게 답한 보장왕이 바로 나가버렸다.

그를 확인한 연개소문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춘추를 똑바로 주시했다.

연개소문의 지시로 춘추 일행이 한적한 사택에 감금되었다.

표면상으로는 당장이라도 참수할 듯하면서 시간을 끌자 춘추가 일말의 희망을 품고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 국경에서 만난 두사지의 말을 떠올렸다.

춘추가 경비 서는 사람에게 선도해를 만날 수 있도록 간곡하게 선처를 부탁하자 연락받은 선도해가 감금되어 있는 가옥을 방문했다.

“간절히 뵙기를 원하셨다는데 무슨 용건입니까?”

처음 보는 선도해였건만 그에 대한 느낌이 남달랐다.

“선 책사, 잠시 시간 좀 내주시구려.”

춘추가 급하기는 급했던 모양이었다.

그곳까지 선도해가 찾아왔으면 그 이면을 헤아릴 수 있을 터건만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용건인데 그러십니까?”

춘추가 급하게 선도해의 소매를 잡고 구석으로 이끌었다.

“책사께 제 목숨을 의지하려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게 목숨을 의지하다니요?”

“여기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선처 바랍니다.”

“저를 저승길에 동행하려 하십니까?”

소매를 잡은 춘추의 팔을 뿌리치며 돌아서려 했다.

“책사께 보여줄 물건이 있소.”

“물건이라니요?”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는 선도해의 시선을 뒤로하고 춘추가 안으로 들어가더니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연개소문 태도 돌변…당황한 춘추
선도해의 조언…‘죽느냐, 사느냐’

“그게 무엇입니까?”

“직접 확인해보시지요.”

선도해가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풀자 고운 청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청포 아닙니까, 그러면!”

“신라 대매현 고을의 사간으로 있는 두사지가 곤경에 처했을 때 책사께 전하라 한 물건이오. 그러면 방도가 나올 것이라 하였소.”

“이 사람이 큰일 낼 일을 하였군!”

스스로에게 한 자조 섞인 말이었다.

“책사, 도와주시오.”

“그런 말씀 마시오. 차라리 제가 죽고 말겠습니다. 만약 공을 도와주다 발각된다면 저는 물론이거니와 저의 피붙이 모두 참수를 면치 못합니다.”

“책사, 이곳에서 탈출시켜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아둔한 저에게 계책을 달라는 의미입니다.”

“계책이라니요?”

“이 삼엄한 경비를 어찌 뚫고 빠져나갈 수 있겠소. 그저 계책만 알려준다면 평생 그 은혜 잊지 않겠소.”

선도해가 주위를 둘러보고 다가섰다.

“두사지의 소개가 있었다면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소. 그래서 저녁에 술과 음식을 가지고 다시 방문할 터이니 그때 세세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믿기지 않는지 춘추가 빤히 바라보았다.

“내 두사지의 청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된다 하지 않았소. 그러니 믿고 기다리십시오.”

두사지란 이름에 힘주어 말하자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선선히 물러났다. 

저녁 무렵 선도해가 하인의 손에 음식과 술을 들려 춘추를 다시 찾았다.

“고맙소, 선 책사.”

선도해가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웃기만 했다.

“왜 그러시오?”

“공의 행동이 너무 황당해서 그럽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개인 간도 그렇지만 국가 간은 이해득실이 가장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지요. 그런데 공은 그를 무시하고 충정 하나만으로 일을 해결하려 했습니다. 그것도 다른 나라가 아닌 고구려를 상대로.”

“그러면 세작 혐의는?”

“그는 일종의 계략에 불과하지요.”

“계략이라면?”

“연개소문 대감에게 춘추 공의 행동이 어떻게 비쳐졌겠습니까? 당나라를 상대로 전쟁도 불사하려 권력을 갈아치웠는데 그리고 백제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전혀 반대급부도 없이 원수를 갚아 달라 했으니.”

“그래서 계획적으로.”

춘추가 말하다 말고 천장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몰렸다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뭔가를 요구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법입니다. 신라가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듯이.”

당나라에 힘을 주어 이야기하자 춘추가 고개를 숙였다.

“또한 정황파악도 중요하지요.”

“그는 말씀하시지 않아도 잘 알겠습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도도 알고 있습니까?”

“결국 연개소문 대감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신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오만.”

“당연합니다.”

춘추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선도해를 빤히 바라보았다.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 들려드리지요.”

“무슨?”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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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