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특집> ‘튀는 이색공약’ 총정리- 정의당 심상정

노동자에 휴일을…엄마엔 선물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9대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3일부터는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블랙박스’ 기간이다. 이때 여전히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어필할 유일한 무기는 ‘공약’. 낮은 지지율로 고전 중이지만 선거 초반부터 정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이색 공약’을 살펴봤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난 17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서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1980년 대학생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하기 위해 심 후보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간 곳이다. 심 후보는 인생의 40여년을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에 쏟았다. 대선 슬로건도 ‘노동이 당당한 나라’. 심 후보의 대다수 정책은 ‘노동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 사회상속제]

심 후보는 지난 3월24일 청년 공약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심 후보는 “다시 청년이 사랑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가가 책임지는 청년 사회상속제 도입으로 흙수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심 후보가 청년 공약 중 첫 손에 꼽은 청년 사회상속제는 상속·증여세 세입 예산을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 전체에게 나누어 균등 배당하는 것이다.

심 후보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상속·증여세 세입예산은 5조4000억원으로, 이 재원을 20세가 되는 청년들에게 똑같이 분배하면 1인당 1000만원 상당의 사회상속이 가능하다. 심 후보는 “부모의 돈과 권력 유무, 수도권과 지역 출신, 남녀 등 차이 없이 청년들이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직장 왕따 방지법]


지난해 3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행정법원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판결이 나왔다. 행정법원은 불법인력퇴출 프로그램 등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KT 직원 원모씨의 정신건강 침해(적응장애)를 산재로 인정했다.

원씨의 경우 산재를 인정받았지만 한국서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거나 사후 처리할 방법은 요원한 게 현실이다. 유럽연합(EU)이나 호주, 캐나다, 일본 등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심 후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명시하고자 했지만 19대 국회서 의결되지 못했다.

이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 직장 내 지속적인 괴롭힘을 산재로 인정하고 관련자를 처벌, 예방 교육 실시를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또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해자를 옹호하는 사용자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겠다고 강조했다.

[핀란드형 마더박스]

총 14명의 대선후보(기호 13번 김정선 후보 사퇴) 가운데 유일한 여성 후보인 심 후보는 보육 정책서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공약을 선보이고 있다. 핀란드형 마더박스 제공도 그 중 하나다.

지난 3월30일 전국 지역 맘카페 엄마들과 간담회를 가진 심 후보는 “모든 출산 가정을 위해 100만원 상당의 핀란드형 마더박스를 도입하겠다”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육아용품을 제공하는 것인데, 대한민국 시민으로 탄생한 것을 축하하며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정치참여 독려
청년→기본소득·참정권
노동자→인권 보호법안
여성→출산 장려 정책

마더박스는 핀란드가 1930년대부터 시작한 출산 장려 복지정책으로, 핀란드에 사는 모든 임산부들은 신청만 하면 선물 상자인 ‘머터니티 패키지’를 받을 수 있다. 마더박스에는 아기옷, 책, 장난감 등 엄마가 된 여성과 갓 태어난 아기를 위한 갖가지 용품들이 담겨 있다.
 

심 후보는 양육의 개념을 출산과 보육에 제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모 소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든 자녀가 질 좋은 육아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마더박스 제공은 생애 첫 시작부터 평등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반자 등록법]

지난 26일 JTBC 주최로 열린 4차 대선후보 TV토론회 이후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성 소수자’였다. 이날 심 후보는 1분 찬스를 사용해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성 정체성은 말 그대로 개인의 정체성이고 난 이성애자지만 성 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원내 5명의 후보 가운데 성 소수자에 가장 친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3월5일 심 후보는 동성 가정, 미혼모, 동거 노인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심 후보는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과 같은 동반자 등록법을 제정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을 도입해 동거하는 동성 연인 등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도 법적인 부부와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선거일 유급 휴일]

선거일을 유급 휴일로 지정해 유권자의 참정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지난 3월 임시국무회의서 대선 투표일인 5월9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관공서에는 공휴일이 적용되지만 일반 사업장의 경우 노사 간 단체협약이나 회사 취업 규칙에 따라 출근 여부가 갈린다. 근로기준법과 선거법에 선거일 전체를 휴일로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유·무급 여부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따라 다르다. 유급휴일로 돼 있다면 출근하지 않아도 1일 치 임금이 지급되며, 부득이하게 출근해서 일을 했다면 휴일 근로수당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대선일에 회사가 휴일을 허락하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제10조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기타 공민권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 거부하지 못한다’에 따라 투표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심 후보는 선거일을 유급 휴일로 보장해 정치 참여를 독려하자는 입장이다.


[선거 연령 조정]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논의는 대선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됐던 사안이다. OECD에 가입한 35개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16∼18세 이상을 선거권 연령으로 정하고 있다. 심 후보 역시 만 18세 이상부터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심 후보는 피선거권 연령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은 35세,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은 23세, 지방의원은 18세부터 입후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또 교육감 선거의 경우 16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해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 후보는 “나이를 이유로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논리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청소년이 참정권을 갖게 되면 학교가 정치판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목소리”라고 꼬집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