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뭐하나’ 담철곤 행방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24 10:35:44
  • 호수 1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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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좌불안석이다. 심상찮은 ‘사정 바람’이 또다시 담 회장을 덮칠 위기에 놓여서다. 회삿돈 횡령으로 여전히 ‘집행유예’ 기간인 담 회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담 회장의 해외 출국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담 회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담철곤 회장을 옥죄고 있는 곳은 검찰이다. 지난해부터 고소·고발을 당하며, 최근에는 오리온의 임직원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담 회장에게 불똥이 튀고 있다는 얘기다.

살얼음판 걷다
지금 어디에?

검찰은 그동안 담 회장을 둘러싼 탄원서와 고소·고발 건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담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이다. 6년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담 회장의 횡령 의혹 사건을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했다고 12일 밝혔다. 고소인은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고발인은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등이다.

고소·고발의 핵심은 담 회장이 식품포장용기 제조업체인 아이팩 지분을 빼돌려 약 22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부회장 등이 제출한 고소·고발장에 따르면 아이팩의 전신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이 1988년 인수한 신영화성공업이다. 1997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1989년 이 전 회장이 사망한 뒤 아이팩 지분은 부인 이관희씨와 두 딸인 이 전 부회장,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다만 해당 지분은 아이팩 임직원들이 명의신탁 형식으로 차명보유하고 있었다.

담 회장은 1991년부터 아이팩 관련 이익배당금을 상속자들에게 전달하며 차명주식을 관리하다가 2006∼2011년 주식을 자신 명의로 전환했다. 이후 지분 유상감자를 통해 80억원을 횡령하고 나머지 지분 중 일부를 오리온에 매각해 145억원을 챙겼다는 게 고소·고발인 측 주장이다.

이와 함께 담 회장은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 2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작품의 가격은 각각 2억5000만원과 1억74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오리온 전현직 직원들이 검찰에 담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투서를 넣었다.

이들 임직원들은 지난 13일 “담 회장이 치부와 사치를 위해 횡령, 탈세, 비자금 조성, 해외재산 도피 등 각종 범죄 행위를 대범하게 계속 저질러왔다”고 주장하면서 고소·고발된 담 회장을 엄중히 수사하고 처벌해줄 것을 사법당국에 촉구했다.

이들 임직원들은 이 같은 내용의 탄원서를 담 회장의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12개 항목에 걸쳐 담 회장의 횡령, 탈세, 비자금, 해외재산 도피와 관련된 비리 의혹들이 열거돼있다.
 


여기에는 고소·고발된 아이팩 지분 횡령 의혹 외에 ▲담 회장 외아들 담서원씨가 군 복무 중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아이팩 주식을 매매에 시세차익을 남긴 의혹 ▲고가 그림, 호화 가구와 자동차, 밀수가 의심되는 시가 16억원 상당의 파텍필립 시계 등을 포함해 치부나 사치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탈세한 의혹 ▲임직원들의 급여증액을 이용한 차액 횡령 및 사기 의혹 ▲해외 재산도피의 사례 ▲스포츠토토의 비자금과 횡령 사건 그리고 위증교사로 범죄은닉 등이 주요 의혹들이다.

부부가 같이?
“어디간지 몰라”

검찰은 최근 고소인과 고발인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담 회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담 회장이 해외 출국을 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최근 담 회장 부부가 출국했다”고 귀띔했다.

내부서도 담 회장 부부의 동반 출국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오리온 내부 관계자는 “담 회장이 이 부회장과 함께 출국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내부서도 담 회장이 언제 어디로 출국했는지 모르는 분위기”라는 전언도 있다.

‘스캔들메이커’ 담 회장 좌불안석
검찰 조사 시작…바람 앞 등불?

전직 임원들의 탄원서가 검찰에 제출된 직후 출국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담 회장 부부가 출국한 시기는 지난 15∼16일 주말로 추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오리온 측은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고소·고발과 탄원서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탄원서를 제출한 전직 임원들은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치고 비리로 퇴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임직원은 현재 회사와 소송 중이다. 소송 사건을 무마하려고 회사를 흠집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리온은 담 회장 출국과 관련해서는 “해외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으며 현재 한국에 잘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의 칼날이 담 회장에게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 회장이 또 걸린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집행유예 기간인 담 회장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은 1955년 대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서 태어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유학을 마치고 1980년 동양그룹 창업주 이양구 회장의 차녀 이 부회장과 결혼했다. 결혼 후 장인회사인 동양그룹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

1981년 동양제과로 자리를 옮긴 담 회장은 입사 4년 만에 상무에 올랐으며, 1989년 사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사위 경영시대’를 열었다. 2001년 동양제과를 동양그룹과 분리하면서 오리온그룹으로 사명을 바꿨다. 같은 해 8월 오리온그룹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담 회장은 경쟁 업체들보다 한발 앞서 중국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오리온 베이징사무소를 개설하고 1997년 베이징에 공장을 지었다. 중국시장의 성장으로 오리온의 해외 매출은 꾸준히 상승했고 2009년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섰다.

되살아나는
6년전 악몽

승승장구하던 담 회장에게 2010년부터 잡음이 터져 나왔다. 당시 오리온은 CJ그룹에 온미디어를 팔았는데 담 회장이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하지만 검찰 조사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

담 회장은 2011년 5월 미술품 구입 등을 통한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2심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고 풀려났다. 당시 이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그룹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담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에도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편법상속 논란에 휘말리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담철곤 수사 시나리오
까닥 잘못됐다간 또 ‘콩밥’


검찰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향후 담 회장을 향한 투서와 고소·고발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방에 적이 있는 담 회장의 수사 전망이 주목되는 이유다.

담철곤 회장의 소송전은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 담 회장 이름이 오르자 최측근이었던 전직 임원들이 특사에 절대 반대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들은 “담 회장이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임직원에게 위증교사 등을 하게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담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조경민 전 사장도 비슷한 시기 담 회장을 고소했다. 오너 일가가 20여년 전 주식가격 상승분의 10%를 지급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0억원대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선친인 고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으로부터 자신 등이 상속받았어야 할 재산인 아이팩(구 신영화성공업)을 부당하게 가로챘다며 담 회장을 고소했다. 이어 약탈경제반대행동, 동양그룹채권자비상대책위원회 등 4개 시민단체가 미술품 위작과 분식회계 혐의로 또 고발하며, 소송전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집행유예 기간인데…
심상찮은 ‘사정바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리온 전직 임원들이 검찰에 담 회장의 비리를 폭로한 탄원서도 제출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전직 직원들과 오리온 노동조합에서도 담 회장에 대한 탄원서와 기자 회견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담 회장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검찰은 지난 5일 김대성 동양그룹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조사한 데 이어 11일에는 이 전 부회장도 소환해 조사했다. 동양그룹채권단은 검찰에 오리온 전직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대표는 “사실 오리온 비리에 대해서는 전직 임원들이 가장 잘 안다”며 “이들 역시도 탄원서에 검찰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검찰에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고 말했다.검찰의 증인 출석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채택된 증인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면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실제 법조계 주변에서 얘기는 심상찮다. 검찰도 이번 사건을 쉽게 덮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담 회장의 전직 임원들의 증언이기 때문에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최근 재벌·검찰 개혁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 회장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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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