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전좌석 흡연이 가능한 흡연카페가 유행이다. 국민건강증진법으로 인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한 흡연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급성장하고 있는 것. 하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해 운영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전한 흡연가들의 해방구인가, 아니면 단순히 법의 편법에 기댄 꼼수 영업인가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흡연카페의 성장세는 담뱃값은 올리면서 흡연공간을 왜 마련하지 않느냐는 흡연자들의 불만에 기댄 것이다. 하지만 흡연카페의 존립 기반은 일종의 편법에 기대고 있어 당국이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합법적 공간?
흡연카페가 등장한 건 정부가 2015년 1월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정부는 담뱃값 2000원 인상과 함께 ‘식품접객업’에 속하는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된 모든 음식점과 카페 등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했다. 돈을 쫓는 이들은 법의 사각지대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같은 해 10월 경기도 용인서 서빙 없이 손님이 직접 커피머신 등을 이용해 음료를 만들고 과자나 병에 담긴 음료 등 완제품만을 파는 방식의 흡연카페가 처음 등장했다.
‘식품접객업’이 아닌 ‘식품자동판매기업’으로 등록돼있어 사실상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음식점이 아니므로 금연구역이 아니다.
이를 위해 매장 내에서 조리를 하거나 종업원이 음식료를 가져다 줄 수는 없다. 배치돼있는 커피머신이나 음료자판기의 메뉴도 단순하게 구성돼있지만 찾는 손님들 역시 커피맛을 따지지 않는다. 목적은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식후에 휴식을 위해 길에서 담배를 피우기보다 안락한 자리서 당당하게 흡연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하루 평균 50∼1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우후죽순 생겨나 현재 서울, 부산 등 전국에 50여곳으로 늘어났다. 입소문을 타며 체인점도 여러 개 만들어지는 등 창업시장의 인기 아이템이 됐다.
합법적으로 흡연이 가능한 카페가 등장하자 흡연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용자 A씨는 “친구들끼리 술을 마시거나 커피를 마실 때 중간중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에 나갔다 오는 것이 귀찮았는데 이곳에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며 “애연가들의 설자리가 없는 요즘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전좌석 흡연…애연가들 전폭적 지지
식품자동판매기업 허가 ‘꼼수영업?’
또다른 흡연자 B씨는 “담배값도 오른 마당에 어디 한 곳 흡연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답답했는데 커피나 간식 등을 즐기며 담배를 필 수 있다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냄새가 머리나 옷에 밸 일도 없으니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가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반겼다.
지난해 11월 부천에 문을 연 한 흡연카페 직원 C씨는 매일 100명 정도 가게를 찾는다고 했다. 그는 “실내 흡연이 낯선 젊은 세대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이고 그 이전부터 담배를 피웠던 세대는 오히려 익숙하고 편하다는 반응”이라며 “눈치를 보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흡연카페를 두고 법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이용한 편법 영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소년 출입자 제재도 없어 비판은 더 거셌다.
보다 못한 보건복지부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복지부는 흡연카페를 금연시설로 지정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흡연카페의 문제점이 지적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현행법으로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지난해 복지부가 전국 흡연카페 15곳에 대해 단속에 나섰으나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현행법에 위반되는 건물 전체면적 1000㎡를 넘는 5곳의 사업장에만 폐업 및 업종변경 등을 권고했을 뿐이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금연정책은 간접흡연을 막는 취지인데 흡연카페는 환풍구를 통한 간접흡연은 물론 탈법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법 개정을 해서라도 금연시설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자들은 과도한 규제라며 반발한다.
흡연 5년차 D씨는 “흡연자들끼리만 카페에 모여서 피우는 것뿐인데 이것마저 규제로 없애겠다는 생각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 흡연카페 운영자는 “길에서 피우는 사람들이 카페로 모이면서 오히려 길거리 꽁초가 줄었다”며 “이렇게 규제를 할 바엔 아예 정부서 담배를 팔지 않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또 애연가 단체 ‘아이러브스모킹’ 관계자는 “담배 자체를 없앨 수 없다면 흡연자가 비흡연자들이 다니는 공간서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되도록 분리된 공간을 보장해주는 게 갈등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또 법개정?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흡연카페 규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조만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흡연카페가 업종 신고를 식품자동판매기영업으로 해놓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 카페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동판매기영업점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 (흡연이 가능한) 또 다른 형태로 신고할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막기 위해선 근본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