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이 ‘젊은극작가전’ 첫 작품으로 윤미현 작가의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를 오는 내달 7일 소극장 판에서 개막한다.
지난해 출발한 국립극단의 창작극 개발 프로젝트 ‘작가의 방’을 통해 탄생했다. 역량 있는 젊은 작가들이 작년 5월부터 약 5개월간 신작 창작에 몰두한 프로그램이다. 매달 2회 정기모임을 통해 집필 중인 대본에 대한 토론 및 상호자문의 시간을 보냈다.
그해 11월 중간 결과물을 관객과 평단에 선보이는 낭독 발표회 ‘작가의 방 낭독극장’서 이 작품은 “우리가 처한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줬다”는 평과 함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집에 있는 온갖 식료품을 광주리에 담고 다니며 동네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장사 하는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동네사람들은 그녀를 ‘광주리 할머니’라 부른다.
광주리 할머니의 생일 잔칫날, 큰 아들 집에 모인 자식들과 며느리들은 서로 할머니를 모시지 않겠다며 난투극을 벌인다.
집까지 다 물려준 마당에 자식들 싸움질과 며느리의 타박까지 견디며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받은 설움을 복수할 방법을 찾고 살림살이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이후 할머니의 행동은 점점 대담해진다.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는 한국의 다양한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에 주목한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미미네 가족에게 발생하는 사건은 지극히 사실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소통 불가와 존재의 불안이라는 부조리극으로 나아간다.
최용훈 연출은 “현실적인 캐릭터가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연극”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작가가 시니컬하면서도 맑고, 순수한 시선으로 정확하게 현실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를 정직하게 들여다 본 작품”이라고 평했다.
시를 전공하고, 소설로 등단해 왕성하게 희곡을 발표하고 있는 윤미현 작가는 그간 풍자와 역설로 현시대의 문제점을 파고들어왔다.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는 “내가 노인이 되면 어떻게 될까?”하는 작가의 고민서 시작해 오랫동안 노인들을 관찰하며 기획한 ‘노년시리즈 3부작’(1부 ‘궤짝’, 2부 ‘미발표’) 중 마지막 작품이다.
광주리 할머니 역은 홍윤희가 맡았다. 오영수, 박혜진, 이영석 등 관록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4월23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