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의 수상한 부업이 도마에 올랐다. 특정인의 빚을 변제해주고 이자를 받아온 사실이 포착됐다. 그 돈이 자그마치 135억원이나 된다. 고객들이 믿고 맡긴 돈으로 ‘돈놀이’를 하지 않았나 의심된다.
프리드라이프의 이상한 돈거래가 확인됐다. 100억원이 넘는다. 본업인 상조·장례업과 무관한 데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아 ‘불법’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고객이 맡긴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고객돈 유용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단순 부동산 투자?
<일요시사>는 프리드라이프와 A씨가 맺은 부동산담보신탁원부변경계약서(담보신탁용)를 단독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8월 A씨는 채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사에 이전했다. 채권자는 KB저축은행(39억원), OK저축은행(39억원), 스카이저축은행(35억원), NH저축은행(13억원), 안국상호저축은행(26억원), 하나저축은행(13억원) 등이다.
지난해 2월 프리드라이프는 A씨 채무를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신탁수익의 우선수익자가 됐다. 프리드라이프가 변제에 쓴 돈은 135억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부동산 투자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취득하거나 임대 또는 개발할 목적이었다는 것.
프리드라이프 측은 대출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담당 직원은 “영업으로 대출 행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해당 부지를 당사의 신사업인 장례식장 부지로 고려해 인수를 검토하던 것”이라며 “당시 부지의 저축은행 대출 만기가 도래해 협의 기간 연장을 위해 직접 대출이 아닌 저축은행이 보유한 신탁우선수익권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대로면 단순 부동산 투자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자’다. 프리드라이프는 A씨로부터 연 5.4%의 이자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6000여만원이다. 중간 3개월의 경우 해당 부동산 개발을 추진 중인 시행사에서 부담하기도 했다.
시행사 역시 월 6000여만원씩 총 1억8000여만원을 프리드라이프에 대납했다. 당초 1년 단기 만기로 계약했다가 지난달 일부 연장한 점도 대출의 성격이 짙다.
금융권 관계자는 “프리드라이프는 A씨의 땅을 담보로 한 빚을 다 갚아주고 새로운 근저당권 설정자가 된 것”이라며 “간단하게 말하면 A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지의 용도도 부동산 개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프리드라이프가 1순위 우선수익자로 올라 있는 부지는 서울 성동구 용답동 ○○○-○번지. 대지 2881.8㎡(약 873평)에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지역은 중고차 매매단지로, 자동차 관련 시설들이 빼곡하다.
성동구청에 문의한 결과 해당 토지는 상조·장례업 관련 시설의 신축이 어렵다. 도시계획시설상 자동차 특화 도심재생사업지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프리드라이프 측도 “해당 부지의 장례식장 개발은 인허가 등의 사유로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프리드라이프 사업목적엔 대부업 또는 여신금융업은 포함돼있지 않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에 조회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다만 부동산임대 및 개발, 부동산컨설팅·투자 등은 할 수 있다. 사실 프리드라이프의 금융 자회사는 따로 있다.
바로 프리드캐피탈대부.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부업, 대부중개업, 여신금융업 등이 주요 사업이다. 박헌준 회장의 장녀 은혜씨와 사위 신융화씨, 차녀 은정씨 등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회사의 영위 사업과 무관한 곳에 함부로 회삿돈을 운용했다면 이를 결정한 경영진은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업자는 형사처분의 대상이 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배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액수가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된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프리드라이프는 오너 비리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 회장은 2010년 상조업계에 ‘검풍’이 거세게 몰아칠 당시 회삿돈 1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심서 1년6월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2012년 5월 출소한 박 회장은 조용히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상조업체는 고객들이 믿고 맡긴 돈으로 운영된다. 프리드라이프의 돈거래가 자칫 고객돈 유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결국 누구 돈이겠냐. 안 그래도 상조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고객돈 유용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만약 이 사실이 회원들에게 알려지면 한바탕 시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드라이프가 제정·시행하고 있는 사내 윤리 규범엔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가장 첫머리에 명시돼 있다.
▲고객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고객의 진정한 요구는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모든 판단 및 행동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찾는다 ▲고객의 정당한 요구에 신속 정확하게 응답한다 ▲고객의 재산은 회사재산과 동일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회원들은 알까?
프리드라이프가 135억원을 내준 게 과연 고객들을 먼저 생각한 일일까. 프리드라이프가 밝힌 대로 부동산 투자로 고객돈을 얼마나 불릴지도 지켜볼 일이다.
<kimss@ilyosisa.co.kr>
[프리드라이프는?]
프리드라이프는 상조업계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전국 150만명의 업계 최대 누적회원을 보유한 프리드라이프는 대통령국가장, 국무총리사회장 등 국가 주요 대형의전행사에 참여하며 최고의 의전수행 능력을 입증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조업 주요정보공개’에서 6년 연속 자산총액 1위, 선수금 1위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상조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비교정보’에서도 종합평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고객환금의무액과 은행지급보증금 역시 프리드라이프가 1위로 나타났다. 프리드라이프는 2015년 기준 매출 598억원에 영업이익 32억원, 순이익 15억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