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②썰렁한 연말·명절 분위기

송년회·선물 보기 힘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김영란법 시행 후 사회 전반에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조리·부패 해소 등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반작 특수마저 기대하기 힘든 분위기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 어느 때 보다 썰렁했던 연말 송년회와 설 분위기는 김영란법의 부정적인 여파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후 사회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값비싼 접대와 선물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연말 송년회부터 이 같은 징조는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말 송년회 기간 흥청망청식의 단체 회식은 줄어든 반면 조촐한 식사를 하며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는 모임이 늘었다.

확 바뀐 공기

한국행정연구원이 한국리서치와 현대리서치에 의뢰해 35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부조리·부패 해소 등 청탁금지법의 긍정적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우려했던 소비위축은 현실이 됐다. 특히 외식업계의 피해가 컸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20일부터 26일까지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1%는 2015년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경기 불황에 김영란법 영향이 겹치며 송년회 모임은 술을 적게 마시고 일찍 귀가하는 풍조가 두드러졌다. BC카드가 지난해 11월21일부터 한 달 간 카드 사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치킨집이나 호프집, 소주방 등 주점 업종에서의 카드 사용액과 결제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6%, 10.4% 감소했다.
 


개인카드 이용액은 9.1%, 결제 건수는 10.7% 각각 감소했고, 법인카드 역시 이용액과 결제 건수가 각각 7.3%와 8.6%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모임은 물론 회식 등의 술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정식집과 일식집, 중식당, 서양음식점 등이 포함된 요식업종에서 카드 결제 건수는 4.1% 늘었지만 이용액은 0.5% 줄었다. 결제 건당 이용액은 4만5014원에서 4만3057원으로 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가 음식점으로 분류되는 한정식집(-17.9%)이나 갈빗집(-14.0%), 일식집(-4.7%) 등에서 카드 이용액은 큰 폭으로 줄었다.

조촐하다 못해 휑했던 연말연시
특수는 옛말…‘소비절벽’현실화

결제 시간도 빨라지고 있다. 오후 7시부터 자정까지를 기준으로 밤 9시 이전에 결제한 비중은 2014년 53.9%에서 2015년 55.8%, 2016년 56.9%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요식업계 관계자는 “연말 송년 모임은 간단한 식사 자리로 대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단체 손님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2∼3명의 손님만 자리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냉각된 연말 분위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이었던 이번 설에는 선물 풍속도마저 확 바뀌었다. 일단 정형화된 설 선물세트가 자취를 감췄다. 설 선물로 인기가 높은 한우, 굴비, 청과 선물세트가 김영란법에서 정한 가액범위를 대부분 넘긴다는 점이 설 선물 풍속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대신 달걀, 스타킹, 과자선물세트, 귤 10개, 사과 5개, 주방용 앞치마 등 금액으로 따지면 1만∼2만원, 많아야 2만∼3만원 상당의 선물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품목들이 명절 선물로 등장한 것이다. 아예 설 선물을 주고받지 않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설 선물 풍속도의 변화는 유통업계 매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진행한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을 살펴보면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경우 매출 증가율이 45% 이상으로 나타났다. 축산부문 매출이 10%, 청과가 12%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백화점도 이번 설 명절을 맞아 판매한 설 선물세트 중 5만원 이하 상품 매출은 지난해보다 14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셜 커머스 위메프에서 지난해 12월26일부터 진행한 ‘설레는 선물대전’에서 판매 수량 기준으로 2만원대 이하 상품은 90% 이상 판매됐다.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5만원 이상 설 선물세트 매출액이 줄어든 반면 5만원 이하의 선물세트 매출은 늘어나는 경향을 나타냈다”며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실속형 제품이 인기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유독 잘 팔린 것이 있다. 바로 백화점 상품권이다.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두 자릿수 판매율을 두고, 감시당국의 눈을 피하기 쉬운 상품권에 설 선물이 몰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상품권의 경우 사용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6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상품권 매출은 전년 동기(설 전 일수 기준)보다 13.3% 늘었다. 모바일 상품권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8.9%나 급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상품권 매출 상승의 원인을 김영란법으로 보고 있다. 사용자의 출처가 공개되지 않고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상품권을 기업 고객들이 많이 구매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연말·설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했지만 반대급부로 소비위축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소비절벽’ 고착화로 소상공인들과 국내 농수축산 농가들이 파산위기에 내몰렸다는 불멘소리도 들린다.

상인들은 속수무책이라며 업종 전환을 시도하거나 음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골몰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최근 소상공인 진흥공단에서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상공인 예상 피해 규모만 2조6000억원 규모다.

울상 짓는 소상인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정부와 국회가 금액에 함몰돼 ‘5만원 이상은 뇌물이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면 안 된다”며 “김영란법이 도입된 이후 국산 농수산물이 외면받고 수입 농수산물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은 법의 취지가 변질된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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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