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궁금해하는 범털들의 옥중생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09:39:26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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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못 고치고 감옥서도 ‘떵떵’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부터 이른바 ‘범털’들이 쏟아져 나왔다. 돈 혹은 권력을 가진 수감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 하지만 이들 범털은 감옥에서도 잘 나간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을 뒤흔들다가 구속되거나 징역형을 선고 받은 범털들의 구치소 생활기를 따라가 봤다.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범털’은 죄수들의 은어로 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으며 권력을 가진 범죄자를 의미한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실질 검사를 받기 위해 밤을 새우고 15시간 만에 나온 서울구치소는 범털 집합소로 유명하다. 경기도 의왕시에 자리한 서울구치소는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인 등 거물급 인사가 주로 거쳐 가는 곳이다.

실세집합소
서울구치소

지난 정권 실세였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기업 범죄에 연루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서울구치소에 갇힌 채 수사와 재판을 받았으며 최근엔 진경준 전 검사장도 수용된 바 있다.

사회적 지위만큼 범털들은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수많은 특혜가 따른다. 다른 수감자들과 달리 1인실서 혼자 지내는가 하면,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변호사 접견 등을 할 수 있다. 교도소 측에서 제공한 특별 온수로 목욕까지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교도소가 범털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의혹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범털 외에도 죄수들을 뜻하는 은어들은 많다. 범털의 반대말로 돈이나 뒷줄이 없는 일반 재소자를 ‘개털’이라고 한다. 개털은 때론 ‘법자’(법무부의 자식)라는 말로도 통용된다. 범털이 있는 방을 ‘범털방’이라 하고, 개털방 대신 살인범이나 강도범 등 흉악범을 가둔 방을 ‘쥐털방’이라고 한다.
 


‘깃털’도 자주 쓰인다. 깃털은 어떤 사건이나 주범이 아닌 종범(從犯)이라는 의미로 큰 사건이 발생할 때 핵심인물인 몸통의 존재를 아는 관련자들을 뜻한다.

그들만 특별대우? 구치소 내 특혜 의혹
매일 변호사 접견…별도 온수로 목욕까지

지난해 ‘정운호 게이트’의 주인공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범털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남성민 부장판사)는 지난달 13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 전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정 전 대표는 2014∼2015년 ‘재판 결과가 잘 나오게 해달라’며 김수천 전 부장판사에게 차량 등 금품 1억5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정 전 대표는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을 한 혐의로 수감됐다. 당시 정 전 대표는 교도관들에게 막말을 하며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2월 정 전 대표는 서울구치소에서 소란을 피우다 교도관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때 정 전 대표는 교도관들에게 “밖에선 눈도 못 마주칠...”이라는 등 모욕적인 말과 욕설을 하며 몸을 밀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당시 직무 방해 혐의로 독방 2주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정 전 대표는 현재 교도소 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대표의 한 지인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수감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 전 대표 성격이 털털한데 수감자들에게 ‘자기’ ‘자기’라고 하며 잘 지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1인실서 혼자
독방사용 누려

정 전 대표는 돈 없는 수감자들에게 생활용품 등을 사주는 선행(?)까지 베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범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 이사장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14억4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이사장이 200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롯데백화점·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총 1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유죄로 인정했다. 롯데백화점 내 초밥 매장이 들어가게 해주는 대가로 업체 A사로부터 4개 매장의 수익금 일부를 정기적으로 받아 총 5억9000여만원을 챙긴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또 아들 명의를 내세워 자신이 실제로 운영하던 유통업체 B사를 통해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위치를 목 좋은 곳으로 옮기거나 유지해주는 대가로 총 8억4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B사를 내세워 그룹 일감을 몰아받아 거액의 수익을 올리거나 일하지 않는 자녀에게도 급여를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실제 용역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액수를 제외하고 유죄로 인정됐다.

신 이사장은 여전히 교도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법원의 영장심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통곡’에 가까울 정도로 격하게 눈물을 호소했다. 당시 신 이사장은 심사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다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법정을 떠났다.

영치금 4만원
생수 사 마셔

구속 당시 신 이사장은 서울구치소에서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방을 썼는데 이런 생활에 적응하는 데 한동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령인 데다 처음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된 것에 망연자실하며 부적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 수감된 범털로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꼽을 수 있다. 최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국정을 농단한 주범으로 현재 구속된 상태다. 그런 최씨에게 구치소에 수감되자마자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최씨가 구치소에서 각종 특혜를 받고 있다는 다수의 증언도 나왔다.

최씨는 지난해 10월31일 밤 긴급체포돼 두 평도 채 안 되는 독방에 수감됐지만 갖가지 특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 수용자들은 식료품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영치금 한도가 하루 4만원이지만 최씨는 제한을 받지 않았다.

1병 밖에 살 수 없는 생수도 2∼3개 또는 필요할 때마다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용 인원이 3000여명에 이르는 서울구치소는 운반 사정을 감안해 생수 공급 물량을 1인당 1병으로 제한하고 있다.


최씨가 독방을 쓰는 것도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구치소 내부 규정에 따르면, 공황장애가 있는 수용자는 독방생활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주로 8명이 공동 사용하는 방에 수감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지시한 의혹이 있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 등 현 정권 최고 실세들도 구치소 생활을 하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0일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최순실 수사받느라 정신없어
정운호 적응 못하다 잘 지내
신영자 줄곧 건강문제 호소

이들은 6.56m²의 작은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접이식 침대와 TV, 작은 책상이 놓여있고, 한편엔 변기가 마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거실 바닥엔 열선이 깔려있지만, 추운 날씨 탓에 창문엔 고드름이 맺힐 정도다.

밖에선 최고 권력을 누렸지만 현재는 1400원짜리 밥을 먹으며 설거지도 스스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수 목욕은 주 2회로 제한되고, 커피나 차를 타 마실 수 있는 따뜻한 물도 일정량만 주어진다고 한다.이런 환경 탓에 김기춘 전 실장은 구속 다음 날부터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조 전 장관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적 없다. 문체부장관은 꼭 해보고 싶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조심해가며 반듯하게 살았다”며 “문체부 장관으로서 본연의 업무가 너무 바빠서 블랙리스트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외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위의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차은택, 안종범 등이 구매 및 반입한 물품들의 내역을 공개했다.

차은택은 지난해 12월19일, 24일 도서 20권 (영어, 추리소설 등)을 반입했다. <영어단어 무작정 따라하기> <영단기 영문법> <능률 롱맨 영어사전> <가면산장 살인사건> <데드 맨>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이다. 서적 목록을 통해 영어 공부에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영치금 총 51만8480원으로의류 31만9190원, 생활용품 6만원을 지출했다.

너도나도
공황장애

안종범 전 수석은 두 사람과 달리 서울 남부 구치소에 갇혀있다. 영치금 총 31만4510원으로 <문명의 충돌> 등 정치, 경제도서 4권을 반입했다. 지난달 8일 본인의 신장암 진단서, 당뇨병 소견서, 9일에는 당뇨병약 180일 분과 공황장애 처방약 60일 분, 22일에는 사마귀 치료제 배루말액을 반입해 현재 건강상태를 구치소 주치의에게 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검 수사 중간점검

국정 농단 사건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을 한달 정도 남겨두게 됐다. 70일로 보장된 1차 수사의 기한은 이번달 28일까지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달려온 특검팀의 중간수사 결과를 보면 상당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지난해 12월21일 본격 수사 이후 박 대통령 뇌물죄를 비롯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청와대 비선진료, 이화여대 입시, 학사 비리 등 다양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왔다. 구속된 피의자가 총 10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박영수 특검이 넘어야 할 험난한 산은 아직 많다. 우선 박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일은 특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난제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예고대로 내달 초 이뤄질지 관심을 끈다. 앞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이 얼마나 진전된 내용을 내놓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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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