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25>

드디어 탈출, “안녕 지바! 반갑다 가와사끼”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안올 수도 있다!’
‘가자, 택시야, 제발 좀 출발을 하자고’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 출발, 자유를 향해
고개를 돌려 식구들을 보니 모두들 곤히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아마도 전화벨이 조금이라도 더 울렸으면 누군가가 깨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숨을 죽이며 정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왜 안 가? 거기 지금 오픈해서 대박 났대. 그러니까 빨리 가. 거기 사쪼가 우리 사촌누나니까 걱정하지 말고 믿어도 돼.”
마마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누구 전화냐?”
나는 고개에서 수화기를 떼고 정우도 들으라는 듯이 이야기했다.
“아, 예 한국에서 정우가 전화했는데요, 마마 바꿔 달래요.”
눈치 빠른 정우가 마마와 대화를 한 후 이내 전화를 끊었다.
정우의 전화를 받은 뒤로부터는 나도 이제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지옥 같은 생활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탈출 시간이 문제였다. 그나마 옷이라도 몇 벌 챙겨가려면 식구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때 탈출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에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그 모습을 본다면 분명히 나에게 뭔가를 물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보통 난감한 상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그때밖에 없었다.
다음 날.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정우일까?’
마마가 전화를 받더니 이내 전화를 끊었다.
“얘들아 오늘 사쪼 생일이라서 집에 와서 밥 먹으란다. 지금 다 같이 가자.”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퍼져 나갔다. 그때 드는 생각은 단 하나였다.
‘지금이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안 올 수도 있다!’
마마에게 말을 했다.
“저, 몸살기가 좀 있어서요. 그냥 좀 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말수도 적었던 터라 마마도 내가 어디가 아픈 줄 알고 있었다. 선수 한 명은 아침에 손님과 약속이 있다고 했다. 다들 사쪼 집으로 가고 남은 것은 거실에 있는 나와 욕실에 있는 또 한 명의 선수. 하지만 샤워가 끝나고 외출을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사쪼의 집은 우리 숙소에서 3분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샤워를 끝내고 외출 준비를 할 때라면 이미 식구들은 밥을 다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올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생각과 고민은 아무런 필요가 없었다. 결단하지 않으면 영원히 이곳을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옷과 몇 가지의 소지품을 챙기는 데에는 고작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가방을 메고 현관을 나섰다. 저 계단을 내려가면 마마, 부쪼와 마주칠 것 같았다. 떨리고 무서웠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1층으로 달려가 정원의 나무 밑을 손으로 파 내려가기 시작했다. 10만 엔 정도의 돈과 전화번호. 그때부터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빨리 뛴 것은 아마도 그때가 아닐까 싶다. 머릿속은 온통 택시만이 떠올랐다.

■ 새로운 도전, 희망
‘이제 택시만 타면 된다, 그러면 이 지옥의 공간에서 탈출할 수 있다. 택시, 택시를 타야 한다.’
하지만 우리 숙소가 좀 외진 데 있었던 탓일까.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을 때까지 뛰었지만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30분 정도를 뛰었을까. 드디어 저쪽에서 택시 한 대가 오고 있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성공이었다. 택시에 올라탄 뒤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나를 쫓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택시 기사를 향해 말했다.
“가와사끼 에끼 오네가이시마스!”
너무 장거리이기 때문일까. 택시 기사가 다시 물었다.
나는 숨도 쉬지 않고 대답했다.
“하이! 가와사끼 에끼 오네가이시마스!”
나는 속으로 외쳤다.
‘가자, 택시야, 제발 좀 출발을 하자고’
고속도로가 나왔다. 나는 한 번도 일본에 와서 고속도로를 달려본 적이 없었다. 자유가 느껴졌다. 24시간 동안 감시를 받는 생활에서 드디어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다시 정우의 얼굴이 떠올랐다.
‘짜식, 이럴 때 나랑 같이 있으면 좋을텐데’
아마도 벌써 숙소에서는 난리가 났을 것이다. 내가 없어졌으니 마마는 부쪼에게, 부쪼는 사쪼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노예’가 탈출했으니 사쪼는 아마도 지금쯤 길길이 날뛰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벌써 야쿠자에게 전화를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평온한 택시 안에서 나의 머리는 또다시 복잡해졌다. 지나간 과거가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 선명하게 머리에 떠올랐다. 이제 돈을 벌어야 했다. 오로지 돈만이 나를 구원해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혹시 지금 타고 있는 택시가 가와사끼로 가는 건 맞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이제 정우처럼 아무도 믿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완전히 변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제까지의 삶에서 벗어나 강인하게 다시 태어나고 있는지도 몰랐다. 돈에 대한 열망은 곧 살아남기 위한 열망과 동일했다. 내가 잘돼야 남도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되기 전까지는 철저하게 혼자일 것이고, 혼자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가와사끼. 어쩌면 이제 나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의 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택시로 두 시간을 달리자 드디어 ‘가와사끼 스테이션’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택시에서 내려 공중전화를 찾았다. 정우의 사촌누나는 반갑게 인사를 해주었다. 전화를 끊은 후 담배를 피워 물었다. 후~. 가와사끼와 지바와는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어를 하는 행인들, 야트막한 건물들, 비슷한 전철역의 구조들. 하지만 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이 생겼던 것이다.
그로부터 20여분 후. 저 한편에서 꽤나 남자에게 인기 있을 법한 외모를 한 여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동이씨 맞나요?”
“네, 맞습니다.”
이제 됐다. 드디어 지바에서의 탈출이 완전히 성공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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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