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송혜교가 2004년 KBS 드라마 <풀하우스>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그를 맞는 드라마는 KBS 2TV 미니시리즈 <그들이 사는 세상>. 방송국 드라마 스태프와 배우들의 애환과 사랑을 그릴 <그들이 사는 세상>은 <거짓말>과 <풀하우스> 등의 스타 PD 표민수가 연출하고, <거짓말>과 <굿바이 솔로> 등으로 팬 층을 단단히 다져온 노희경 작가가 펜을 들었다.
4년 만에 안방…‘순수’ 이미지 벗고 보이시한 매력
표민수 감독 졸라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작품 영광
송혜교가 맡은 역할은 드라마 PD 준영 역이다. 대학시절 영화 동아리 선배이자 연인이었던 지오(현빈)를 방송국에서 만나 미련과도 같은 동료애를 나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보다 작품의 전체적인 면을 보고 선택해요.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죠. 그리고 평소 존경하고 믿음이 강한 표민수 감독과 노희경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어요.”
송혜교는 이번 작품에서 지금까지 지켜왔던 순수함에서 벗어나 중성적인 모습으로 변신했다. 동화 속 주인공 같은 어여쁜 역할들을 주로 해와서 그런지 화장기 없는 얼굴을 부담 없이 브라운관에 비춰야 하는 PD 역이 쉽지 않다.
“이번 작품을 통해 사랑스러운 모습에서 벗어나 다소 보이시한 느낌을 많이 보여드릴 거예요. 보이시한 극중 캐릭터 연기를 위해 짧은 머리를 연출했죠. 현장에서 뛰는 감독이어도 검은 점퍼를 입고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메이크업하고 하이힐 신고 일하는 감독들도 있어요.”
캐릭터 연기 위해 짧은 머리 연출
배우로서 PD 역할을 하다 보니 제작진의 고충도 조금씩 마음에 와 닿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매순간 표 감독에게 물어보고 해결을 하면서 흥미도 많이 느껴요. 표 감독의 평상시 행동을 눈여겨보고 따라 하고 있어요. 큐사인 방식도 표 감독이 하는 식으로 해요. 예전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 생각했는데 연출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들이 제 신호 하나에 움직이고 멈추니 묘한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연출은 쉬 엄두가 나는 일은 아니에요.”
송혜교의 <그들이 사는 세상> 출연은 이미 4년 전에 사실상 결정됐다. <풀하우스>를 마치자 마자 표민수 감독에게 노희경 작가와 작품을 함께 하자고 슬쩍 부탁을 했다. 노 작가는 송혜교의 바람을 큰 고민 없이 받아들였고, 송혜교를 생각하면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집필에 임했다.
“<풀하우스>를 통해 표 감독을 만났는데, 작품이 끝날 당시 ‘노희경 작가와 함께 작품 하실 일 없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표 감독이 ‘몇 년 있다가 함께 할거 같다’며 같이 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 약속을 이번 작품을 통해 지킨 것 같아요.”
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여서인지 드라마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이라 처음에 많이 헤맸어요. 그동안 ‘황진이’ 등 영화 세 편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충무로 시스템에 익숙해지니 순발력을 요구하는 드라마에 적응하기 무척 힘들었죠. 초반에는 현장 분위기도 적응이 잘 안됐지만 그럴 때마다 표 감독과 주변 분들이 바로 잡아 줘 이제는 즐겁게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싶어”
4년간의 스크린 나들이에서 흥행 참패의 쓴맛만을 보고 돌아온 송혜교는 연기자로서도, 개인 송혜교로서도 덕분에 많이 성숙해졌다.
“어렸을 때는 시청률 등에 많이 연연했지만 ‘낼 모레 일을 그만둘 거도 아니고…’하는 생각에 요즘은 마음이 더 편안해요. 앞으론 작품만 좋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우선 순위를 두지 않고 출연할 생각이에요. 역할이 겹쳐도 크게 신경 쓰진 않을 생각이에요.”
<그들이 사는 세상>은 MBC <에덴의 동쪽>, SBS <타짜> 등 대작 드라마와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한다. 관계자들은 시청률과 관련해 고민을 하지만 송혜교는 타 방송사의 대작 프로그램과의 시청률 경쟁에 관해서 의외로 덤덤한 모습이다.
“솔직히 작품이 사랑 받고 시청률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든든한 감독과 작가가 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요. 여유가 많이 생겨서 시청률이 낮은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어요. 특히 마니아층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극중 준영과 지오는 대학 때 교제를 하다 헤어지고 방송국에서 다시 만나 연인이 된다. 송혜교는 지오 같은 캐릭터가 현실 속에 나타난다면 매력을 느낄까.
“백마 탄 남자보다 지오처럼 현실감 있는 스타일이 좋아요. 늦게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30대 초반쯤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 때 시집가고 싶어요.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제 투정을 모두 너그럽게 받아줄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에요.”(웃음)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