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정부 입김 앞 촛불’?

<연속기획>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점검


이팔성 회장 연임에 성공…풀어야 할 숙제 산더미 
큰 과제인 민영화, 정권말 추진동력 제한에 차질 우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왕좌에 앉았다. 정부 소유기업 CEO 중 첫 연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의지를 불태우는 이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엔 물음표가 가득하다. 지난 임기의 성적표가 초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하나다. 민영화가 바로 그것. 이에 따라 민영화 작업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 녹녹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기 때문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됐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포기 의사를 나타냈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 회장은 지지부진했던 민영화의 물꼬를 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이지만 지난 1년간의 성적표가 썩 좋지만은 않다.

#지난 임기 성과

금융위기 이후 우리금융은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이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는 아니란 평가다. 전방위 구조조정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KB금융을 제외한 대다수 시중은행의 실적이 금융위기 이후 개선추세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표면적인 실적개선보다 건전성 측면에서의 우려부터 떨쳐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2420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1% 증가했지만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24%로 전년대비 1.64% 급등했다. 이는 국민·신한·하나은행 등 경쟁사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부동산PF 대출의 경우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부실채권금액이 1조9964억원으로 전체 부동산PF 대출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뒤를 이은 국민은행의 부실채권이 7620억원, 부실률이 12%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의 부실채권(NPL)커버리지비율은 70%를 밑돌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평균 대비 30% 이상 낮은 수치다. 향후 금융위기 재발 시 또다시 심각한 실적부진에 시달릴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실적개선을 위해 건전성 지표를 포기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최대 목표 민영화

이 같은 평가를 뒤로하고 이 회장은 결국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서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가 소유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중 첫 연임 사례이자 2001년 우리금융 출범 이후 연임에 성공한 첫 CEO가 됐다. 정부가 소유 기업 CEO의 연임 불가라는 관례를 깨고 이 회장의 연임을 묵과한 것은 현재 진행형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오종남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에 대해 “10년간 답보였던 민영화 추진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도 “반드시 민영화를 이뤄내겠다”고 화답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정부가 지난해 1년간 추진하다 실패해 잠정 보류된 상태다. 당시 정부는 합병이나 지분 분산 매각 방식으로 예금보험공사 소유 지분 57%를 한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지주회사법 규제와 시장 플레이어들의 호응 부재가 걸림돌로 작용, 경영권 매각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회장이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민영화 작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임기가 앞으로 2년밖에 남지 않았고 정권말 정부 정책 추진동력이 떨어진다는 점, 또 불확실한 금융시장 여건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목표다.


# 자회사 관계 설정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회사인 우리은행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그간 이 회장은 그룹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른 은행지주회사와 달리 회장과 행장 사이의 의견 충돌이 잦았기 때문이다. 실제, 이종휘 전 행장이 그간 수차례 연임의지를 밝혀왔음에도 불구하고 행장 공모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 회장과의 미묘한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룹 장악력 미약하다는 평가…은행장과 미묘한 갈등
약점인 비은행부문 강화 주창…3년째 ‘제자리걸음’


신한금융와 하나금융은 지주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은행 등 자회사 전체를 총괄했지만 우리금융은 ‘회장 따로, 행장 따로’인 경우가 많았다. 행장 선임에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데다, 우리금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이다 보니 은행장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민영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실적도 챙겨야 하는 이 회장으로서는 자회사 경영진으로 누가 선임되는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장 우리금융 내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두 수장의 관계와 의견조율이 원만하지 않을 경우 조직 전체가 삐걱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은행장 자리를 놓고 김정한 우리금융 리스크담당 전무, 김희태 우리은행 중국법인장, 윤상구 우리금융 경영혁신 및 홍보담당 전무, 이순우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정현진 재무기획 우리금융 전무 등 5명이 경합을 벌였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시된 건 이 부행장이다. 비고려대·비한일은행 출신으로 이 회장(고려대·한일은행)과 출신이 달라 인사에 따른 잡음이 적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 선임 당시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져 나온 바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대 법대, 영남 출신인데다 지난 대선 때 대통령후보 상근특보를 지내는 등 이 대통령과 ‘40년 지기’라고 불릴 정도로 깊은 친분을 맺고 있다.

예상은 적중했고 이 부행장은 새롭게 우리은행을 이끌게 됐다. 이번 은행장 선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우리금융이 회장과 은행장 간 갈등의 폭을 좁히기 위해 지난 2009년 행추위 구성권한을 은행에서 지주회사로 이관하면서 이 회장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회장-행장간 불협화음은 상당부분 해소되리란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한일?상업은행 출신 간 갈등 봉합 역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과정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다섯 명 가운데 김 중국법인장, 윤 전무, 정 전무 등 세 명은 옛 한일은행 출신이다. 이 회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상업은행 출신인 이순우 수석부행장이 선임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향후 한일은행 출신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체질강화

사업 다각화 역시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금융지주는 규모가 한국 금융권에서 가장 크지만 수익의 90% 가량을 은행업무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3여년 임기동안 이런 과제를 주요 경영목표로 내세웠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현재 증권·보험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인수하려는 것도 포트폴리오 재구축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 연임의 첫 작품으로 삼화저축은행 인수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면 후속 M&A작업들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M&A를 통한 ‘덩치 부풀리기’와 함께 ‘체력 강화’에도 나서야 한다. 우리은행의 지난해말 총자산은 240조원으로 ▲국민은행 271조원 ▲신한은행 234조원 ▲하나?외환은행 269조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생산성은 8000만원으로 경쟁사인 신한은행(1억5400만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1944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경남 진교고등학교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최고경영자과정(AIM) 과정을 이수했다.

196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서 은행권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한일은행에서 일본 오사카ㆍ동경지점 주재, 국내 영업부, 국제부 등을 두루 역임했다. 1997년에는 최연소 상무이사로 승진하기도 했다.

국제금융 부문에서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금융 발전유공 재무부장관상과 수출입 유공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1999년 한빛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2년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우리투자증권 사장 시절 5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끌며 우리투자증권을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이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이사,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장을 거친 뒤 2008년 6월 우리은행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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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