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MB 측근 사외이사 논란 <대해부>

MB 입김에 이리 흔들 저리 흔들“맥 못춘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란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임원들도 다르지 않다. 이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이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코드 인사’가 금융권으로 고스란히 옮겨간 형국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마저 MB 측 인사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이 정부의 입김에 맥을 못 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고대 인맥 이 전 장관…“이 회장이 직접 모셔”
신한, 가장 큰 폭 물갈이…MB 측 인사는 “끄떡없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지냈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상근특보로 활약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MB정부 들어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로 막역한 사이다.

정권에 따라 금융기관 임원들이 행방이 갈리는 건 이미 오랜 얘기다. 대통령과 연고가 있는 임원들이 요직을 꿰차는 일이 반복돼 온 것. 하지만 MB정부에 들어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정권 논란이 고스란히 금융계로 옮아간 형국이다.

실제, 2007년 3분기 4대 은행과 3대 금융지주회사(당시 KB국민은행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었음)의 임원 92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19명(20.65%)에 불과했다. 그러나 MB정권이 들어선 뒤 사정이 달라졌다. 2010년 3분기, 전체 임원 109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33명(30.3%)으로 크게 증가했다. 고려대 출신 임원도 2007년 전체 92명 중 11명(12.0%)에서 2010년 전체 109명 중 23명(21.1%)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MB식 코드 인사’는 금융권의 사외이사에까지 번진 모양새다. 이달 초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대대적인 사외이사진 개편이 이뤄졌지만 ‘왕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일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박지환 아시아에볼루션 대표, 김광의 예금보험공사 홍보실장 등 3명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이 전 장관은 78세의 고령에도 이번에 우리은행 사외이사에서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알려진 이 전 장관은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서 활동했으며, 이팔성 회장이 직접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MB 측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인 신희택 사외이사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제1기 자문위원 출신으로 이번에 재임됐다.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으로 꼽히는 이두희 사외이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기획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지낸 이헌 사외이사도 다시 추대를 받았다. 이 사외이사는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미디어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에서 정부 측 변호사로 나서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다.

자회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자회사인 우리은행의 사외이사 중에는 이용만 선진국민연대 전 상임고문이 눈에 띈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 고문은 노태우 정부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냈다. 2007년 대선 당시에는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또 다른 자회사인 광주은행에는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김성후 동신대 호텔관광학과 교수와 김경동 전 우리금융 수석전무가 포진했다. 또 전남대 정외과 교수인 이명남 사외이사는 김연욱 대통령정무수석실 행정관의 박사학위 논문 ‘리더와 팔로어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중심으로’의 지도교수를 맡은 것으로 연을 맺었다.

역시 우리금융 자회사인 경남은행에는 박영근 창원대 경영학과 교수와 김성규 공인회계사가 있다.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박 교수와 녹색실천미래연합 공동대표인 김 회계사는 각각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는 지난달 21일 한동우 차기 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사외이사 12명 중 10명을 교체했다.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수를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는 대신 사내이사 수는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는 설명이다.

신임 사외이사로 추천된 사람들은 권태은 나고야외국어대 교수, 김기영 광운대 총장, 김석원 신용정보협회장, 남궁훈 전 생명보험협회장, 유재근 삼경본사 회장, 이정일 평천상사 대표이사, 황선태 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변호사, 히라카와 하루키 평천상사 대표이사 등이다.

하나, 고대 후배인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 포진
KB, “여전히 정부가 사외이사로 인사권 행사한다”

신한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큰 폭으로 물갈이를 단행했다. 하지만 MB 측 인사로 알려진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만은 물살에 휩쓸리지 않았다. 윤 명예교수는 2006년 한 칼럼을 통해 “서울시는 기업 경영 기법을 도입해 재정 지출 규모를 혁신적으로 줄였다”며 “서울시는 재정 운영의 전범(典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자회사인 신한은행에는 김준경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이규민 한나라당 제18대 국회의원 후보(인천 서구·강화을) 등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을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지주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9명 중 5명의 임기가 3월 만료됨에 따라 교체 등을 검토하기 위해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 중 정광선 이사를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교체했을 뿐 큰 이변은 없었다.

변화가 없는 건 MB 측근 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과 이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유병택 한국품질재단 이사장은 꿋꿋이 자리를 지켜냈다. 김 전 총장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법률고문을 맡으며 인연을 맺었고, 대선 때는 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로 활동했다.

KB금융지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강정원 회장직무대행과 어윤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 정권과의 유착 의혹에 휩쓸리며 곤욕을 치렀다. KB는 민간 기업이지만 여전히 정부가 사외이사들을 통해 자신의 의도대로 인사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이 불거졌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4일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종천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배재욱 배재욱법률사무소 변호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하지만 유착 의혹을 깨끗이 씻어내지는 못한 듯하다.

조재목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 때문이다. MB 측 인사로 잘 알려진 조 사무총장은 금융권 경력이 전무해 선임 당시부터 전문성이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 KB금융지주에선 이명박 후보 정책자문단 출신의 박요찬 변호사와 국민경제자문회의 제2기 민간위원인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국민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돼 활동 중이다.


정부 입김에 약한 이유는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이 정권의 입김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금융기관의 특수성 때문이다. 금융기관은 정부가 인사권과 감독권을 갖고 있다. 또 금융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비상 상황에는 주주 역할까지 떠맡아야 한다는 말이다.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 입김이 일반 기업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융지주사들엔 뚜렷한 지배 주주가 없다 보니 정부로선 코드 인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지적이다.

금융기관으로서도 굳이 정부의 관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좋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권 인사들은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나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을 감독 당국이 어떻게 몰아냈는지를 봐왔다. 그러다 보니 알아서 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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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