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점검

백전노장의 마지막 도전 “박수 칠 때 떠날 걸” 후회할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왕좌’를 차지했다. 연임만 3번, 햇수로는 무려 14년째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는 아직 이르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 조직 통합에 난항 예상
김 회장 뒤 이을 후계자 양성도 시급한 과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삶은 하나금융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은 김 회장은 3년 후인 1968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이후 증권부장, 영업부장 등을 거쳐 1980년 37세에 부사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97년에는 불과 54세의 나이에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이후 김 회장은 3번을 내리 연임하며 14년째 수장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금의 하나금융을 일궈낸 인물로 평가받는 김 회장이지만 연임과 관련해서는 뒷말이 많다. 연임을 둘러싸고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일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은행장 연임을 앞둔 1998년 10월에 충청은행을 인수했고, 이듬해 1월 보람은행을 거머쥐었다. 결국 2000년 초 하나은행은 은행 2곳을 잇따라 인수한 뒤라 안정적인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이 필요했고, 행장이던 김 회장의 연임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이어 2002년 5월, 하나은행은 김 회장의 주도 아래 서울은행을 추가로 인수했다.

김 회장은 같은 해 12월 행장 연임에 성공했다. 2005년 3월에 행장에서 물러난 김 회장은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과 하나금융 상근이사를 거쳐 9개월 만에 하나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이때도 김 회장이 행장 시절 추진했던 대한투자증권 인수가 당시 5월 마무리 된 데다 지주사 출범 직후라 변화보다는 경영의 연속성이 긴요하다는 이사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김 회장의 연임 스토리는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절묘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김승유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대했다”고 밝혔지만 뭔가 석연찮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암묵적으로 시사해왔던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하고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돌린 것에 대해 현실 가능한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뒤로하고 결국 김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올리기는 아직 이르다.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제 #1 외한은행 인수 돌발 악재

김 회장은 그간 무려 3개의 은행 M&A를 성공시켰다. 그런 김 회장이 금융 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착수한 것.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외환은행은 김 회장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하지만 인수 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돌발 악재가 터졌다. 대법원이 최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고 사실상 판결한 것.

대법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할 때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외환카드를 싸게 인수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등으로 기소된 외환은행과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LSF-KEB홀딩스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다. 서울고법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김 회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 터져 나온 악재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지분 처분 명령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론스타가 이미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계약한 상태인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정서와 여론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차익을 챙겨가도록 지원·방조한다는 비판 여론에 금융당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 당국은 지난 16일 계획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했다. 금융권에선 계약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론스타가 아닌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1조3400억원을 유상 증자했다. 증자의 목적이 외환은행 인수였기 때문에 만일 인수가 불발되면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하나금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3월 말까지 인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월 330억원(1주당 100원)의 지연보상금을 내야 한다. 때문에 김 회장은 결국 외환 인수를 강행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김 회장은 “대주주 적격성과 자회사 편입은 별개”라며 “인수가 무산되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승인이 빠를수록 좋다”며 3월 중 인수 승인을 희망하기도 했다.


과제 #2 인수 후 조직 통합

인수에 성공해도 문제다. 인수 발표 직후부터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조직 통합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란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고개를 들었다. 외환은행 노조가 일부 일간지에 ‘국익을 위해서도 금융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인수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 먹튀의 하수인’ ‘권력의 특혜’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또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인수 반대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려댔다. 장외투쟁도 불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본사는 물론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인수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월10일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어 18일에는 국세청에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지급하는 주식매매대금 5조원 중 세금 부문에 대해 법적 보전조치(가압류)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 측 고위 관계자가 외환은행 관련자에게 “외환은행 노동조합 집행부는 물론 임원부터 지점장까지 투쟁에 적극 가담한 세력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환은행 노조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 즉각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명을 통해 노조는 “하나금융은 제 입으로 밝힌 블랙리스트 실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총파업을 결의하기까지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5일 부재자를 제외한 총조합원 4700명 중 4697명(99.9%)이 참여한 가운데, 4516명(96.2%)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1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에 위임한 바 있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1200명도 최근 노조 가입과 투쟁기금 추가 모금을 완료한 상태다.  이를 지켜보는 하나금융의 표정에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인수 실패의 대부분이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김 회장은 일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지 않고 ‘투뱅크 체제’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영원히 따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회장 역시 연임 기간 동안 통합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계획을 밝혔다. 그간 여러 차례 인수와 통합 작업을 이끌어온 만큼 이번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와의 골이 깊어 통합과정이 순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제 #3 후계자 양성

김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김 회장은 연임을 앞두고 “적임자가 나타난다면 언제든 물러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김 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적임자가 없단 얘기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김 회장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가장 큰 리스크는 차기 주자가 마땅치 않은 것’이라는 말도 내부적으로 회자돼 왔다.

이에 하나금융은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식 후계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CEO 후보군을 육성ㆍ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측 가능한 권력 승계 구도를 만들어 신한금융 사태와 같은 ‘CEO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지배구조 규준’을 제정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산하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CEO 인재풀을 구성, 미래 후계자들을 양성해나갈 방침이다. 경발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차기 CEO 후보군을 정해 매년 검증 작업을 벌인다.

후보군에 포함됐더라도 실적이 나쁘거나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탈락하며, 유능한 후보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게 된다. 올해 만 67세의 김 회장은 나이 제한(만 70세)으로 2~3년 안에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시간이 그리 충분치 않다. 그 안에 김 회장이 잡음 없이 후계자를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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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