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리더십 집중점검

백전노장의 마지막 도전 “박수 칠 때 떠날 걸” 후회할라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다시 ‘왕좌’를 차지했다. 연임만 3번, 햇수로는 무려 14년째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들기는 아직 이르다.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 조직 통합에 난항 예상
김 회장 뒤 이을 후계자 양성도 시급한 과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삶은 하나금융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1965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딛은 김 회장은 3년 후인 1968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했다.

이후 증권부장, 영업부장 등을 거쳐 1980년 37세에 부사장에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했다. 1997년에는 불과 54세의 나이에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다. 이후 김 회장은 3번을 내리 연임하며 14년째 수장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지금의 하나금융을 일궈낸 인물로 평가받는 김 회장이지만 연임과 관련해서는 뒷말이 많다. 연임을 둘러싸고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일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은행장 연임을 앞둔 1998년 10월에 충청은행을 인수했고, 이듬해 1월 보람은행을 거머쥐었다. 결국 2000년 초 하나은행은 은행 2곳을 잇따라 인수한 뒤라 안정적인 합병 후 통합(PMI) 작업이 필요했고, 행장이던 김 회장의 연임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이어 2002년 5월, 하나은행은 김 회장의 주도 아래 서울은행을 추가로 인수했다.

김 회장은 같은 해 12월 행장 연임에 성공했다. 2005년 3월에 행장에서 물러난 김 회장은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과 하나금융 상근이사를 거쳐 9개월 만에 하나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이때도 김 회장이 행장 시절 추진했던 대한투자증권 인수가 당시 5월 마무리 된 데다 지주사 출범 직후라 변화보다는 경영의 연속성이 긴요하다는 이사회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회장은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하면서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김 회장의 연임 스토리는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절묘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 마무리와 조직 안정화를 위해 김승유 회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해 추대했다”고 밝혔지만 뭔가 석연찮다.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암묵적으로 시사해왔던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하고 외환은행 인수로 방향을 돌린 것에 대해 현실 가능한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이 아니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의혹을 뒤로하고 결국 김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축배를 올리기는 아직 이르다.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과제 #1 외한은행 인수 돌발 악재

김 회장은 그간 무려 3개의 은행 M&A를 성공시켰다. 그런 김 회장이 금융 인생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착수한 것.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고 외환은행은 김 회장의 품에 안기는 듯 했다. 하지만 인수 승인이 임박한 시점에 돌발 악재가 터졌다. 대법원이 최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카드 주가를 조작했다고 사실상 판결한 것.

대법원은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합병할 때 ‘허위 감자설’을 유포해 외환카드를 싸게 인수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등으로 기소된 외환은행과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LSF-KEB홀딩스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벨기에 브뤼셀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다. 서울고법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론스타는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김 회장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 터져 나온 악재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셈이다. 지분 처분 명령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론스타가 이미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계약한 상태인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정서와 여론이다. 중범죄를 저지른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팔고 차익을 챙겨가도록 지원·방조한다는 비판 여론에 금융당국이 승인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 당국은 지난 16일 계획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보류했다. 금융권에선 계약이 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경우 최대 피해자는 론스타가 아닌 하나금융이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1조3400억원을 유상 증자했다. 증자의 목적이 외환은행 인수였기 때문에 만일 인수가 불발되면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입은 주주들이 하나금융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3월 말까지 인수 승인이 나지 않을 경우 하나금융은 론스타에 매월 330억원(1주당 100원)의 지연보상금을 내야 한다. 때문에 김 회장은 결국 외환 인수를 강행해야 하는 처지다. 이에 김 회장은 “대주주 적격성과 자회사 편입은 별개”라며 “인수가 무산되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승인이 빠를수록 좋다”며 3월 중 인수 승인을 희망하기도 했다.


과제 #2 인수 후 조직 통합

인수에 성공해도 문제다. 인수 발표 직후부터 외환은행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조직 통합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분란은 지난해 11월19일부터 고개를 들었다. 외환은행 노조가 일부 일간지에 ‘국익을 위해서도 금융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라는 광고를 통해 인수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당시 외환은행 노조는 ‘론스타 먹튀의 하수인’ ‘권력의 특혜’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외환은행 노조는 또 여론을 증폭시키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인수 반대 보도자료를 언론에 뿌려댔다. 장외투쟁도 불사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 본사는 물론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인수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월10일 금융위와 금감원을 상대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이어 18일에는 국세청에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지급하는 주식매매대금 5조원 중 세금 부문에 대해 법적 보전조치(가압류)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 측 고위 관계자가 외환은행 관련자에게 “외환은행 노동조합 집행부는 물론 임원부터 지점장까지 투쟁에 적극 가담한 세력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갖고 있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환은행 노조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블랙리스트 즉각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성명을 통해 노조는 “하나금융은 제 입으로 밝힌 블랙리스트 실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총파업을 결의하기까지 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5일 부재자를 제외한 총조합원 4700명 중 4697명(99.9%)이 참여한 가운데, 4516명(96.2%)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달 1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의 시기와 방법을 집행부에 위임한 바 있다. 아울러 무기계약직 1200명도 최근 노조 가입과 투쟁기금 추가 모금을 완료한 상태다.  이를 지켜보는 하나금융의 표정에는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인수 실패의 대부분이 조직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김 회장은 일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지 않고 ‘투뱅크 체제’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영원히 따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 회장 역시 연임 기간 동안 통합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할 계획을 밝혔다. 그간 여러 차례 인수와 통합 작업을 이끌어온 만큼 이번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와의 골이 깊어 통합과정이 순탄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과제 #3 후계자 양성

김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김 회장은 연임을 앞두고 “적임자가 나타난다면 언제든 물러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국 김 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적임자가 없단 얘기다. 하나금융 안팎에선 김 회장을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하나금융의 가장 큰 리스크는 차기 주자가 마땅치 않은 것’이라는 말도 내부적으로 회자돼 왔다.

이에 하나금융은 최근 ‘제너럴일렉트릭(GE)식 후계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국내 금융회사가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CEO 후보군을 육성ㆍ관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측 가능한 권력 승계 구도를 만들어 신한금융 사태와 같은 ‘CEO 리스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 지배구조 규준’을 제정했다. 하나금융은 이사회 산하 경영발전보상위원회(경발위)에서 CEO 인재풀을 구성, 미래 후계자들을 양성해나갈 방침이다. 경발위는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차기 CEO 후보군을 정해 매년 검증 작업을 벌인다.

후보군에 포함됐더라도 실적이 나쁘거나 결격 사유가 발견되면 탈락하며, 유능한 후보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게 된다. 올해 만 67세의 김 회장은 나이 제한(만 70세)으로 2~3년 안에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시간이 그리 충분치 않다. 그 안에 김 회장이 잡음 없이 후계자를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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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