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다수 국내 대기업은 시스템통합(SI)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들은 그룹의 매출이 곤두박질쳐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성장을 거듭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일감몰아주기가 자행되는 까닭이다. 한국타이어의 SI계열사인 ‘엠프론티어’ 역시 일감몰아주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0년 설립된 ‘엠프론티어’는 시스템 관리 및 통합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타이어그룹의 SI(System Integration) 계열사다. 엠프론티어는 최근 2년 사이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에 781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292억원으로 급증했고 영업이익은 7억8572만원에서 55억6922만원으로 7배 이상 뛰어 올랐다.
우산효과 톡톡
엠프론티어가 단기간에 엄청난 실적을 쌓은 건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뒷받침 덕분이다. 엠프론티어는 대기업 SI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기업경영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엠프론티어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87.1%에 달했다. 51.2%였던 2013년에 비하면 2년 새 35.9%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내부거래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400억원서 1126억원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쯤 되자 한국타이어그룹이 계열사인 엠프론티어에 일감을 몰아주고 향후 승계 수단으로 악용할 거란 전망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는 건 엠프론티어가 그룹 내 SI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SI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은 내부 전산시스템과 보안의 중요성을 내세워 SI 계열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 사이 대기업 산하 SI계열사는 내부거래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SI 계열사는 기업 전산실에서 분리되거나 법인을 신설할 때 드는 초기비용이 크지 않고 업무 특성상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 설립이 가능하다.
실적 대부분을 내부거래에 의존하는 SI 계열사의 특성을 이용해 편법적인 상속 및 이윤 추구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만약 SI 계열사 주식을 2세에게 헐값에 넘긴 후 내부거래 단가를 높여 SI 계열사의 수익을 높인다면 이를 넘겨받은 2세는 엄청난 이득을 기대해봄직하다. SI 계열사가 비상장 회사라면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마저 남긴다.
이 와중에…상상초월 일감 몰아주기
“교묘한 수법” 편법승계 전형적 방식
게다가 대기업 SI 계열사는 총수 일가가 절대적인 지분을 갖고 있다. 엠프론티어 역시 마찬가지다. 엠프론티어의 최대주주는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이 회사는 엠프론티어 전체 주식의 4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60%는 모두 총수 일가 몫이다.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이 각각 24%씩, 딸인 조희경씨가 12%를 나눠 갖고 있다. 향후 회사규모가 커졌을 때 주식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얻지 말란 보장이 없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 소유의 SI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은 승계에 활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 창구 역할은 물론, 합병 등을 통한 경영권 확보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내부거래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 계열사(비상장 20%) 중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를 넘어 설 경우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60%,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1126억원에 달하는 엠프론티어는 표면상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게 원칙이다. 다만 공정위는 적용 제외 사유로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을 설정하면서 사실상 엠프론티어를 비롯한 SI 계열사들이 단속을 빠져나갈 틈을 열어줬다.
엠프론티어 이외에도 일감몰아주기 흔적은 곳곳서 감지된다. 또 다른 계열사인 신양관광개발은 지난해 매출 100% 모두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2014년 역시 마찬가지고, 99%의 2013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분은 조양래 회장의 자식들이 나눠 갖고 있다. 특히 조현식(44.12%) 사장과 조현범(32.65%) 사장의 지분이 월등히 높다.
규제도 못하고
타이어 금형업체인 엠케이테크놀로지 역시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이 97%를 넘는다. 한국타이어 지분 50.1%를 제외한 나머지 49.9%는 조현식 사장(20.0%)과 조현범 사장(29.9%) 소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