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리더십

재일교포 안고 연결고리 끊고 “바쁘다 바빠”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회장 선임이다. 한 군데만 해도 기삿거린데 4대 금융지주사가 일제히 선출 작업을 벌였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은 바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독특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다. 그런 한 내정자가 ‘신한호’를 잘 이끌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 과연 그에게 우리 금융계를 맡길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그의 리더십을 집중 진단 해봤다.

28년 신한서 보낸 정통 ‘신한맨’…경영 성적
차세대 주자 주목…신상훈 전 사장 후광에 가려

경력 및 경영 능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28년을 신한그룹에서 보낸 정통 ‘신한맨’이다. 부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한 내정자는 1982년 신한은행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기획조사부장, 종로지점장, 인사부장, 상무이사, 개인고객본부·신용관리담당 부행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2년에는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을,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신한생명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 내정자의 경영 성적은 ‘A+’다. 신한생명 사장과 부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자사의 흑자 전환과 지주사 편입을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했다. 실제로 한 내정자는 신한생명 사장 취임 전인 2001 회계연도에 121억원에 불과하던 신한생명의 순이익 규모를 2006년도에 1236억원으로 10배나 끌어 올렸다.

같은 시기 총자산도 1조6000억원대에서 6조4000억원대로 대폭 증가했다. 2005년에는 1990년 신한생명 창립 후 처음으로 주주 배당을 실시했고 그해 지주회사 편입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밖에도 한 내정자는 직원들에게 ‘덕장’으로 불릴 만큼 온화한 성품과 강한 친화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또 신한생명 사장 재임 당시에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필요 시 반영하는 등 합리적 경영을 펼쳐왔다는 평가다.

회장에 내정되기까지

이처럼 한 내정자는 특유의 리더십과 뛰어난 영업 능력으로 신상훈 전 사장, 이동걸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과 더불어 ‘4룡’으로 불리며 그룹 내 차세대 주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왕좌’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신 전 사장의 후광에 가려 만년 2인자로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내정자는 지난 2003년 신한은행장 인선과 2009년 신한지주 사장 인선 당시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나 결국 신 사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한 내정자에게 ‘1인자’의 꿈은 요원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신한은행이 신상훈 전 사장을 형사고발한 것을 계기로 경영진 간 내분이 촉발됐다.그룹은 패닉에 빠졌다. 이른바 ‘신한 사태’가 터진 것. 이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한특별위원회는 아낌없는 지지로 한 내정자를 선택했다. 위기에 빠진 그룹을 구할 존재로 지목된 것. ‘4룡’ 중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한 내정자는 내부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장급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이 점이 한 내정자의 낙점에 가장 큰 장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한 내정자와 경합을 벌였던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지금의 신한을 만든 공과에서 한 내정자에게 밀렸다는 분석이다.


선결 과제

가시밭길을 헤치고 신한호의 키를 잡은 한 내정자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항로에 난초가 산재해 있어서다. 최우선 과제는 신한 사태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태의 주범인 전임 경영진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한 내정자는 자의든 타의든 선임 과정에서 라응찬 전 회장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그의 회장 내정이 과거의 그릇된 지배 구조를 청산하고 신한금융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임을 감안하면 ‘라 회장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떼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행히도 관계설정은 라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이 이사직 자진 사퇴를 표명하면서 자연스레 일단락됐다.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등기이사직 임기는 각각 오는 2013년 3월과 2012년 2월까지였지만 이를 앞당겨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식 사퇴하기로 했다. 같은 시기 신상훈 전 사장의 등기이사직이 만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신한 사태 3인방이 신한금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라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일각에서 라 회장의 입김이 계속될지 모른다고 걱정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한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후 한 내정자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영진 물갈이를 단행했다. 기존 이사진 12명 중 10명이 교체됐다. 새로 선임된 12명의 이사진 중에는 사외이사가 8명에서 10명으로 늘어 경영진에 대한 사외이사의 견제가 강화됐다. 기존 사외이사 중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와 필립 아기니에 BNP파리바 아시아 리테일부문 본부장을 제외한 전원이 새 인물로 교체됐다.

일본주주 끌어안기 해결국면…‘조직안정’ 전념
향후 행보서 주목할 점은 인수합병(M&A) 여부


신한 내분 사태에서 라 전 회장 측과 반대편에 섰던 재일동포 사외이사들은 숫자는 4명으로 유지됐지만, 인물은 모두 바뀌었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신임은 2년, 연임은 1년으로 결정됐다. 이번 이사진 개편은 ‘매년 20%의 교체’를 권고한 금융 당국의 사외이사 모범 규준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내정자는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재일동포 주주들을 설득키 위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1982년 일본 오사카 지역 민단계 재일교포들이 자본금 50억 엔(당시 250억원)을 모아 설립됐다. 신한은행이 성장하며 재일교포의 지분은 17%(추정) 정도로 희석됐지만 신한지주 사외이사 4명 자리가 이들 몫으로 남아있다. 이사회(12명)의 1/3을 차지한다.

이런 재일교포 주주의 지지를 한 내정자는 받지 못했다. 사실상 최대 주주의 지지를 받지 못한 채 선출된 셈이다. 하지만 2박3일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한 내정자의 모습은 당당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내정자는 재일동포 주주들과 만나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재일동포 주주 역시 “한 회장이 일본 주주들을 인사차 방문해 각자의 반목을 떠나 하나가 될 것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사카 주주들도 한 회장에 대한 오해를 어느 정도 풀고 반갑게 맞아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나고야와 도쿄 주주들도 한 내정자의 선임을 반기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통 신한맨 출신이어서 신한 문화를 잘 이해하고 조직을 추스르는 데 적임이란 것. 도쿄에 거주하는 한 주주는 “신한맨 출신인 한 회장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며 “내부 출신인 만큼 앞으로 신한금융을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에 따라 한 내정자의 행보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숙제로 여겨져 온 일본 주주 끌어안기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선 만큼 이젠 ‘조직 안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 내정자는 “취임 후에 계열사 사장의 재신임을 묻기 위한 일괄 사표는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직안정을 위해 기존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일각에선 한 내정자가 갈등을 조장한 인사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한 내정자는 “계열사 사장들과 협의해 다들 걱정하는 편가르기식 인사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적합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행보

취임을 앞둔 한 내정자는 현재 업무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중구 태평로 본사에 마련된 회장 내정자 사무실에서 신한금융지주 부서장들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별도로 사장을 두지 않을 정도로 업무에 해박하지만, 현업을 떠난 지 4년이 지난 점을 고려해 조기에 업무 파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의 향후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인수 합병(M&A)이다. 한 내정자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수 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으로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는 “당분간 M&A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신한금융의 그동안 입장과 다른 것이다. 따라서 신한금융이 올해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금융지주와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 참여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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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