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VS 우병우 사단’ 파워게임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6.11.14 11:05:45
  • 호수 1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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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살아있는 권력에 누가 칼질?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진 한 장으로 검찰이 발칵 뒤집어졌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른바 ‘황제수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우병우 사단에 ‘수사 똑바로 하라’고 옐로우카드를 날렸다. 김 총장과 우병우 사단의 파워게임을 보는 것 같다.

지난 6일, 검찰서 조사를 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오만한 태도에 김수남 검찰총장은 ‘철저히 수사하라’고 수사팀을 질책했다. 우병우 사단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병우는 팔짱
검사는 배꼽손

먼저 우 전 수석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의 포토라인에 서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기자를 불편한 표정으로 ‘지긋이’ 째려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횡령·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에 전날 오전 10시께 소환됐으며 15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지난 7일 새벽, 귀가했다.

지난 7일 <조선일보>가 공개한 사진서 우 전 수석은 웃음을 머금고 팔짱을 낀 채로 매우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 논란이 가중됐다. 옆에는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 서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해당 인물은 수사팀에 파견된 L검사와 수사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사진은 조사 중인 상황이 아니라 밤 9시까지 일단 조사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담당 부장검사가 팀장에게 보고를 간 사이 우 전 수석이 다른 후배검사 및 직원과 서 있는 상태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그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가 인터넷에 공개한 다른 사진에는 우 전 수석이 다가서자 수사검사와 수사관이 벌떡 일어나는 모습과 우 전 수석의 변호인 곽병훈 변호사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파안대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민정수석서 경질돼 검찰에 출석한 ‘민간인 우병우’의 검찰 내 위세가 여전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특히 횡령과 직권남용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는 피고발인을 극진히 예우하는 검찰 태도에 안팎의 비난이 쏟아졌다.

김 총장은 진노했다. 우 전 수석의 ‘황제수사’ 논란과 관련해 수사팀을 질책했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절차상이라도 그렇게 비춰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앞으로 더 철저히 하라고 김 총장이 강조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황제수사 논란은 이미 법조계서 예상한 바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우병우 사단’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 전 수석의 검찰 장악력은 여전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특별수사팀의 윤갑근 대구고검장이다. 윤 고검장은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꼽힌다.

여전히 오만한 우 전 수석 포착
쩔쩔매는 검사…황제수사 논란

윤 고검장은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19기 동기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법무부서 함께 근무했고 우 전 수석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지낼 때 윤 고검장은 중앙지검 3차장으로 활동하며 업무를 조율했다.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이후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 승진했고 윤 고검장은 대검찰청의 요직으로 이동했다. 당시 윤 고검장을 보면 “우 전 수석의 구원투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실제로 윤 고검장의 수사는 우 전 수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먼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은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5일 만이다. 우 전 수석 부인 이모씨도 검찰소환에 계속 불응하다가 민정수석서 경질된 지난달 30일에서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한 변호사는 “다른 피의자였으면 벌써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특별감찰관실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우 전 수석이나 부인의 휴대전화는 압수조차 하지 않았고 우 전 수석 자택이나 처가(장모의 집)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 수사를 느슨하게 했다는 게 중론이다.

짱짱한 가신들
총장은 허수아비?

이렇듯 우병우 사단은 윤 고검장뿐만 아니라 검찰 내 주요 요직에 곳곳에 있다. 핵심 고위직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검찰청의 인지부서(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외사부 등이 지만 주로 특수부를 말함)의 중간 간부들은 대부분 우병우 사단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서 핵심적인 사정수사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와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그리고 서울남부지검”이라면서 “이 세 곳의 수장이 모두 우병우 사단”이라고 말했다.

현재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과 이동렬 3차장도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박근혜정부 아래 검찰의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한 상태다. 우 전 수석 비리와 최순실 게이트 수사는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만일 이번에도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다면 검찰이 국민적 역풍을 맡을 수도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지금 국민들께서는 오로지 검찰만 바라보고 있다. 마지막 기회다. 최순실 사건 제대로 해라”고 충고했다.

강하게 질책?
그놈이 그놈∼

이 때문에 김 총장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는 게 검찰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총장이 이끄는 검찰 조직이 박근혜정부 들어 정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시종일관 ‘눈치보기’ 수사로 일관해 비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 관련 수사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사건 수사도 박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지난 2014년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시절 대통령만 보는 수사들을 직접 지휘했다.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사건,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시국장 사건 등이 ‘박근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른 사건들로 평가받는다.


청와대를 등에 업고 자기 사람을 꽂으며 우병우 사단을 구축했던 전 민정수석과 사실상 청와대 시녀로 전락한 검찰총장.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 김 총장이 우병우 사단 제거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 총장과 청와대, 우 전 수석 등의 역학 관계를 고려하면 우병우 사단을 제거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검찰은 지난 7일, 우 전 수석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검 관계자는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우 전 수석이 재직 시 최순실씨의 비위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 포함)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라고 최근 검찰총장이 지시했다”며 “이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출범 때부터 총장의 일관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큰소리 떵떵’ 여전히 실세로 군림
검찰 내 두 개의 태양 존재 확인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나 최씨의 각종 비리 사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가 두 재단 모금을 주도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나 문건 유출 혐의가 있는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행위에 가담했다면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김 총장은 우 전 수석이 지난 6일 ‘황제 조사’를 받았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와 관련해 수사팀을 강하게 질책했다. 대검 관계자는 “소환이나 조사 과정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는지, 국민 눈높이서 볼 때 어긋나게 비치지 않았는지 철저히 살피라고 김 총장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서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제대로 막지 못한 우 전 수석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서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최순실 게이트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의 자금 횡령과 공직자 재산신고 등에 대해서만 수사를 받았지만 ‘최순실 게이트’서도 핵심 피의자”라고 주장했다.

수사 결과에
검찰 명운 달려

우 전 수석과 김 총장의 파워 게임의 향방에 따라 이번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과연 이런 파워 게임 속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차은태 내사’ 우병우 은폐 의혹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지난해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의 각종 이권 및 정부·공공기관 등 인사 개입에 대한 내사를 벌여 구체적인 비위 단서를 적발했지만 청와대가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관련자 증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국정농단’의 장본인 최순실씨를 비롯해 차씨의 비위 행위를 알고도 방치했거나 은폐했는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해졌다.

지난해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아프리카픽쳐스나 모스코스 등 차씨가 이끌던 회사의 대기업 및 정부부처 일감 수주 문제점에 대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복수의 대기업에서 구체적 자료까지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정수석실은 또 차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고위직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문체부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 소유 업체 혹은 그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들은 KT, 현대차그룹, 포스코 등에서 광고 일감을 대거 수주했다. 또 차씨의 든든한 배경에 은사인 문체부 장관, 외삼촌인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있었을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눈여겨본다는 기류가 민간에 포착되면서 일부 대기업에서는 차씨와의 업무 관계를 꺼림칙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우 전 수석 산하의 민정수석실이 차씨를 내사하기 시작하면서 미르재단 등으로 차씨와 깊이 연관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우 전 수석 사이에 깊은 갈등이나 긴장 기류가 조성된 적이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차씨의 비위 의혹이 수집된 자료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만일 조사가 이뤄졌다면 결과가 민정수석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라인에 대한 감찰을 소홀히 해 이 사태를 방치했다며 직무유기로 현재 고발돼 있다. 민정수석실이 차씨의 비위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보고받고도 묵살했다면 박 대통령의 형사적 책임이 무거워진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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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