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 뭇매 맞을 각오했지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원작은 제2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됐던 동명소설로 출판됐을 당시 사회적으로 제법 이슈가 되었다. 남편을 사랑하면서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주인공의 대담한 사랑은 여성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인기를 끌었다. 화제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과연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인아 역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영화 기획이 본격화되면서 당장 충무로 여기저기서 손예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손예진을 적극 추천한 이유는 가지각색. 하지만 단 한 줄로 요약하면 ‘매력이 넘치는 정상급 스타면서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다작 배우’였다.
‘스포트라이트’ 흥행부진 ‘섭섭’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과연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렸어요.(웃음) 주위에서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 너무 발칙한 역할이다’며 만류를 많이 했어요.”
비운의 청순가련한 여인부터 게걸스럽고 보이시한 매력의 캐릭터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을 소화한 손예진이지만, 영화의 파격적인 설정으로 인해 “처음으로 완벽한 이해 없이 연기한 것 같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보통 촬영에 들어가지 전 인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하는 타입인데 이번 영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어서 애먹었죠. 결혼하고 나서 새로운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는데 결혼까지 하겠다는 심리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드라마 <연애시대>,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외출> 그리고 <아내가 결혼했다>까지 손예진은 모두 결혼한 유부녀 역할이었다. 공교롭게도 손예진이 결혼한 역은 호평과 흥행이 뒤따랐다.
“몰랐어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그럼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결혼을 두 번했고 거기다 남편도 두 명이니까 두 배 이상으로 흥행하겠어요. 벌써부터 기대돼요.”(웃음)
두 명의 남편 둔 통통 튀는 애교녀 열연
영화 촬영하며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도
2008년 상반기, 손예진은 또랑또랑한 말투와 눈빛으로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었다. 방송국 보도국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의 하루하루를 리얼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아 손예진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PD의 데뷔작, 촬영 중 드라마 작가 교체, 흔히 말하는 쪽 대본의 날림, 하루도 마음 편할 수 없었던 빠듯한 촬영 강행군….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부진해 서운했어요.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도 물론 있었죠. 감독님이 연출이 처음이라 딜레마도 있었고 작가도 바뀌면서 흐름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하지만 들리는 소문들과 달리 촬영 현장 분위기는 전혀 나쁘지 않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배우, 스태프들 잠 못 자가면서 일해도 너나 할 것 없이 웃으면서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촬영을 끝냈어요. 만약 그런 호흡까지 없었다면 드라마 나오기가 힘들었겠죠.”
재벌 2세와 열애 “NO”
그는 <아내가 결혼했다>를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결혼을 하겠다는 것보다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졌어요.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 환상이 있었다면 그 환상에 대한 고민도 해요. 아직도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손예진은 특별한 스캔들은 없었으면서도 재벌가 자제와 사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에는 파파라치가 쫓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관심 없어요. 아마도 연예인들이 화려하고 ‘그런 사람들과 만나지 않을까’라는 일반적인 생각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번도 그런 분들과는 만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세상에 책임이 많은 분들과는 못 사귈 것 같아요.”
그가 사랑을 한다면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수많은 사랑 중 어떤 사랑을 할지 궁금해진다. 손예진이 생각하는 ‘미래의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매번 때때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데 어떤 때는 친구처럼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연기자다 보니 생각도 복잡하고, 감성적이잖아요. 아무 이유 없이 슬픈데 남자친구가 문득 전화해 줬으면 하는 생각. 굳이 설명 안 해도 새벽 3시쯤 뒤척이고 있는데 전화를 해 ‘뭐해’라고 물어준다면 누구라도 넘어갈 것 같아요.”
글 유병철 기자·사진 송원제 기자 /ybc@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