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고발] 아시아나 항공, 막장 고객 응대 파문

늑장 대응으로 한 번, 막말로 또 한 번 “승객 뿔났다”


바야흐로 소비의 시대다.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기업을 견제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미약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우리 소비자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이를 하소연할 데가 없어 마른 가슴만 쾅쾅 치는 일이 허다하다. 이에 <일요시사>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소비자와 기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안개로 결항됐는데 승객들 방치…경쟁사와 차이
승객에 ‘XX’ ‘양아치’ 등 육두문자…막장 고객 응대

A씨는 지난 2월23일 오전 6시30분,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내와 함께 김포공항에 갔다. 하지만 8시 비행기까지 운행이 취소돼 출발할 수 없었다. 안개가 많이 끼었기 때문이었다. 사전에 안내 문자나 전화 등 공지를 받지 못한 게 황당했지만 참고 넘어갔다.

문제 삼자 대응

A씨는 아시아나항공의 조치를 조용히 기다렸다. 다른 승객도 마찬가지였다. 기상 현상으로 비롯된 일이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승객들을 그대로 방치했다. 승객들이 문제를 삼자 그제서야 예약 번호표를 나눠주는 등 늑장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대로 된 안내 방송도 없었다. 승객들은 담당자가 육성으로 소리치는 것을 듣기 위해 그 주변을 배회해야 했다.

경쟁 항공사가 안내 방송을 하고, 곧바로 특별기를 편성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모 저가 항공사도 안개가 걷히는 대로 예약된 순서에 따라 비행기를 띄우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승객들은 예약 번호를 받아들고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누군가 예약을 취소하고 빈자리가 나야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런 기약도 없었다. 답답한 노릇이었다.

이에 A씨는 아시아나항공 데스크에 가서 따졌다. 그러자 담당 직원은 “왜 나한테 소리치느냐”며 “매니저에게 얘기하라”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고객 응대에 A씨는 부아가 치밀었다.

이에 A씨는 매니저를 호출해 불편을 호소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A씨의 말을 자르며 “어차피 안개 때문에 비행기는 못 뜬다” “경쟁 항공사나 저가 항공사도 사정은 똑같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에 A씨는 “경쟁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는 특별기를 제공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주는데 어째서 아시아나는 승객들을 방치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매니저로부터 “그럼 경쟁 항공사나 저가 항공사 비행기를 타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기대를 접고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뒷 순번을 가지고 있던 한 승객이 “사무실에 찾아가 불만을 털어놓자 10시15분 티켓을 받았다”고 승객들에게 귀띔을 해줬다. 기다림에 지친 승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사무실로 몰려가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이들도 생겼다. 그러던 중 한 승객이 탁자를 두드리며 화를 내자 한 매니저의 입에서 “이런 XX, 저거 양아치야 뭐야 나이도 어려 보이는 자식이…”라는 거친 말이 쏟아졌다. A씨는 아예 기대를 말자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계속됐고 A씨는 자신의 순번에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그렇게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도둑으로 몰기도

하지만 일 주일이 흐른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발권을 해놓고 결제를 안 했으니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어이를 잃은 A씨가 항의하자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는 “결제를 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A씨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도 모자라 양아치 취급하는 등 무례하게 대하더니 이제는 도둑으로 몰아서 고소하겠다고 한다”며 “아시아나항공은 사람을 실어 나를 자격이 없는 항공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시아나항공 측 해명

“응대 미숙했지만 욕설은 없었다”

아시아나항공 측 해명을 들어보기 위해 이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눠봤다.


- A씨는 아시아나항공이 결항으로 대기 중인 승객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 사실이 아니다. 오후에 특별기를 투입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3~4시간 늦어지긴 했지만 대기자 모두 제주도로 무사히 갈 수 있었다.

- A씨는 아시아나항공의 고객 응대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 당시는 기상 상태 악화로 결항이 돼 항의가 많은 상황이었다. 과격한 분위기 속에서 최대한 무례하지 않게 응대하려고 했으나 부족했던 것 같다. 다만, 승객에 욕설을 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으로 확인 결과 나타났다.

- 결제를 하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는 게 사실인가.
▲ A씨는 마일리지 공제 티켓을 이용했다. 결항으로 혼잡한 상황에서 직원이 실수로 마일리지를 공제하지 않은 것 같다. 도의적인 잘못을 인정하고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공항세나 유류할증료를 받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원만한 해결을 위해 계속해서 A씨와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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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