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코오롱 삼중고 내막

“황태자 들어가고 꼬이기 시작”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방에서 악재가 덮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현재 상황이 그러하다. 소송 패소 배상금·실적 저조·추징금 폭탄 등이 코오롱인더스트리 앞에 놓였다. 이 난국을 어떻게 해쳐나갈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매출액 3조3810억원, 영업이익 414억원, 당기순손실 15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5.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6.6% 급감했다.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말 그대로 지난해 농사는 망쳤다.

그나마 올해 들어 차츰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조2847억원, 영업이익 163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637억원으로 2015년 상반기 대비 12% 늘었다.

이 난국 어떻게…

앞서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6년간 미국 듀폰사와 진행한 아라미드 영업비밀 침해 소송서 패소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신소재인 아라미드와 관련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총 3억6000만달러(약 3850억원) 규모의 합의금과 벌금을 지불키로 했다. 지난해 1200억원을 선지불했으며 나머지 금액은 향후 5년간 분납할 예정이다. 회계상 지난해 실적에 이를 모두 반영했다. 지난해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적자를 본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찰나에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형 폭탄이 또 떨어졌다. 국세청으로부터 거액의 추징금을 맞게 생겼기 때문이다. 국세청으로부터 강도높은 심층(특별)세무조사를 받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7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국세청 조사 4국은 지난 4월 중순,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인 코오롱과 핵심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대한 심층(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린다. 주로 기업의 비자금이나 횡령, 탈세 등을 중점적으로 다뤄왔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 배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코오롱그룹은 2013년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수백억 원대의 ‘세금 폭탄’을 맞은 바 있다. 당시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곳도 중부지방국세청의 심층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3국이었다. 불과 3년 만에 서울국세청이 또다시 코오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조사 대상은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두 곳이다. 서울국세청 조사 4국은 당초 예정됐던 종료일을 앞두고 조사기간을 연장(3개월)하는 한편 검찰 고발(조세범처벌법 위반)을 전제로 한 조세범칙 조사로 전환하고 추가적인 자료영치 및 조사팀 증원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국세청은 코오롱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회계와 세무자료는 물론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 등에서도 관련 자료를 확보해 조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더스트리 지난해 실적 적자로 전환
3000억 배상금에 700억 추징금 ‘헉’


이에 대해 국세청과 코오롱 모두 별다른 언급이 없어 궁금증이 증폭됐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왔다. “코오롱그룹이나 오너인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이 포착” “상속세 등 조세 탈루” 등 여러 뒷말이 무성했다.
 

처음 세무조사가 시작될 때는 미국듀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2009년 듀폰은 영업기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은 지난해 5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합의금과 벌금으로 총 3억6000만 달러(약 3850억 원)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코오롱이 이 금액을 회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국세청이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조사 대상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가 경영수업을 받는 곳이다.

이 상무보는 최근 코오롱그룹 자회사 이노베이스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신사업 추진에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무보의 경영 성과가 좋으면 조만간 경영권 승계 작업에 시동이 걸릴 수 있다. 이 상무보의 코오롱그룹 지분이 없기에 향후 지분 승계 과정서 발생할 상속세를 준비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8일 서울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결과 법인세 등 탈루세액 총 742억9000여만원의 추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자기자본의 3.78%에 해당하는 규모다. 안팎에서 흘러나왔던 이웅렬 회장 등 그룹 경영진에 대한 검찰 고발 등 여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 소식은 곧바로 증시에 영향을 미쳐 지난 19일 장 초반 약세를 보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날 오전 9시32분 그 전 날보다 0.92% 내린 7만5200원에 거래됐다.

회장 아들 경영수업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추징금에 대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이 부과금액은 법인세 등 세무조사 결과 통지서의 금액이며 향후 불복청구 또는 이의신청 등 방법을 통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추징금을 올해 연말(12월31일)까지 납부해야 한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음은 코오롱 차례?

코오롱 세무조사를 박근혜정부가 주도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은 임기 4년차에 들어서면서 레임덕 현상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또 최근 법조계 비리 사건으로 여론도 좋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 수사를 통해 여론을 돌려 레임덕 현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것. 검찰이 최근 롯데그룹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추측이다.

특히 코오롱과 롯데는 과거 이명박정부와 긴밀한 관계여서 현 정부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 추가된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자문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코오롱글로벌의 전신인 코오롱상사 사장 출신이다. 코오롱은 과거 17대 대선 당시에도 이 전 의원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1억5750만원을 지급해 논란이 된 바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재벌의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한 비리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다만 검찰 수사가 법조계 전관 비리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꼼수라면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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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