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프리드라이프 경영행태

간판 뜯어고치고 새 출발해도…일등상조 명성 흠집내는 의문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고객의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던 다짐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프리드라이프로 간판을 뜯어고치고 새 출발을 다짐했건만 여전히 주변에선 의혹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곳곳에 눈에 띈다.

2002년 설립된 프리드라이프(옛 현대종합상조)는 자타공인 상조업계 일등기업이다. 4년 연속 업계 1위라는 명예훈장은 프리드라이프의 15년 연혁을 대변한다. 폭리를 취한다고 손가락질 받던 상조업계를 정제하는 데 공헌했다는 점은 부연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세심히 살펴보면 프리드라이프 내부에선 갖가지 의문점들이 제법 눈에 띈다. 여기서 파생된 잇단 구설은 프리드라이프의 명성을 흠집 내는 데 일조한다.

 

종잡기 힘든
[알선료 쓰임새]

프리드라이프는 ‘알선료’라는 일종의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알선료는 상주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당 등을 소개해주는 과정서 벌어들인 부대수익 개념이다. 매달 행사팀장들은 알선료가 생기면 본사에 입금하고 회사는 일정 비율을 다시 팀장들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개별 행사팀장마다 알선료 입금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알선료의 쓰임새에 대해서는 회사와 행사팀장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일부 행사팀장들은 알선료서 자신들의 몫은 20%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6대 4 비율로 회사와 행사팀장이 알선료를 1차로 나눈 뒤 행사팀장 몫으로 배정된 40%서 절반은 복지후생 명목으로 회사가 관리한다는 주장이다.

알선료에 대한 회사 측 주장은 전혀 다르다. 알선료를 받으면 40%를 행사팀장들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온전히 복지후생에 쓰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상 모든 알선료는 행사팀장들에게 지급한다는 뜻이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노트북을 지급하거나 해외 연수 등의 비용으로 알선료를 사용해 왔다”며 “지역 행사팀장들의 원활한 업무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본 취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행사팀장들이 알선료를 입금한 곳은 법인계좌가 아니라 임원으로 재직 중인 문모씨의 개인계좌라는 사실이다. 행사수익은 법인계좌로, 알선료는 개인계좌로 입금하는 이원화된 체계는 2012년이 돼서야 법인계좌로 일원화됐다. 일각에선 이 시기에 문모씨의 통장으로 수십억대 금액이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프리드라이프 측이 밝힌 전국의 행사팀장은 총 179명.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문모씨의 통장으로 매달 행사팀장들이 20만원씩 알선료를 입금했다고 가정하면 일년에 모이는 금액만 약 4억3000만원에 이른다.

이를 6년 평균으로 환산하면 25억8000만원이다. 행사팀장들의 말대로 전체 알선료의 20%만 행사팀장들에게 되돌아왔다면 20억원을 초과하는 나머지 금액은 어디로 간 걸까? 이 과정서 부각되는 인물이 바로 박헌준 회장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박 회장은 2010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회사를 떠나 있어야 했다. 배임 및 횡령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문씨의 통장으로 입금되던 알선료 관행은 박 회장이 출소할 즈음에 법인계좌 입금 방식으로 바뀌었다. 물론 검찰이 박 회장을 조사할 당시 문씨 역시 검찰의 수사 대상에 포함됐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선료와 박 회장을 무작정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단순 의혹에 그칠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다만 박 회장이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알선료가 문씨의 통장으로 계속 입금됐다는 점은 논란을 야기한다. 정확한 내용 파악을 위해 알선료가 문씨 통장으로 입금된 내역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프리드라이프 측은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개인계좌로?
[이상한 보증금]


프리드라이프는 행사팀장들과 처음 계약을 맺을 때 행사팀장들에게 입사보증금을 선납하도록 하고 있다. 보증금은 행사팀장이 개인의 영리목적으로 행사비를 유용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 개념이다.

회사 덩치가 커지는 사이 행사팀장이 계약 시 납부해야 할 보증금 규모는 나날이 확대됐다. 초창기에 300만원이던 보증금은 2010년 무렵 700만원으로 상향조정됐고 몇 년 후 1000만원으로 다시 인상됐다. 이를 두고 과도한 인상이라고 무작정 매도할 필요는 없다. 초창기에 100만원대에 불과했던 상조상품이 최근에는 4∼5배 급등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이 종료되면 되돌려 받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보증금 입금 과정서 알선료와 비슷한 의혹이 제기된다는 데 있다. 보증금 역시 법인계좌가 아닌 개인계좌로 입금된 탓이다. 알선료가 문씨의 계좌로 입금됐다면 보증금은 김모씨 계좌를 통한다는 내용만 다를 뿐이다. 법인계좌로 입금이 이뤄진 건 보증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되면서부터였다.

프리드라이프 측도 보증금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박 회장이 수감될 당시 김씨 계좌로 보증금을 입금했던 사실이 부각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리 말하자면 박 회장이 법적 책임을 이미 충실히 이행한 만큼 더 이상 보증금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여지가 없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프리드라이프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일전에 보증금을 개인계좌로 입금했던 전례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은 회장님께서도 충분히 통감했고 책임을 명확히 했던 만큼 지금은 더 이상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문이 온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검찰은 1심 당시 박 회장과 고석봉 대표가 회사 자금을 횡령 및 배임하고자 김씨 명의의 차명계좌로 보증금을 송금 받아 관리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검찰이 주목했던 기간은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6개월이었다. 그러나 보증금이 법인계좌로 귀속된 건 박 회장이 출소할 즈음의 일이고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도 보증금은 지속적으로 개인계좌를 통해 입금됐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놀라운 건 보증금을 관리하던 김씨는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사이로만 알려질 뿐 프리드라이프와 무관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즉, 회사에 귀속돼야 할 수억원대 자금을 회장의 판단만으로 외부인에게 맡겼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제식구 배불리기
[뻔뻔한 결합상품]

지난 5월 프리드라이프는 본격적으로 결합상품 마케팅을 도입했다. 프리드라이프가 포문을 열자 나머지 상조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법 들렸다. 

실제로 지난 11일 열린 정무위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도 이 사안이 불거졌다.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은 상조업체들의 기만적인 결합상품 광고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프리드라이프는 결합상품을 왜 선보인 걸까. 새로운 마케팅 방식이라는 점을 떠나 프리드라이프와 연계해 결합상품을 내놓은 회사의 특성을 살펴봐야 한다. 박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녀인 은혜씨, 차녀 은정씨, 장남 현배씨는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현배씨다. 프리드라이프 계열사인 하이프리드서 감사에 이름을 올렸던 현배씨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직책이 있다. 일오공라이프코리아라는 회사의 대표직이다.

지난 4월 설립한 이 회사의 주력상품은 안마의자. 프리드라이프서 결합상품으로 선보인 안마의자는 이 회사 제품이다. 아들 회사 제품을 아버지 회사서 끼워 팔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안마의자가 결합된 프리드라이프 상품은 39개월간 월 9만원대를 납입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여기에 325만원에 달하는 안마의자의 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면 실제 상조서비스 명목으로 빠져 나가는 금액은 매달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금액은 안마의자 할부금이다. 중도에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사은품의 할부금은 계속 갚아야 하는 조건이다. 

 

은근슬쩍 갑질
[할부·할당 전가]

프리드라이프는 갑질 논란서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회사서 구입한 운구용 차량의 할부 값을 행사팀장들에게 전가한다는 주장은 수년 전부터 거론되는 사안이다. 차량은 회사명의로 뽑고 할부금은 행사팀장들이 갚는 것에 대한 견해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행사팀장과 회사간 계약이 해지되면 차량 노후, 흠집 여부를 점검해 팀장들께 금전적인 부담까지 안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외에도 차량할부금을 둘러싼 다양한 소문이 넘쳐나고 있으며 다수의 행사팀장들 사이에서 일방적인 회사 방침에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협력사에 밀어내기를 종용한다는 소문도 섣불리 지나치기 힘든 내용이다. 상조업은 차량, 꽃, 수의, 유골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을 아우르는 분야다. 그만큼 여러 분야가 긴밀한 협조관계에 놓여 있다. 물론 최상단에 위치한 건 상조회사다. 그만큼 파급력이 엄청나다.

문제는 상조업체의 파워가 협력업체들에게는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협력업체들이 프리드라이프와 연계해 일하는 조건으로 상당량의 상조 가입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괴소문마저 퍼지고 있다. 프리드라이프의 강압적인 분위기 조성 여부를 떠나 수평적이 구조를 만드는 데 소홀한 회사 방침을 질타하는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헌준 회장 구속부터 복귀까지 

2011년 11월부터 프리드라이프는 장기간에 걸친 총수 공백기를 겪었다. 박헌준 회장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옥살이를 한 탓이다. 박 회장은 2006년 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부당계약, 허위 수당·급여 지급, 공사대금 과다계상, 보증금 유용 등을 통해 회사 자금 총 13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2010년 10월말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엄중한 처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박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고석봉 대표에게는 징역 2년이 내려졌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단되면서 박 회장의 고 대표의 형량은 1년6개월로 낮춰졌고 고 대표에게는 3년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그러나 항소심 결과에 불복한 박 회장은 상고를 결정했고 상고심서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이프리드서비스서 지급 받은 주식배당 부분 공소사실이 불분명함에도 원심서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파기환송심서 서울고등법원은 박 회장과 고 대표에게 이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기에 이른다. 횡령금액 일부에 대해 추가로 유죄가 인정되지만 전체 액수에 비해 큰 비중이 아님을 고려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자유의 몸이 된 박 회장은 곧바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기환송심 판결이 내려진 지 불과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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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