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 사택비를 취하다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6.10.24 10:38:30
  • 호수 10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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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랑…그 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당연히 그럴 테지.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사실을 발설하지 않으셨으니.”

“하오면, 스승님!”

“말해보게.”

유신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마령간을 주시했다.

“그러한 사실을 스승님께서 어떻게 아셨는지요?”

“어떻게 확신하느냐 이 말이지?”


“그러하옵니다.”

마령간이 답에 앞서 당연한 질문이라는 듯 잔잔한 웃음을 보였다.

“유신 군, 우리 집안의 시조가 누구라고 하였는가?”

“그야, 박혁거세.”

답을 하다 말고 유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 온 비기(秘記)가 있네.”

“비기요!”


유신과 춘추가 동시에 소리를 높이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박제상 선조께서 기록해 놓은 비기, 징심록이 전해 내려오고 있고 그 서적을 내가 보관하고 있네.”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징심록을 되뇌었다. 

“어마마마, 소자 효 하례 드리옵니다.”

섣달그믐 저녁 40대 후반의 태자 효가 예고도 없이 두 명의 여인을 대동하고 자신보다 족히 열 살은 어려 보이는 사택비의 거처를 찾았다.

“태자가 어인 일…”

갑작스런 효의 방문에 사택비의 얼굴 가득 긴장감이 묻어나왔다.

“정월을 맞이하여 어마마마께 조그마한 선물을 올리고자 아바마마를 찾아뵈었는데, 직접 전해드리라 하셨기에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선물이라니요?”

효가 자신을 따르던 여인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서 가지고 온 물건들을 어마마마께 전해드려라.”

낮으면서도 위엄 있는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인들이 사택비에게 다가가 고이 싼 물건들을 조심스럽게 펼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비단에 싸여있던 물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도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비단옷과 외부가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조그마한 괘였다.

그를 바라보는 사택비의 눈이 시시각각 휘둥그레졌다.

“이것들이 무엇이오?”

“정월을 맞이하여 어마마마의 은혜를 그냥 지나친다면 자식 된 도리가 아닌 듯하여 준비하였습니다.”

유독 어마마마란 말에 힘주어 답한 효가 공손하게 고개 숙였다.


그런 효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택비는 빛깔 고운 비단옷을 펼쳐보느라 정신없었다.

자주색과 황금색으로 뒤섞인 비단옷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내일 행사 때 입으시면 좋을 듯하여.”

잠시 시선을 효에게 주었던 사택비가 비단 옷을 들어 자신의 몸에 둘러보았다.

“어쩌면 이리도 딱 맞게 만들었단 말입니까?”

“어마마마 아니십니까!”

상기된 사택비의 목소리처럼 효의 목소리에도 은근히 힘이 들어갔다.

“그렇지요. 어마마마인데 당연한 일이지요.”

사택비의 시선이 조그마한 괘로 옮겨지자 이번에는 효가 직접 뚜껑을 열었다.

순간 불빛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광채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이것은!”

“주옥입니다.”
“이 귀한 물건을 어떻게.”

자세를 낮추어 조그마한 손으로 주옥을 어루만지면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어마마마께 선물하기 위해 소자가 직접 신라에서 구해왔습니다.”

“태자가 직접, 그것도 신라에 가서요?”

“그러하옵니다, 마마.”

“어떻게?”

“신라인으로 변장하여 경주에 들어가서 구해왔습니다.”

“그러다 무슨 변고라도 당하면 어쩌시려고.”

“마마를 위한 일인데 어떤 일이든 두렵겠사옵니까.”

목숨 걸고 가져온 ‘주옥’
건강 악화된 무왕 어떻게?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되어 신분이라도 노출되었더라면 어쩌려고 그리했습니까.”

물론 효가 가져온 주옥은 일전에 무왕이 신라를 침공할 때 전리품으로 획득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사택비에게는 그 사연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어마마마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중요하지 않사옵니다.”

주옥을 만지작거리던 사택비가 몸을 낮춘 자세에서 효의 손을 잡았다.

순간 사택비의 봉긋하게 솟은 가슴이 효의 시선에 가득 들어왔다.

“역시 태자는 천하의 효자입니다.”

“어마마마, 소자 살아 있는 동안 아니 영원히 어마마마께 성심을 다하겠사옵니다.”

효가 무릎을 꿇자 사택비가 몸을 일으켜 효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방금 전 보았던 아담한 가슴이 효의 얼굴을 지그시 누르기 시작했다.

“내 태자 아니 우리 아들과 함께 한잔할 터이니 주안상을 들여오고 모두 자리를 물리도록 하여라.”

사택비의 촉촉이 젖어든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이어 모두가 물러나자 그를 확인한 효가 양팔로 힘을 다해 사택비를 껴안았다.

순간 사택비의 입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기운이 효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마마, 옥체를 온전히 보존하소서.”

세웠던 무릎을 낮추자 사택비의 가슴에 묻혀있던 얼굴이 자연스레 배를 거쳐 양다리가 합쳐진 지점에 닿았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소자가 마마를 보필하겠습니다.”

어느새 효의 목소리도 촉촉하게 변해 있었다.

계비인 사택비를 위한 효의 효도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각종 보석을 비롯하여 비단 그리고 진귀한 음식들을 수시로 사택비에게 보내고 또 자신이 함께하며 그 즐거움을 배가시키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효가 아버지 무왕의 부름에 따라 날이 저물 무렵 대전이 아닌 침소로 들었다.

침소에 들자 무왕이 노구를 곧추세우고 효를 맞이했다.

안으로 스며든 석양빛에 비치는 무왕의 얼굴에 창백함이 묻어나왔다.

“아바마마, 편히 자리하시옵소서.”

“괜찮으니라.”

“소자가 보기에는…”

“바로 말하거라.”“아바마마의 옥체가 염려되옵니다.”

무왕의 목소리에서 쇳소리가 묻어나왔고 그에 답하는 효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차피 자연에서 온 몸 자연으로 돌아갈 터인데 그게 무어 그리 중요하냐.”“아바마마!”

소리쳐 부르는 효의 소리에 가래가 끓는 듯했다.

“하기야 내가 너무 오래 살았지.”

너무 오래 살았다, 그러니 이제 죽어야 할 시점이라.

그 말의 의미를 새기던 효의 목덜미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아바마마, 아직도 하셔야 할 일이…”

“아니야, 그간 내 욕심이 너무 과했어. 암 그렇고말고.”

“아닙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오래 사시어야 합니다.”

“오래라, 그나저나 우리 태자의 나이가 어찌 되는고?”

답에 앞서 무왕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게 묻어나왔다.

“아직도 어린 아이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아직도 어린 아이지. 이 아비의 눈에는 그저 어린 아이로 보여. 교기도 그렇고 모두 다 어려 보여.”

고개를 숙이고 그 짧은 순간을 정리해 보았다.

비록 나이는 있지만 말투로 보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듯했다.

“아바마마, 이만 물러가도록 할까요?”

“아니다. 내가 태자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느니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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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